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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0월 2일 ~ 2014년 2월 28일까지 '배터리 자동교환 전기버스' 시스템이 포항에서 시범운행 됐다. 전기버스 상부의 배터리를 미리 충전된 다른 배터리로 자동교환해 주는 시스템으로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시범운행이 끝나고 1년여가 지난 지금. 배터리 자동교환 버스의 시범운행 결과를 확인해 보기 위해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 물류학부 김원규 교수를 만났다.
글_ 이후상 기자


배터리 자동교환 전기버스 프로젝트를 어떻게 맡게 됐나?

프로젝트의 시작은 2012년이었지만 개인적으로 2010년부터 관심을 가졌었다. 당시 저속전기자동차를 통해 전기자동차를 보급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그대로 가면 제대로 된 전기자동차 보급을 시작도 해보기 전에 안 좋은 인식만 남기고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전기자동차가 제대로 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했다.

제대로 된 교통수단의 기준이 무엇인가?

전기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과 경쟁하려면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본적인 편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존 내연기관은 주유소에서 5분 정도만 주유하면 500km 이상을 주행 할 수 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은 돼야 경쟁이 되지 않겠나?

배터리 교환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처음에는 무선충전 방식도 검토해 봤다. 하지만 에너지 손실이 너무 크고 충전 시설들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 안전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전기자동차의 이미지는 친환경인데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에너지 효율이 낮으면 더 이상 친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무선충전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이 높은 방식인 배터리 교환 방식을 선택했다.

꼭 자동 교환이어야 하는가?

중국에서 수동으로 배터리를 교환하는 버스를 운영한 사례가 이미 있었는데 반응이 별로였다. 아직까지 배터리의 효율은 화석연료보다 많이 떨어진다. 전기버스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무게가 개당 약 1.4~5톤 정도 되는데, 장비를 이용한다고 해도 공간이나 정확도 등 여러모로 수동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버스 상단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데 주행 안정성에 문제가 있지 않나?

무게중심이 불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장소는 승객들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격리된 공간이 필요했고, 자동교환 시스템 구축의 용이성을 위해 배터리를 상단에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혹시 모를 폭발이나 화재 시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이다. 실제 운행하면서 안전에 대한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일상적인 운행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승용차가 아닌 버스인가?

전기자동차는 절대 민간보급부터 시작할 수 없는 시장이다. 버스의 경우 규모가 있고 운행 노선과 거리가 정확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이 승용차보다 쉽다. 때문에 초기 도입에 있어 버스가 가장 적합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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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중점을 둔 사항은?

내연기관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배터리의 특성상 종점에서만 배터리를 교환하면 운행 거리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류장에서 빠르게 교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현재 교환소의 크기는 버스 중앙차로 정류장보다 약간 큰 수준이고, 교환시간은 30초 이내를 목표로 했으나, 교환기기의 내구성과 안전 등을 고려해 약 70초로 맞췄다.

지난해에 테스트를 끝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포항에서 19km와 23km 2개 구간으로 시범운행을 한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포항시는 기존 셔틀버스를 대체한 22km 구간을 시범운영 종료 후에도 지속해서 운영 중이며, 충전소 추가설치(현재 2개) 등 추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김포시와 제주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버스노선이 복잡한 서울에도 도입할 수 있을까?

광역버스를 제외한 시내버스의 노선 평균거리가 60km 정도이고,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버스의 운행 가능 거리가 80km 정도다. 안정성을 위해 50%의 주행만 해도 반환점에서 교환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워낙 통행량이 많아 교환기의 고장 등 시행착오가 생길 경우 여파가 크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른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안정성이 입증되면 서울시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배터리 자동교환 버스 프로젝트의 다음 행보는?

앞으로는 기술적인 개발보다 제도적인 고도화가 필요하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포항시와 제주도에서 전기 상용차 상업 운영의 첫 케이스가 시작되는데, 안전에 관련된 부품들은 인증을 거치고 차량과 시설물에 대한 정기검사를 시행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추가로 배터리 교환소를 공공시설로 도시계획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당부

국내 전기상용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안전을 비롯한 관련 체계와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초기에 부작용 없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한다.

 

이후상 기자

pollar@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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