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7 고석연
연일 35도(℃)가 넘는 찜통 같은 여름, 대구 지역은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뜨거운 날씨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는 사람이 지치는 만큼 기계로 이뤄진 자동차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데요. 특히, 에어컨 사용이 늘어 전장 계통과 고열을 감당해야 하는 냉각 계통은 더욱더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갑자기 장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상황에 '냉각수 부족 경고등'이 켜졌다면 과연 물로 보충해도 괜찮을까요? 괜찮다면 수돗물과 생수 중에 어떤 선택이 현명할까요?
정답부터 이야기하면, 위급상황에서는 반드시 보충해야 하며, 가급적 수돗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이후의 필수로 점검해야 할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냉각수와 부동액에 대한 이해로 시작해 볼까요?
냉각수는 뜨거워진 수냉식 엔진(일반 자동차 엔진)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 액체이며, 부동액은 냉각수와 혼합해 추운 날씨에 동파를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냉각 계통의 부식을 방지하고, 불순물이 흡착되지 않도록 하는 첨가제가 더해져 있습니다. 보통,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엄연히 다르며, 보통 냉각수는 순도 100%의 물인 증류수, 부동액은 보통 에틸렌클리콜(Ethlene glycol)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냉각수가 엔진 블록 안쪽의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열을 흡수해 라디에이터에서 밖으로 배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화, 또는 냉각 계통의 누수로 부족 현상이 생기며, 최근에 출시되는 차는 보조탱크의 수위를 체크해 경고 메시지를 표시해줍니다. 이때 운전자는 당황을 하기 마련이며, 갑자기 장거리 운행이라도 계획되어 있다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 가까운 정비소마저 없다면, 수돗물로 냉각수 수위를 맞춰줘야 합니다. 혹시 생수나 약수, 지하수를 채우게 되면 포함된 미네랄을 포함한 불순물로 냉각계통의 부식을 일으켜, 장기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수리비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답니다.
수돗물로 채우면 끝이냐고요? 아닙니다.
무더운 여름이 가면 금세 매서운 겨울이 찾아 오기 마련. 정비소를 찾아가 비중계를 이용해 겨울에도 얼지 않을 정도인지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위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한정 지은 이유도 이 때문이죠. 약간의 물을 보충한다고 부동액 농도가 크게 변하는 일은 드물지만 새차가 아니라면 보충 이전의 상태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연 2회 이상 물을 보충했다면 냉각수가 어디서 새고 있는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대형 마트나 용품점에서는 4계절용으로 비중을 맞춰 혼합된 냉각수를 팔고 있어 미리 구입해 두면 비상시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차에 채워져 있는 부동액과 동일한 제품을 고집하는 오너라면 미리 부동액과 정제수를 구해두어야 합니다.
그냥 시중에 파는 부동액 원액을 넣으면 되지 않냐고도 할 수 있지만, 냉각수에서 부동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엔진의 냉각 효과가 떨어집니다. 또한, 너무 낮으면 동파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집니다. 국내에 출고되는 신차는 보통 50%(어는점 영하 36도) 혼합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겨울은 영하 25도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어 부동액의 비율을 40%(어는점 영하 25도)로 권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의 완성도도 나날이 높아져 냉각계통이 막히거나 고장으로 인한 화재는 드물어졌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부동액이 증발해 버려 부족해지는 경우는 누구나 겪을 수 있으므로, 오늘 하루는 시동을 걸기 전 보닛을 열고 냉각수 양을 체크해보고 출발하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