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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스텔라의 최상급 모델 '소나타'로 첫선을 보인 후 7세대 모델까지 출시된 쏘나타. '대한민국 중형차 = 쏘나타'라는 인식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성장해 올해 11월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기념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300대 한정 모델인 '쏘나타 와일드 버건디' 에디션을 출시했다.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찾아 쏘나타의 30년 역사를 한몸으로 느꼈다.
글_이후상 기자


쏘나타의 시작을 알린 '소나타'(당시 이름)가 전시장 5층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1985년 11월, 대우 '로열'에 대항하기 위해 스텔라의 최상위 트림으로 출시됐다. 미쓰비시 자동차 공업의 1.8L와 2.0L 시리우스 엔진을 얹고, 크루즈컨트롤, 파워 시트, 헤드램프 워셔, 파워 브레이크, 전동 조절식 아웃 사이드미러 등 고급 사양을 적용하여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등장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 신성일이 1호 계약자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중형차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베이스 모델 '스텔라'와 차별화에 실패하고 '소나 타는 차'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출시 3개월 만에 '쏘나타'로 개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1987년까지 투톤 외장 색상과 트립 컴퓨터를 적용하는 등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그해 12월에 단종됐다. 1세대 쏘나타는 쏘나타 역사의 시작이지만 흑역사이기도 한 셈. 현대 스스로 2003년까지 1세대 쏘나타는 쏘나타의 계보에서 제외하기도 했었다.

스텔라와는 전혀 다른 전륜구동 방식의 수출 전략형 모델로 개발되어 1988년 6월에 출시된 2세대 쏘나타는 1세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부르기 쉽다는 미국 딜러들의 의견에 따라 그 이름을 이었다. 수출 전략형 모델이 아니었다면 쏘나타의 역사는 1세대의 흑역사로 끝날 뻔 했던 것. 1세대 그랜저의 전륜구동 메커니즘을 채용하고, 에어로다이나믹 디자인을 적용해 공기저항계수(Cd)를 0.32로 낮추는 등 1세대 쏘나타에 비해 훨씬 진보했다. 1세대와 마찬가지로 1.8L와 2.0L 시리우스 엔진을 얹고 5단 수동변속기 혹은 4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뤘다. 2.0L 엔진의 경우 최고 120마력, 최고속도 174.5km/h의 성능을 뽐냈다. 더불어 8인치와 9인치 부스터 2개를 조합해 제동력을 높인 텐덤부스터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북미 시장에 맞게 세팅된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국내에서도 경쟁 차종에 비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1989년에는 연간 판매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쏘나타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 더불어 1989년에는 캐나다 퀘벡 브로몽에 현지 공장을 세워 국내에서 개발된 승용차 최초로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에서 생산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93년 5월에 출시된 쏘나타2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어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60만 대 가까이 판매되었다. 이는 중, 장년층은 물론 젊은층에서도 사랑받았기 때문. 당시 성행했던 오렌지족과 야타족이 즐겨타는 차로도 인기가 높았다. 접이식 사이드미러와 운전석 에어백이 최초로 적용되고 조수석 에어백과 ABS, ECS, 전자식 EQ 내장 오디오 등을 추가 적용하며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1995년 8월에는 금장 엠블럼과 15인치 알루미늄 휠, 205mm 광폭타이어, ABS 등이 기본 적용된 골든 팩 트림이 추가되었다. 이후 출시된 쏘나타3는 4세대 모델로 오해하기 딱 좋도록 모델명 뒤의 숫자를 바꾼 네이밍을 사용했지만, 엄연히 페이스리프트 모델. 헤드램프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모스크바 모터쇼에서는 최우수 자동차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1996년에는 쏘나타3의 판매량에 힘입어 쏘나타의 누적 판매량이 100만 대를 돌파했다. 3세대 쏘나타는 파워트레인을 수입하여 장착한 마지막 모델이기도 하다.

1998년 3월에 출시된 EF쏘나타는 프로젝트명을 네이밍에 적용한 최초의 쏘나타로 파격적인 디자인과 CD체인저 오디오, 시트 내장형 유아 안전 시트, 1열 사이드 에어백 등 최신사양이 적용되었다. 1.8L와 2.0L 엔진은 미쓰비시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자체 개발한 V6 2.5L 델타 엔진과 국내 최초로 TCU(Transmission Control Unit)가 적용된 HIVEC(Hyundai Intelligent Vehicle Electronic Control) 4단 자동 변속기도 함께 사용했다.

더불어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로부터 엔진을 공급받던 입장에서 공급하는 입장으로 전환된 시기이기도 하다. 전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승차감이 향상되고, 진주색 외장이 처음 적용되었다. 2000년 9월에는 CVT(무단변속기)가 추가되기도 했지만, 판매량이 적어 현재는 보기 힘든 희귀 모델이다.

NF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잘 알려진 5세대 쏘나타는 2004년 9월 서브네임을 모두 털어내고 담백하게 '쏘나타'로 출시됐다. 캠리, 알티마, 어코드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개발되어 품질이나 성능 등 여러 면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 2.4L 엔진은 물론 2.0L 엔진까지 독자 개발한 세타 엔진으로 대체되었으며 3.3L 람다 엔진을 적용한 최상급도 나왔다(하지만 판매량이 극히 적어 현재는 국내 도로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 모델이다). 커튼 에어백과 차체자세제어 장치가 적용돼 안전성을 높이고, MP3를 직접 재생시킬 수 있는 카오디오가 장착되었다. (이때부터 편의사양은 발군이었다)

같은 해 9월 일본에서도 판매가 시작됐고, 일본 산업 디자인 진흥회로부터 수입 승용차 부문 굿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5세대 쏘나타는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는데, 2.4L 모델 중 F24S는 스포티 트림으로 출시되어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세금 체계의 영향으로 2.4L 모델 판매량 자체가 미미했고, 2006년 1월에는 쏘나타 최초로 디젤 엔진을 적용하기도 했지만, 역시 판매 대수는 신통치 않았다. 쏘나타 트랜스폼으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자가용은 2009년 9월에 6세대에 자리를 넘기며 단종됐지만, 영업용(택시)은 꾸준한 인기로 2014년 3월까지 판매됐다. 쏘나타 30년 역사중 1/3 이상을 책임진 최장수 모델이다.

2009년 9월에 출시된 6세대(YF) 쏘나타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처음으로 적용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난'을 테마로 한 디자인으로 난의 품격있는 선을 쏘나타에 접목했다고 주장하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삼엽충' 디자인으로 더 유명하다.

2011년 북미 시장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토요타와 혼다의 생산 부진에 힘입어 중형차 시장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기아 K5에 밀려 처음으로 월간판매 1위를 놓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쏘나타 최초로 2.4L GDi(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2.0L 터보 엔진이 적용되고, 국내 최초로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2014년 3월에 출시되어 현재까지 판매 중인 7세대 쏘나타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2.0 디자인을 채용하면서 안정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6세대의 뼈아픈 트라우마를 걷어냈다. 7세대 쏘나타에 현대자동차가 집중한 부분은 질적 성장. 즉, 겉치장보다 안전, 성능 등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얘기다. 특히 초고장력 강판의 사용 비율을 51%까지 올리고(초고장력 강판의 기준이 다른 제조사와 조금 다르긴 하다) 핫스탬핑 공법 적용 비율을 3배로 늘려 차체 강성을 높였다. 더불어 무릎 에어백과 TPMS 기본적용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만큼 공차 중량이 증가해 전작보다 연비가 떨어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관련기사: LF쏘나타 vs YF쏘나타- 연비 비교의 결과는?] 하지만, 연비를 제외한 디자인, 안전, 편의, 승차감 등 전반적인 상품성의 향상은 부인할 수 없다. 7세대 쏘나타는 가장 선택권이 풍부한 모델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2.0L 가솔린 모델을 비롯해 2.4L 가솔린, 2.0L 가솔린 터보, 1.6L 가솔린 터보, 1.7L 디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총 7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8세대는 EV 모델이 추가된 8가지 라인업을 예상해 본다)

3분 만에 완판 - 쏘나타 와일드 버건디

쏘나타 출시 30주년을 맞아 단 300대 한정으로 판매된 '쏘나타 와일드 버건디' 에디션은 1.6L 터보 모델을 기반으로 아이스 화이트 단일 컬러 외장에 프런트 범퍼 유광처리, 듀얼팁 머플러를 적용하고 실내에는 버건디(프랑스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의 한 종류) 컬러 나파가죽과 무광 우드트림 및 무광 코퍼브라운을 적용해 차별화했다.

여기에 전륜 휀더, 1열 시트 숄더에 '30th ANNIVERSARY'가 각인되어있고 도어스탭에는 차량의 고유 넘버링이 표기되어 있어 300대 한정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각종 사양을 추가하고 희소가치까지 더해진 '쏘나타 와일드 버건디'의 가격은 기존 1.6L 터보 스마트 스페셜 트림보다 1만 원 더 비싼 2,700만 원. 불과 3분 만에 완판될 만하다.

쏘나타는 30년 동안 현대자동차 성장의 핵심 모델로 활약해왔고, 앞으로도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견인할 모델이다. 7세대에 이르러 드디어 기본에 충실해진 만큼 더욱 원숙해질 쏘나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이후상 기자

pollar@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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