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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해결하는 코너입니다. '뭘 이런 걸 다'하고 여길 만한 궁금증까지 최선을 다해 풀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서울 영등포에서 김성택(가명) 씨가 보내주신 궁금증입니다.

얼마 전 신차를 사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다가 카탈로그에 적힌 ‘오르간 페달’이라는 문구를 보았는데 이게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는 사연입니다.

흔한 서스펜디드 가속 페달

답변 들어갑니다. 속도를 높일 때 쓰는 가속 페달의 형태는 크게 서스펜디드 페달(Suspended pedal)과 오르간 페달(Organ pedal)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우리가 흔히 보는 타입으로 위쪽에서 막대기가 아래로 뻗은 형태죠.

오르간 페달은 그 접점이 바닥에 있어요. 말 그대로 가속 페달의 모양이 오르간(Organ)의 페달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풍금 페달을 기억하시면 될 겁니다. 생김새가 아주 닮았으니까요.

<이미지 출처: 마쓰다>

이런 구조적 차이로 몇 가지 장점이 있어요. 오르간 페달의 경우 위의 그림처럼 페달을 밟을 때의 궤적이 발바닥의 이동과 같습니다. 그래서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도 페달과 발바닥의 미끄러짐이 거의 없죠.

서스펜디드 타입은 두 궤적이 다른 방향을 그리고 있으므로 깊이 밟을 경우, 발가락에 힘을 줘야 하는 반면, 오르간 타입은 발바닥 전체로 고르게 힘을 주기 때문에 구두나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를 신었을 때도 조작이 쉽습니다.

<이미지 출처: 마쓰다>

두 번째로 뒤꿈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으므로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가 덜합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페달의 반발력 덕분에 불필요한 근육의 사용이 줍니다. 이는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고속도로처럼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구간이 많을 때 서스펜디드 페달의 경우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발등을 들어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죠. 장시간 이용하면 정강이 근육이 뻐근해지는 걸 느낄 겁니다.

가속 페달이 매트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세 번째로 매트에 걸릴 위험이 적습니다. 새 차일 때는 그럴 일이 없지만, 바닥 매트가 낡게 되면 종종 가속 페달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해 전 토요타가 이 문제로 곤욕을 치렀죠. 오르간 타입이라면 이럴 위험이 거의 없어요. 또 잘못해서 깡통이나 작은 물체가 굴러서 가속 페달 사이에 낄 확률도 줄죠.

네 번째론 정교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기도 한데, 보통 오르간 타입의 경우 로직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가속 페달의 위치를 ECU에 전달하는 신호의 주기를 조금 더 짧게 가져가는 게 대표적입니다. 서스펜디드엔 16bit를 많이 쓰지만, 오르간 타입은 32bit까지 사용합니다. 그래서 운전자들은 오르간 가속 페달에 더 민첩하게 반응한다고 여기게 되지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우선 구조상 페달의 위치 변동이 어렵습니다. 세단의 경우 페달의 위치를 조절하는 타입이 흔친 않죠. 하지만 픽업 혹은 트럭 등 덩치가 제법 큰 자동차들은 시트조절만으로 완벽한 포지션을 얻기 힘들어서 페달도 조정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경우엔 오르간 페달을 달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전용 매트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애프터마켓 제품도 거의 규격에 맞춰 제작되는 터라 이런 불편함이 크게 줄었지만, 선택의 폭이 작다는 건 인정해야겠죠.

포르쉐 911 GT3의 오르간 가속 페달

가장 큰 단점은 가격입니다. 이 때문에 고급차에 주로 쓰이는 장비로 인식됐던 것입니다. 특히, 와이어를 이용해 스로틀을 제어하던 시절엔 가격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서스펜디드 타입의 경우 자전거 브레이크처럼 엔진에서 그대로 케이블만 연결하는 간단한 구조지만 오르간 타입은 대부분 전자 스로틀 방식을 사용했으니까요.

다행히 최근엔 드라이브 By 와이어(Drive-by-wire) 형태가 보편화하면서 둘의 가격 차이가 예전만큼 나지 않아요. 이런 이유로 점차 오르간 페달을 쓰는 브랜드와 차종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보지요. 오르간 타입의 가장 큰 장점은 피로도가 적다는 것, 반면 값이 비싸 주로 고급차에 쓰였는데 최근엔 그 차이가 크게 줄어 보급이 늘고 있습니다. 단점의 가장 큰 부분이 해소되고 있는 분위기에요.

포르쉐와 벤츠, BMW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구조를 사용했고 마쓰다와 현대차 등 대중 브랜드들도 중·소형차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볼 때 앞으로는 오르간 페달이 대세를 이룰 듯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미흡한 부분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엔카매거진 대표 메일(media@encarmagazine)로 보내주세요.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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