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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와 에어백의 발명은 사고 시 부상 정도를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사고 후 피해를 줄이는 데 집중된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사고를 감지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들이 양산차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앞차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거나 차선을 넘어가면 경보음을 울리죠. 뿐만 아니라 차로를 벗어나지 않게 적극적으로 운전에 개입하고 앞차와의 간격도 유지합니다.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해 사고를 피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이중 'AEB(Autonomous Emergency Braking)'로 부르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은 사고를 줄이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줍니다.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사고 절반 이상(67%, 2006~2015년)이 추돌사고입니다. 안전거리 미확보나 전방을 주시하지 못한 탓이죠. 그러나 AEB를 장착한 경우 추돌사고는 25.2% 적게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효과가 입증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국산 신차 기준으로 AEB를 장착할 수 있는 차는 얼마나 될까요?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현대·기아차

현대·기아는 판매 중인 전체 승용 모델 중 AEB를 선택할 수 없는 차는 단 3대에 불과했습니다.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포함해서 말이죠. 현대차의 경우 엑센트를 제외한 모든 모델에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11대 중 7대, 즉 전체 63% 차종에는 전 등급 AEB가 기본입니다. 단, 자동차와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의 등급이 달라 최소 기준(차)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기아차는 레이와 모하비를 제외하면 모든차에 AEB를 달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차는 기본 장착이거나 최하위 트림에서도 AEB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 K9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를 비롯해 '드라이브와이즈'로 일컫는 능동형 안전기술이 대부분 기본으로 담고 있습니다.

쉐보레는 최신형 모델인 이쿼녹스에 전 등급 AEB가 기본으로 장착됩니다. 또한 중형세단 말리부는 LT부터 선택할 수 있고 최상위 프라임 세이프티에는 기본으로 달립니다. 경차인 스파크는 최상위 등급에는 기본 장착되지만 하위 등급에서는 선택조차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르노삼성차는 긴급 자동제동 시스템의 선택폭이 가장 좁은 편입니다. SM6와 QM6를 제외하면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실정. QM3와 클리오 역시 'ADAS'에 포함된 전방추돌 경보(FCW)를 추가할 수 있지만 제동 기능이 추가된 기술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뷰티풀'을 외치는 쌍용의 신형 코란도에는 AEB가 전부 기본입니다. 여기에 막내 격인 티볼리(에어 포함)에도 최하위 트림을 제외하면 모두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죠. G4 렉스턴에는 상위 두 트림에는 기본으로 달리며 아래 등급에서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다인승 모델 코란도 투리스모를 제외한 대부분의 쌍용 브랜드에서는 AEB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산 브랜드 승용 모델에 AEB 장착 가능 여부를 확인해봤습니다. 비교적 출시가 오래된 9개의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AEB를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긴급 자동제동 시스템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AEB 의무 장착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 세계 40개국을 포함한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는 2020년부터, 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는 2022년부터 AEB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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