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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1999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래 현대차와 기아차의 관계를 묘사하는 말입니다. 이 두 회사는 모두 현대자동차 그룹 소속으로서 복잡한 지배 구조로 얽혀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구매, 홍보에 있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둘의 관계가 마냥 상호 협력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개발은 동시에, 생산-판매는 따로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활동은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남양연구소 직원들은 현대차 직원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봤을 때 기아차가 현대차에 연구개발용역을 위탁한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플랫폼 등 공통된 부분은 같이 개발하고 개발비를 분담하는 구조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연구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별개의 법인이기 때문에 생산과 판매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기아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싼타페를 위탁 생산한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두 회사의 생산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당연히 노사간 임금,단체 협상도 별도로 진행합니다.

국내 판매에 있어서 두 회사는 서로가 서로의 최대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신경전을 자주 벌이기도 합니다.

피할 수 없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시장을 총괄하는 조직은 “국내영업본부”입니다. 이들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 같이 있는 것이 아닌 삼성동(현대차)과 압구정동(기아차)에 각각 위치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엄연히 경쟁 관계의 회사이므로 영업 비밀 유지와 공정 경쟁을 위해서는 이렇게 별도로 위치하는 것이 올바른 일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같은 그룹사 소속인만큼 두 영업본부간에 사이가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만큼 두 영업본부의 사이는 마냥 좋을 수는 없습니다. 위의 테이블에서 나타나듯이 대부분의 세그먼트에서 서로가 최대의 경쟁 상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타사보다 자주 맞부딪히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사의 판매를 책임지는 임직원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에게 지는 것은 결국 본인의 실적이 떨어지는 것이고 그로 인해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를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의외로 두 영업본부는 서로 정보 교류가 활발하지 않습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경쟁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정보 교류 행위는 담합으로 보일 여지가 있으므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또한 직원들 역시 입사 때부터 소속이 달라 신입 사원 연수를 제외하고는 타 회사의 영업본부 소속 직원들과 교류할 계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싫어하는 관계

국내 판매에 있어 최대의 라이벌인 만큼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일도 굉장히 빈번합니다. 일례로 2015년 K5가 '2개의 얼굴, 5개의 심장'이라는 슬로건으로 홍보를 시작하자 쏘나타는 곧바로 '7개의 심장'이라는 문구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며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반대로 기아차는 2014년 올뉴 쏘렌토를 출시하면서 자사의 글로벌 품질 센터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등 품질을 유독 강조하면서 싼타페의 누수 사건을 간접적으로 환기시켜 현대차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쟁과 협력 그 미묘한 사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같은 그룹사 소속이더라도 타겟층이 겹치기 때문에 시장이 한정되어 있을수록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 판매에 있어서는 협력적 관계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올해 역시 이러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차에서는 K3를 통해 아반떼 공략에 나서며, 현대차는 싼타페를 통해 쏘렌토 공략에 나섭니다. 이 두 시장은 특히나 서로를 제외하고는 딱히 엄청난 강자가 있는 시장이 아닙니다.

쉐보레, 쌍용, 르노삼성의 2018년 행보도 주목할 만 하겠지만 현대-기아차간의 뜨거운 신경전을 지켜보는 것도 2018년 자동차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