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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선수를 존경하고 위대한 경기에 경의를 표한다”

애플을 이끌었던 스티브 잡스의 마케팅 관련 강의 중 한 대목입니다. 그는 나이키를 가장 위대한 마케팅을 펼치는 회사로 꼽으며, 나이키의 존재 이유를 바로 저기서 찾았습니다. 잡스에 따르면 나이키는 자신들이 파는 상품이 경쟁사보다 어떤 점에서 우월하다고 말하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제시합니다. 이야기를 통해서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접해왔던 나이키의 광고를 되돌아보면 제품이 아닌 이야기와 메시지가 더 돋보였으니까요. 피니시 라인이나 관습이 없다는 메시지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마케팅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자동차처럼요.

Unstoppable adventurer

랜드로버 디펜더는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기까지 7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1948년 등장한 랜드로버 시리즈 I을 디펜더의 시작으로 본다면요. 그리고 단종 기간도 포함해서요. 물론 디펜더는 시리즈 III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긴 하죠. 숏 보디와 롱 보디로 나뉘기 시작한 때가 이 시점이니까요. 2세대는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가 되었고, 지난해 국내 최초로 정식 출시가 되었죠.

신형 디펜더의 국내 출시 당시 광고는 이렇습니다. ‘누구도 가지 않는 길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마침내 정상에 올라서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물속으로 뛰어들고 눈과 흙 그리고 자갈이 뒤덮인 험지를 거침없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이런 모습을 보여줬을까요? 1억 원에 육박하는 차를 사서 그렇게 험하게 탈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바로 디펜더가 랜드로버의 시작이자 정체성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British off-road vehicle

지금의 랜드로버는 로버 자동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단순하고 튼튼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였죠. 전쟁으로 인해 철이 부족하자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을 더해 차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만들어진 랜드로버에 이어 1948년 등장한 랜드로버 시리즈 I은 농업을 비롯해 여러 용도로 사용해도 무방한 다목적 자동차였습니다.

한때는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였을지 몰라도 그 당시 영국의 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 전쟁 직후에는 말이죠. 비포장도로가 많았을 테니 좋지 않은 노면 상황에도 어디든 갈 수 있는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높았겠죠. 그런 수요를 랜드로버가 잘 충족시켜주었고요.

랜드로버 시리즈 I을 시작으로 시리즈 II, 시리즈 III을 거쳐 랜드로버 90과 랜드로버 110 그리고 마침내 1990년 디펜더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디펜더는 이름과 형태가 변하더라도 그 본질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어디는 갈 수 있는 차였기에 거침이 없었고, 그래서 디펜더는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 단종될 때까지 말이죠.

Defender for modern age

그래서일까요. 2년 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의 복귀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42도 경사로를 하강하며 등장했었죠.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신형 디펜더의 디자인이었습니다. 1세대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는 CCO(Chief Creative Officer)로서 재규어 랜드로버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게리 맥거번은 당시 신형 디펜더를 두고 “과거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디펜더”라고 표현했었습니다. 그리고 디펜더만의 특별한 개성은 독특한 실루엣과 최적의 비율을 통해 강조되었고, 최상의 퍼포먼스까지 발휘한다고 강조했었죠.

더욱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게리 맥거번의 역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디펜더라고 하지만 원형의 본질적인 가치, 즉 견고함까지 잊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오리지널 모델의 디자인을 이어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브랜드가 시작되었던 그 때 우선되었던 그 가치도 변함없기에 신형 디펜더는 참으로 ‘근본’이 넘칩니다. 안팎으로 모두 다요. 디자인 연관성은 따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렇기에 디펜더가 전하는 이야기는 탄탄합니다. 험지를 돌파하면서 왜 굳이 그런 길을 택해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힘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더해지고 그 기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했으니까요. 이렇게 디펜더는 우리에게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감정으로 엮어진 관계는 더욱 끈끈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것처럼요.

마음보다 머리로 전하는 시승기는 Part 2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사진 / Nike News, Jaguar Land Rover Corporate Newsroom

이순민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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