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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결국 국내 자동차 공장 가동을 멈추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건강이 중요하겠지만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국내 자동차 제조 공장 현황을 살펴보자.

일단 공장이 멈춘 이유는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라는 부품의 재고 부족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 곳곳에 설치하는 배선 뭉치로 동물에는 핏줄로 비유할 수 있다. 부품을 국산차에 납품하는 회사들은 단가 등의 이유로 생산 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있다. 물론 중국에서 생산되는 다른 부품들도 많다. 하지만 와이어링 하네스는 수작업 생산이 많으며, 다량의 재고를 쌓아두기 어려운 구조로 가장 먼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현대·기아차

가장 먼저 가동이 중단된 곳은 지난 4일, 제네시스 G90과 G80, G70 3개 모델이 생산되는 울산 5공장 1라인이다.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 4공장 2라인도 이날부터 11일까지 휴업이 결정됐다.

코나와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은 5∼11일,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 5공장 2라인은 6∼11일까지 가동이 중단된다. 팰리세이드, 싼타페 등이 생산되는 울산 2공장은 7~10일, 아반떼 i30를 만드는 울산 3공장은 7~11일까지 각각 문을 닫는다.

차질은 울산 공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랜저와 쏘나타를 만드는 아산 공장은 7~11일, 트럭과 버스를 담당하는 전주 공장도 6~11일까지 가동이 멈춘다.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 공장은 7일 모든 라인이 중지됐다. 파업이 아닌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이 중단된 것은 1997년 만도 공급 차질 이후 23년 만이다.

기아차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 셀토스, 스포티지, 쏘울을 만드는 2공장에는 아직 지장이 없다. 다만 봉고는 30%를 감산하고 있는 상황. 차주를 넘기면 2공장의 생산 물량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

가동 중단을 결정한 브랜드는 쌍용차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가동이 전면 중지됐다. 일단 휴업 기간은 오는 12일까지 1주일로 공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미지수로 중국 내 부품 생산 공장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 상태다.

쌍용차는 와이어링 하네스 전량을 레오니 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에서 공급 받는다. 생산 공장은 중국 옌타이에 위치한다. 납품받는 물량이 분산되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에 차질의 장기화 가능성도 충분한 상태다.

한국GM

한국GM 부평 공장은 지난 1일과 2일 특근이 취소됐다. 다른 브랜드와 달리 설 연휴 후 2일 늦게 공장이 가동된 탓에 이번 주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시점에 부품 수급 문제는 크게 작용될 수 있다.

르노삼성차

르노삼성은 지난 5일,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11일 정도 2~3일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멕시코 등 르노그룹 글로벌 협력 업체에서도 부품을 공급받고 있어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시간 문제다. 사태가 길어져 다른 부품 수급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면 공장의 가동 중단은 막을 수 없는 상태다.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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