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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닛산의 배기가스 불법 조작 사실을 대대적으로 적발했다. 모두 디젤 엔진을 사용한 모델로 무려 4만381대 규모다. 12차종으로 확인된 메르세데스-벤츠는 과징금만 776억 원으로 예정됐다. 포르쉐, 닛산을 포함해 14차종의 인증을 취소했고 형사고발 조치도 동반됐다. 그렇다면 제조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배기가스를 조작했을까? 알기 쉽게 풀어봤다.

유해 물질 줄이는 'SCR & EGR' 시스템을 건드리다

이번에 확인된 배기가스 불법 조작은 모두 디젤 모델이다. 디젤은 가솔린과 달리 연소 후 질소산화물이 나오는데 프로그램을 임의로 조작해 인증 때보다 많이 배출된 것이다. 조작 방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배기가스를 걸러주는 장치와 배기가스를 재활용하는 장치를 상황에 따라 작동하지 않게 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선택적 환원 촉매(Selective Catalystic Reduction, SCR)

요즘 팔리는 디젤차는 연료 외에도 요소수 주입구가 따로 있다. 요소수는 배기가스 정화를 위해 반드시 보충하고 마트나 주유소에서 살 수 있다. 보통은 이 정도만 알려진 요소수. 그러나 요소수는 배기가스의 독성 강한 질소화합물을 줄이는 SCR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젤 엔진이 동작할 때 고온의 연소실에서는 다량의 질소산화물(NOx)이 만들어진다. 흔히 '녹스'라고도 불리는 데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기에 전 세계가 감시하는 물질이다. SCR은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N₂)와 수증기(H₂O)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배기가스에 우레아, 암모니아 수용액을 분사하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효과가 크다.

제조사들은 SCR의 요소수 분사를 줄이는 방법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동작을 줄이면 인증을 통과할 수 없다. 따라서 계측기 위에서 진행하는 인증시험 때는 작동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요소수 사용량을 줄게끔 세팅한 것이다. 이로써 제조사는 요소수 탱크 부피를 줄일 수 있고, 고객에게는 적게 드는 유지비를 내세울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CR 억제와 함께 EGR 가동률을 강제로 떨어뜨렸다. 실제 도로 운행에서 질소산화물(실내 인증)이 기준치 0.08g/km의 최대 13배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xhaust Gas Recirculation, EGR)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방법에는 EGR 시스템도 있다. 보통 질소산화물은 고온의 연소 상태에서 쉽게 만들어진다. 이를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연소실로 되돌려 주입한다. 이렇게 하면 전체 배출 가스양도 줄고 연소 온도도 낮아져 질소산화물의 생성을 줄여준다.

그러나 EGR 시스템에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재순환 된 배기가스는 연료를 잘 타게 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이 희박하다. 때문에 배기가스 재순환이 동작하면 자동차의 출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배기가스에는 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작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밸브 포함 재순환 라인에 오염 물질이 쌓여 주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제조사는 EGR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임의로 시스템을 조작한 것이다.


포르쉐(마칸S 디젤)는 엔진 시동 이후 20분이 지나면 EGR 가동률을 낮췄다. 닛산(캐시카이)도 엔진 흡인 공기 35°C가 넘으면 EGR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조작했다.


죄 없는 소비자들은?

배기가스 조작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제조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죄 없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운행을 멈출 필요는 없다. 정부가 권고한 결함 시정 명령에 따라 제조사들은 환경부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승인이 완료되면 고객들에게 통보해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체 소송에 나서기도 한다. 이미 독일에서는 44만 명이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소송이 이뤄졌고 보상 협상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중고차 감가, 정신적 손해 등의 이유로 집단 소송이 진행됐으며 "1대당 100만 원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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