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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와 M을 마그마!’, ‘M이랑 AMG을 이어서 순서 바꾸면 MAGMA?’, ‘마! 그마 해라’.

지난주 미국 뉴욕에서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콘셉트카가 공개되었는데요. 제네시스의 네이밍에 대한 찬사(?)가 눈길을 끕니다. 넓고 낮은 차체부터 와이드한 펜더, 리어윙 스포일러, 차별화된 배터리까지. 하이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더해진 모습에 걸맞은 이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그마는 지하에 고온의 용융 상태로 존재하는 암석 물질이니까요. 최고 1600도까지 올라가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온도가 가장 먼저 연상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그마를 선택한 이유는 나름 역사가 있는 제네시스의 주황색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7년 전 뉴욕에서 베일을 벗었던 제네시스 쿠페 콘셉트의 컬러는 바로 주황색. 지난해 공개됐던 GV80 쿠페 콘셉트도 주황색이었죠. 기존 모델보다 속도감 있게 표현할 때 사용됐던 색깔이었던 셈이죠.
어찌 됐든 제네시스는 마그마가 확정된 이름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마그마는 고성능 브랜드가 아니라 고성능 트림이라면서요. 그래요. 번지르르한 이름보다 중요한 건 탄탄한 내실 아니겠어요. 제네시스는 모든 동력 체계에서 마그마를 구현할 것을 고민 중이라면서 ‘기존과는 다른 결’을 강조했습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마그마를 선보인 자리에서 ‘고성능 럭셔리가 제네시스의 뉴 챕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그마의 지향점은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를 비롯한 전통적인 럭셔리 고성능과 다르다고 덧붙였는데요. 브랜드의 철학인 역동성 있는 우아함을 진정으로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성능 향상을 도모하겠지만 기존 모델보다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라라고 해서 경쟁사보다 0-100km를 돌파 시간을 줄이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며. 중요한 건 편안함과 신뢰라면서 보다 감성적으로 어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 패턴은 변하게 됩니다. 브랜딩 부티크 PRFD에 따르면, 의식주에 충실한 생존을 위한 소비가 주를 이루는 국민 소득 1만 달러 시대와 달리 2만 달러에 이르러선 유명 브랜드의 소비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3만 달러 시대엔 문화 소비가 더욱 두드러지고요. 본질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던 소비는 여유가 생기면서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게 되고 스스로를 내외적으로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바뀌어 갑니다. 가치를 소비하게 되는 거죠.

이동 수단이라는 본질을 넘어 하나의 기호로 소비되는 자동차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국산차 한정,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는 그랜저입니다. 아무리 싸게 사더라도 4천만 원이 넘는 차가 11만 대 넘게 팔렸죠. 수입차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랜저가 현대차의 가장 럭셔리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소비는 단순히 필요에 따른 기능에 충실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브랜드로서 비물질적 요소 그리고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서 존재 당위성을 찾습니다. 얼마 전 출시된 G90 블랙은 좋은 예입니다. G90 블랙은 볼트마저 검은색으로 처리할 만큼 내 외관 포장에 신경을 썼는데요. 이는 신비롭고 위엄 있는 블랙 컬러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최상위 트림으로서 고급스러운 우아함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가져가기 위함입니다.

고성능 모델도 다르지 않습니다. 더 빠르고 강력한 퍼포먼스 실현은 기능 못지않게 기호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동화의 시대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배터리로 인해 내연기관보다 무거운 전기차를 고성능 모델로 바꾸는 데에는 기술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한다는 건 브랜드 입장에선 넥스트 레벨인 것이죠. 기술력 입증과 함께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굳이 감성에서 마그마의 존재 이유를 찾지 않았겠죠. 자동차의 마력, 토크, 연비, 가격 등 숫자로 효율을 따질 수 있는 것을 이성이 영역이라 한다면, 브랜드나 디자인처럼 개인적 취향에 크게 좌우되는 부분은 감성이 개입하는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감동, 호기심과 같이 특정 대상에 대한 유의미한 감정적 변화를 일으켜 몰입을 유도하는 것들이요.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자동차 브랜드가 성공하긴 위해선 소비자들에게 ‘상상력과 꿈을 자극하는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성공하긴 위해선 기술적 혁신에 기반을 둔 형태와 구조만으로 ‘인기 상품’이 되긴 쉽지 않다는 거죠. 그는 뛰어난 성능과 훌륭한 품질 그리고 예쁜 외모뿐만 아니라 ‘전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능과는 관계가 없더라도 ‘제품에 또 다른 힘’을 불어넣어 주는 이야기요.

1980년대 이전까지 특별할 것 없던 아우디가 콰트로를 달고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간 도전은 전설이 되어 차별화된 특색을 가진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처럼 브랜드만의 도전과 성공은 전설이 되어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 구상 교수의 설명입니다.

영화 ‘포드 v 페라리’에서 리 아이아코카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 기준) 3년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자리에서 그가 돌파구로 제시한 것은 바로 페라리. 당시 르망24시에서 5년간 4번 우승을 차지한 페라리는 사람들에게 승리라는 의미를 심어줬고 그들은 그 승리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면서, 포드도 레이싱 대회에 나가 이와 같은 서사를 브랜드에 담아야 한다고 말이죠.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제네시스 마그마. 기존과는 다른 결을 추구한다면 감성을 적시는 서사가 깃든 이야기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콘셉트 공개와 함께 시작된 조롱을 찬사로 바꿀 수 있는 설레는 전설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참고로 반박 시 님 말이 다 맞아요.

글 이순민
사진 HK PR CENTER, Audi MediaCenter

이순민

royalblue@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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