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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G80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되었다. 지난 GV80의 사례처럼 외관 디자인을 부분적으로 다듬었다. 이중 메시가 적용된 그릴, MLA 방식의 헤드 램프, 새로 디자인된 범퍼와 휠 등으로 차이만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보다 확실한 변화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접목한 실내 인테리어에 있다. 제네시스 G80은 지난 1년간 국내시장에서 대략 4만 3천 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2016년 이래 누적 글로벌 판매량은 40만 대 이상, 제네시스의 주력 차종인 만큼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변화를 택한다.

G80은 제네시스의 기원이기도 하다. 2008년 현대자동차의 차종으로 제네시스 BH가 공개되었고, 2013년 제네시스 DH가 출시된다. 이후 2016년 제네시스 DH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이라는 차종으로 리뉴얼된 것이다. 3세대 프로젝트'RG3'가 제네시스의 '두-줄' VI가 확립된 이후 최초로 공개된 G80이었다. 2세대에 걸친 기간 동안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았고, 3세대부터는 본격적인 기업 브랜딩 전략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G80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제네시스가 3세대 G80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언어는 '역동적인 우아함'이다. 역동성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당연한 접근을 보인 것이다. 구동계를 종 방향으로 배치하는 후륜구동 세단은 기본적으로 앞바퀴와 문 사이의 거리가 길다. '품위 거리'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의 비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G80은 구조적으로 이 품위 거리가 길고, C 필러를 확장하여 트렁크 리드를 좁혔다. 덕분에 '롱 노즈 숏 데크' 라는 고급 세단의 정석적인 비율이 나타난다. 엔진을 전륜 전방에 배치하는 전륜구동 자동차와 다르게 프런트 오버행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차이도 있다.

이제 차별화는 '우아함'에 달려있었다. 우아함 내지는 고급감을 표현하는 다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제네시스만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네시스는 날개 모양의 '엠블럼' 자체를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접목시키기에 이른다. 오각형의 대형 그릴을 귀족의 '문장'에 비의하며 배치했고, 날개의 주름을 '두-줄'로 묘사하여 제네시스의 캐릭터를 형상화한다. G80의 전면 디자인을 보면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까지도 날개 형태의 프런트 마스크를 강조하고 있다. 보닛에서 뻗어나가는 포물선 형태의 라인은 리어 펜더로 연결되고, 편자 형태의 리어 엔드는 고급감은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을 더한다.

그리고 이번 제네시스 G80의 페이스리프트는 우아함을 더하는 과정에 가깝다. 우선 기존 3세대 G80과 디자인 레이아웃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윤곽선이나 헤드램프의 배치, 간격이 동일한 것이다. 대신 윤곽선 내부의 디테일이나 범퍼 형상 등의 변화로 완성도를 높인다. 전술한 내용처럼 G80은 이미 디자인에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미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준수하다면, 굳이 개발비용과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큰 변화를 가져올 필요는 없었기도 하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의 격자무늬가 두 줄로 변경되었다. 덕분에 마름모꼴 형태의 메시 패턴이 돋보이는 효과를 얻는다. 이 마름모꼴의 격자무늬는 'G-매트릭스'라고 하여 제네시스가 강조하는 자사만의 그래픽이다. 다이아몬드에 빛을 비출 때 형성되는 그림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헤드램프에는 MLA 램프를 적용했다. 초소형 옵틱과 웨이퍼, 실드, 니켈-크롬 증착 등 반도체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초소형 램프 디자인이다. 다만 MLA 렌즈가 선행되었던 G90과 다르게 라인 형태의 DRL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듯 MLA 램프의 본질은 더욱 슬림한 헤드램프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렴 고급스럽다. 헤드램프마다 크게 4개의 포인트로 구분되던 기존 프로젝션 LED 램프에 비해, 광원이 일렬로 나열되면서 수평성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아울러 입자가 세밀해지면서 두 -줄 중 아래 램프의 위치가 더 그릴 쪽으로 파고든다는 점을 직시적으로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디테일의 변화가 제네시스가 추구하던 '우아함'을 과시해 주는 효과로 돌아온다.

범퍼의 디자인은 다소 복잡해졌다. 거의 싱글프레임에 가깝던 에어 인테이크는 유지하지만, 양측에 에어커튼 홀을 추가했다. 또 차이점이라면 에어인테이크의 상단부가 사선형이 아닌 직선 형으로 마감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액세서리로 사용되던 크롬 바가 배제되었다. 새로운 범퍼 디자인은 크레스트 그릴의 윤곽선을 더욱 강조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수평선을 주로 사용한 것은 시각적인 안정감을 부여하는데 효과가 있다. 에어인테이크 양측에 에어커튼을 추가한 것은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보이게 유도하는 듯하다. 범퍼가 너무 툭 튀어나와 보인다면 균형적으로 불리해 보였을 것이다.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측면 디자인에 유의미한 변화를 알아보기란 어렵다. 명확한 차이점을 나열해 보자면, 신규 20인치 휠의 디자인 변경과 전후면 범퍼 디자인의 변화가 있겠다. 전면 범퍼를 집중적으로 바라보자면 확실히 에어커튼 홀 형상으로 인해 가벼워 보이는 인상이다. 우아함보다는 역동성에 치중하는 바다. 앞서 언급한 MLA 렌즈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측면에서 빛이 발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덕분에 사이드 리피터와 연결되는 DRL 라인은 얇은 두께가 보존된다. 이는 정제된 우아함이다.

새롭게 디자인한 휠은 기하학적인 형상을 토대로 개구 면적이 넓어졌다. 전면 범퍼의 사례처럼 스포티함을 가미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비율 자체가 훌륭하다 보니 사소한 리터칭 만으로 충분하다. 비율 자체는 건들 수도, 건드릴 필요도 없었다는 의미다. 헤드램프에서 시작되어 리어 펜더를 가로지르는 '파라볼릭 라인', B필러에서 리어 엔드까지 완만하게 연결되는 '패스트 백 루프', 이와 반대로 로커패널에서 리어 범퍼까지 완만하게 상승하는 가니시 몰딩은 '우아한 역동성' 그 자체다.

뒷모습은 더더욱 변화가 없다. 테일램프의 배치는 물론 그래픽까지도 동일하다. 엠블럼 대신 레터링을 배치한 점도 동일하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자체를 제네시스의 엠블럼처럼 활용한다. 범퍼의 디자인만큼은 크게 달라졌다. 양 끝 부분에 'ㄱ'자 형태의 단을 추가하여 입체감을 부여했다. 기존 밋밋했던 G80의 범퍼에 비해서는 확실히 정교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넘버 플레이트를 감싸는 부분이 아래쪽을 가면서 넓어지기 때문에 차 폭이 더욱 넓어 보인다.

머플러 팁은 생략되었다. 대신 하단부 전체를 차체 색상과 동일한 디퓨져로 감싸고, 그 테두리에 '오각형' 머플러 팁의 잔상을 남겼다. 이 머플러 팁은 제네시스의 오각형 그릴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범퍼와 디퓨져 사이에는 앞서 언급했던 G-매트릭스 형상의 그릴 메시가 부착된다. 머플러 팁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디퓨져 자체를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구성하니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상하단 테두리에 크롬 몰딩을 부착하여 '투-라인'을 강조한 점도 인상적이다.

외관 디자인에 비해 인테리어의 변화 폭이 더 크다. 기존처럼 수평 형태의 기조는 유지하고, 특히 '여백의 미'라는 디자인 테마는 답습하는 듯하다. 대신 매립형 클러스터와 센터 모니터를 하나로 통합한 27인치 OLED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다. 보통의 와이드 스크린이 가운데 베젤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네시스의 일체형 디스플레이는 진보적이다. 그만큼 인포테인먼트 UI에도 제네시스만의 고풍스러움과 직관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해당 레이아웃은 GV80 페이스리프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바 있다. GV80에 비해 G80이 센터콘솔과 대시보드 사이의 간격이 짧다. 즉, 센터페시아의 높이가 낮다 보니 디자인은 훨씬 단정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 사이 꺾이는 지점까지 센터콘솔의 어퍼 커버를 공유하여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다이얼 방식의 기어노브 디자인도 더 고급스럽게 다듬는다. 마지막으로 스티어링 휠의 변화도 언급하고자 한다. 3스포크 타입으로, 혼 커버 형상은 외관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오각형을 테마로 했다.

디테일을 강화하며 보다 우아해지고 스포티해진 G80 페이스리프트다. 단순 스타일링만을 더 한 디자인이 아니다. MLA 헤드램프나 기요셰 패턴의 엠블럼 등 디테일 요소들은 원가와 공정, 내구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학 기술이 뒷받침되어 있다. 사소한 심미성, 내지는 완성도의 차이라도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질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네시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높은 마진을 통한 수익을 더 고품질의 자동차를 설계하기 위한 사이클에 투자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큰 변화를 지양했다는 점은 그만큼 전기형 G80의 디자인이 훌륭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어쩌면 G80 페이스리프트의 변화는 마지못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디자인에 성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제품 생애 주기 연장을 위한 형식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특히 요즘에는 보수적인 성격을 고수하던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페이스리프트 시기에 다반의 변화를 추구한다. 결과적으로 G80의 변화는 '신차'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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