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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가치를 기획하고 정의하는 건 기업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를 평가하고 수용하는 건 대중들이다. 1960년대 미국 경제부흥기에는 '뱃지 엔지니어링' 전략이 통했다. 자동차의 내실을 가꾸지 않고, 화려한 익스테리어 컨버전과 재력을 표현할 수 있는 엠블럼만을 사용한다면 탄탄한 수요층이 생겨났던 것이다. 공정 간소화 및 판매량 증가, 마진율 극대화라는 이상적인 사업 성과가 버블 경제에는 가능했다. 지금도 사회적 지위와 차량의 품질을 내포하는 리뱃징 전략은 얼마든지 유효할 수 있다. 대신 소비자들은 보다 영리한 소비를 할 뿐이다.

레거시 브랜드의 가치는 긴 시간 정립되어 왔다. 다만, 비교 우위에 있는 브랜드라도 부가가치에 걸맞지 않은 품질을 보인다면, 영리한 대중들의 인식과 가치 하락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즉, 브랜드 가치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마진율이 높은 자동차는 그만큼 명백한 차이와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생산하는 소형차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생산성으로 밀어붙이는 소형차 시장에서 QC를 내세운다는 건 수요의 흐름에 역행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품질 저하와 브랜드 가치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품는다.

아우디는 2020년 제4세대 아우디 A3를 공개한 바 있다. A3는 폭스바겐의 골프와 플랫폼 아키텍처를 공유하는 C 세그먼트 해치백이다. 이후 수요층 확보를 위해 A3 세단을 파생시켰고, 2022년에는 한국 시장에도 출시하기에 이른다. 아우디 A3는 1996년부터 양산되어 왔고, 특히 해치백의 수요가 많은 유럽 시장을 타게팅 했다. 대신 폭스바겐 그룹과 부품을 공용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별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디자인으로 시작해서, 엔진 및 파워트레인 성능, 부품 강성, N.V.H 대책, 옵션 및 트림 구성 등, 그래서 A3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세단이었다.

시승 차량은 아우디 A3 세단 40 TFSI Premium S Tronic 트림이다. 현재 아우디 A3는 2.0L급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 모델로만 판매 중이다. 트림 구성은 기본 사양과 프리미엄으로 나뉜다. 프리미엄의 경우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로 범퍼, 휠, 그릴 등 디자인 변경이 있으며 실내에도 헤드라이닝 마감, 스포츠 시트 등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또 버추얼 콕핏, 엠비언트 라이트 등 옵션 사양에도 변화가 있다. 현 시점부로는 페이스리프트가 공개되었다. 부분적인 변화가 있고, 아우디 코리아의 뒤늦은 신차 출시는 매번 아쉬움을 삼기도 한다.

전면 디자인은 육각형의 모노 프레임 그릴을 중심으로 레이아웃이 짜여 있다. 'ㄱ'자 형태의 LED 헤드 램프는 섬세하고 복잡한 그래픽 덕분에 느껴지는 디지털 감성이다. 그리고 보닛과 범퍼가 맞닿는 부분을 마치 에어덕트 형상처럼 디자인했다. 즉, 단차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점이 마음에 든다.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의 범퍼는 에어 인테이크를 입체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차량에 적용된 메시 타입 그릴은 허니컴 스타일로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개인적으로 A3에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는 필수라 생각했다.

측면 디자인은 후면부로 갈수록 차고가 높아지는 형상이 독특하다. 아무래도 전륜구동 세단인 만큼 프런트 오버행 대비 휠베이스가 짧은데, 최대한 프런트 마스크를 낮게 배치하여 역동적인 차체 윤곽선을 구현한 것이다. 엔트리 세단임에도 캐릭터 라인은 꽤나 화려하다. 깊은 굴곡으로 앞뒤 펜더를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로커 패널의 형태가 역동적인 스탠스를 조성해 주는 듯 하다. 소형 차량임에도 트렁크와 C 필러가 완벽히 분리된 노치백 세단의 전형을 유지했다. S라인 패키지의 18인치 휠 디자인도 멋스럽다.

뒷모습은 확실히 전면에 비해 전고가 높고 뒷유리 면적이 좁다. 그래도 바디 볼륨이 강조된 형태라 여전히 차량은 날렵하고 경쾌해 보인다. 트렁크 리드 끝부분을 마치 립 스포일러 형상으로 디자인하여 스포티한 실루엣이 나타나기도 한다. 테일라이트도 헤드램프처럼 'ㄱ'자 형상인데 두께가 더 얇다. 간결한 형상이지만 역시 내부 그래픽이 정교한 인상을 준다. 리어 범퍼는 디퓨져와 트윈 머플러 팁, 리플렉터, 에어덕트 형상의 액세서리가 빽빽이 차있어 따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마치 비행기의 '콕핏' 같은 운전자 중심의 구성이다. 대략 10인치 크기의 MMI 디스플레이는 컴퓨팅 성능을 대폭 강화했고, 디지털 클러스터는 버추얼 콕핏까지 지원한다. 대시보드는 알루미늄 소재가 적극 활용되었고, 센터 콘솔 등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을 통해 고급감을 키웠다. 변속기 또한 토글 방식으로 고급스러움과 실내 공간감을 개선하고 있다.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비교적 직경이 작은 편이지만 그립이 두껍고 패들 시프트를 포함하며,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칼럼식으로 활성화할 수 있었다.

뒷좌석은 의외로 공간감이 굉장히 좋았다. 차체 크기 대비 레그룸이 넓은 편이었고, 센터터널도 높지 않았다. 1열 시트가 스포츠 시트라 다소 두껍고 헤드레스트도 일체형이지만 답답하다는 느낌이 딱히 없었다. 편의 장비는 암 레스트와 USB 충전 포트, 에어벤트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전륜구동에 토션빔 조합인 만큼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깊이가 깊고 평탄화 처리도 잘 되어 있다. 매트 아래의 잔여 공간도 넓다. 전체적으로 옵션이나 내장재가 화려하진 않아도 운전석 공간에서만큼은 미래적이고 매력 있는 디자인이란 생각이 든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만큼 소음과 진동은 크지 않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단인 만큼 차음 대책에 있어 신경 쓴 부분이 있기도 하겠지만, 명확한 차이는 고속에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체급치고는 고출력 엔진을 탑재한 만큼, 분명 발진감이 꾸준하고 매끄럽다. 40TFSI 2.0L 엔진은 가솔린 직접분사 방식에 싱글 터보를 채택했다. 최고 출력 204HP, 최대토크 30.5Kg.m의 퍼포먼스로 제원상의 성능과 균형은 훌륭하다. 동력 전달은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S트로닉이 담당한다. 공인 연비는 13Km/L로 준수하다.

엑셀을 조금만 깊게 밟아보면 쉽게 탄력이 붙는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재빠르게 반응하며 운전자의 의도를 뒤따라준다. 응답 지연이 없고, DCT의 단점인 저단 울컥거림이 잘 억제되어 있는 편이다. 그리고 섀시 감각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세단보다는 해치백의 성격으로 쇽업 쇼버의 감쇠력이 꽤나 단단했다. 미세하게 노면을 긁는 느낌이 전달될 정도로 평온한 승차감보다는 노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 주는 타입이다. 그에 맞게 스티어링 감각도 꽤나 무거운 편이고 급격한 핸들링에도 차체는 기민하게 반응해 준다.

폭스바겐 그룹의 MQB 플랫폼을 활용하여 전륜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토션빔 방식이다. 애초에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충격 흡수에 불리한 구성이긴 하다. 억지스럽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표방하지 않고, 아우디의 스포츠성을 부각한 주행성이 마음에 든다. 전륜구동이 트랙션이나 밸런스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가벼운 무게는 강점이다. 꽤나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조향감은 뉴트럴 타입으로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조향감이 더욱 즉답적이다. 제로백은 7초, 다이내믹 모드를 켜면 휠은 더욱 묵직해진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부밍음이 조금 더 크게 유입된다. 다만 긴장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사운드는 아니다. 특이한 점은 풀 스로틀 감각도 중형차량 이상의 체급처럼 느껴진다. 초반 가속의 경쾌함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속도계를 올린다. 초반 가속감에 집중된 여타 경량 세단과 달리 고속까지도 리니어 한 펀치력이 느껴지는 셈이다. 다소 오버 스펙 엔진이 탑재된 만큼 출력 곡선을 보정한 것 같기도 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차음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예상보다 트랙션을 견고하게 이끌고 크게 거슬리는 소음도 없다.

또 차체가 가벼우니 제동성능까지도 즉답적인 느낌이다. 물론 국산 세단에 비해서는 답력이 높아야 하지만 그 이상의 성능이다. 한편, 방지턱이나 요철, 비탈길에서는 진동과 충격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안정성과 반비례 하는 법, 의식하고 주행한다면 불쾌함까지 느껴질 수 있다. 전적으로 오너 드리븐 세팅이고, 편의성 관점에서 2.5레벨 급 ADAS나 HUD의 부재 등 가격대비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기도 하다.

아우디 A3 S라인 패키지를 시승했다. 카리스마가 확실한 디자인은 작은 체급을 의식하지 않는 듯 하다. 그런 탈 체급의 정교함은 승차감도 동일했다. 파워풀한 가속감과 든든한 안정감, 기민한 핸들링은 대중형 세단에서 느껴볼 수 없는 완성도였다. 물론 원가의 한계도 명확하다. 단단한 승차감은 다수 소비자들의 성격에 능통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상위 차종처럼 특성 변화를 자유롭게 조율하지 못한다. 다만, 진입장벽이 낮은 세단에 스포츠 성향을 고집한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의 가치에 편승하였기에 가능한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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