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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비즈니스 세단이자 준대형 세단, 5시리즈 530i Xdrive를 타봤다. 2023년 4분기, 한국 시장에 세계 최초로 출시된 바 있다.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는 만국에서 함께할 수 있는 시대다. 근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차세대 5시리즈를 최초로 접한 게 된 장소가 대한민국인 것이다. 유럽도 북미도 아니었다. 참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규모가 가장 큰 미국도 아니고, 생산국인 독일이 위치하면서도 네트워크가 집중되어 있는 유럽시장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현지 전략형 차종도 아니었다.



사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5시리즈가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된 국가라고 한다. 특히 F바디 5시리즈 시절에는 대한민국 수입차 연간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인구수 대비 판매 비율은 1위라고 간주할 수 있다. 중국의 인구수는 약 14억명, 한국 대비 대략 24배가량 높고 미국은 4억 명에 해당한다. BMW한국지사의 놀라운 성과였다. 그 요인은 다양할 것이다.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반일 감정으로 인한 일본 브랜드 약세, 저탄소 자동차 판매, 일부 과시적인 소비성향 등 한국 시장의 정서에 5시리즈는 최고의 자동차였다.



5시리즈 전 세계 판매량의 20%가 한국에서 소비된다. 하물며 한국 시장은 페라리, 벤틀리 등 하이엔드 브랜드의 차량 판매량도 세계 순위권 안에 빠진 적이 없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주력 차종을 데뷔시킨 해외 브랜드는 BMW가 유일무이하다. 여론을 따라 한국 시장에 수요가 많은 브랜드들은 당연히 한국시장을 제품 기획에 반영한다는 식으로 시장을 존중하는 표현은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몸소 한국시장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건 BMW가 최초, 해외 브랜드라는 점에 많은 제약이 있지만 5시리즈의 최초 공개를 결정한다.



해외 출신 다국적 기업의 한국 시장에 대한 존중은 정말 고마운 점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 'G60' 5시리즈라는 차가 정말 한국 시장을 위해 변화해 왔는지가 궁금했다. 물론 지금까지 잘 팔려왔고, 특별한 이변은 없고 한국인도 취향은 전부 제각각이다. 그래도 수요의 흐름이나 매스컴 여론을 보면 한국 시장에서 선호하는 통상적인 자동차의 성격이 있다. 그런 관점으로써 5시리즈의 첫인상을 바라보고자 했다. 우선 한국 시장의 정서를 잘 반영했다고 느낀 부분은 5M를 넘어서는 전장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95mm나 늘어났다.



유럽이나 일본 시장에 비해 한국은 큰 차의 수요가 높다. 물론 유럽과 일본은 지역마다 자동차 크기에 대한 세금 등의 규제가 강하고, 도로 인프라나 주차장 등 큰 차를 구매한다는 것 자체로 겪게 되는 불편들이 많다고 했다. 반면 계획적인 도시 인프라 구축과 경제부흥 이후 과시 문화가 발달한 미국은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영토에 따른 이동시간이나 유류비 등 환경적으로도 큰 차가 유리한 국가다. 한국 경제는 자동차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예로부터 부의 상징이자 미국 시장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게 느껴진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을 포함하는 주요 시장의 성격을 반영한 것은 부분이 맞을 것이다. 전장이 늘어난 만큼 휠베이스도 확장되었고, 2열 공간이 넓어졌다. 시트백 각도가 다소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차량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2열 레그룸은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1열에 무풍 에어컨이 적용되다 보니 독립 공조는 물론 B필러 에어벤트까지 구성된다. 아쉽게도 글래스 루프는 개방이 불가능하지만, 뒷좌석에서 느끼는 개방감은 '패밀리 세단'으로써의 가치를 향상시켜 준다.



핵심은 오직 기능성이 아닌 '멋'과 타협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한국 시장의 정서였다. 디자인만 갖고서는 누구의 취향이라고 특정하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7시리즈와 같이 세로형 그릴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나름 한국 시장의 취향도 고려되어 있다고 본다. 여담으로 미국은 세로 그릴이 적용된 4시리즈의 판매량이 더 높기도 했다. 물론 쿠페와 세단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으나,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세로 그릴에 대한 다수 여론이 긍정적이진 않았다. 과감한 도전을 지양했음에 논란도 없었다.



실내 디자인에 대해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담았는가 역시 심미적 관점은 정답을 논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BMW 골수 팬들이 원하던 5시리즈의 모습은 아닐 수 있겠다. 직관적 버튼 배치 대신 터치 인터페이스를 접목하고, 심지어 기어 노브도 토글식으로 변경된다.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지금껏 BMW의 성장은 대중성과도 명확한 상호 관계가 있긴 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BMW가 입지를 굳건히 했던 F바디 5시리즈는 가장 BMW의 가장 대중적인 변화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인 국가다. 인구의 90%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 사실적으로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가장 적은 국가라는 점이다. 즉 한국 시장을 배려하는 데 있어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리스크는 높지 않았다. 사변적으로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간결한 디자인 덕분에 세련된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고, 주요 기능들은 디스플레이 하단 바와 센터 콘솔에 배치되어 있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운전석을 바라보는 건 BMW 고유의 성격에 유래했다.



그리고 한국을 위한 5시리즈라는 점을 시사하고 싶었던 이유는 '승차감'에 있다. 승차감이 이전 세대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심지어 M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된 530i MSP 모델인데도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F바디 5시리즈부터 '비즈니스 세단'으로써 안락한 승차감을 지향한 바 있고, 그런 성격은 G30 5시리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G60 5시리즈는 댐핑 스트로크 자체가 길어진 감각이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차체가 어느 정도는 흔들리면서 충격을 능통하게 흡수하여 준다.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통통 튀는 느낌, 리바운싱 대신 충격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이 감소했다. 핸들링도 가볍다. 마냥 부드러운 세팅이라는 표현은 아니다. 강성 계수가 낮아졌지만 딱히 불필요한 움직임을 허용하진 않았다. 현가장치는 충격 흡수라는 목적에 탁월하다. 스포츠 모드의 스티어링은 여전히 무겁다. 그래서 안정성이 크게 반감된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아무렴 주행감은 경쾌했다. 48V MHEV 시스템으로 출력을 소폭 증강했는데, 급가속 시 차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도 경쟁 차종에 비해 덜 하다는 생각이다.



좋은 승차감이라는 표현은 참 모호하다. 취향껏 달라지는 법이니, 그래도 국내 소비자분들은 충격 흡수에 유리하고, 체력 소모가 적은 승차감을 선호하는 편이다. 앞서 큰 크기의 자동차를 원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운전의 재미보다는 차량 자체의 편리함과 과시성에 가치를 두고 프리미엄 세단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 시장의 고급 준대형 세단 판매량만 보아도 G80과 ES, G90의 판매 비중이 꽤나 높은 편이다. 실구매가가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닙니다. 때문에 5시리즈의 승차감 또한 한국을 비롯한 주요 판매국을 위한 세팅에 치중되어 있다고 느꼈다. 단적으로 위 예시에 든 차종들은 유럽시장에서 실패했다.



원래 M스포츠 패키지는 스포츠 세팅을 지향하는 트림이다. 컴포트한 승차감을 지향하는 럭셔리 트림과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MSP를 기본등급으로, 아이코닉 글로우나 하만 카돈 오디오, 아무렴 디자인 패키지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그저 럭셔리 트림의 상위트림으로 여겨지는 측면도 있다. MSP 모델에서 승차감을 부드럽다고 느꼈다는 점에 정말 한국 시장에 특화된 준대형 세단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BMW를 상징하는 기민한 움직임이나 정교한 코너링 세팅도 논외 된 성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품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된 5시리즈의 제품성에 대해 글을 작성해 보았다. 사실 한국인의 취향이라는 글의 주제 자체는 오류가 있었다. 모든 사람의 취향은 통합되지 못하니, 감히 필자의 사견을 한국인의 취향으로 대변할 수 없다. 대신 크기가 크고, 편안한 승차감을 바라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은 고급 자동차의 판매 동향으로써 증명할 수 있다. 차세대 BMW 5시리즈는 그런 한국 시장의 수요 동향에 특화되어 있다. 2024년 1분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E클래스, G80 페이스리프트와의 경쟁이다. 5시리즈의 성과는 기대해 볼 만하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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