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1 차돌박이
왕년의 프로레슬링 스타 ‘헐크 호건’(본명 : 테리 진 볼리아, 70세)을 기억하시나요? 한때 인종차별 논란으로 퇴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과거 링 위의 무적 선역 히어로로 유명세를 떨쳤던 그가 모처럼 ‘히어로’스러운 미담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1월 14일 차량 전복사고를 목격한 헐크 호건이 전복된 차량에 갇혀있던 10대 소녀를 꺼내서 구해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천하의 헐크 호건도 피해자 구조에 꽤나 애를 먹었다는 후문인데요, 구조에 난항을 겪은 이유가 다름아닌 ‘에어백’ 때문이었습니다. 차량이 전복되면서 작동된 에어백이 운전자를 꽉 누르면서 웬만한 힘으로는 운전자를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죠.
교통사고에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에어백은 충돌 감지 이후 불과 0.03~0.05초 만에 팽창됩니다. 빠른 팽창을 위해 에어백 내부에서 화학반응을 이용한 ‘폭발’을 일으키는데요, 에어백이 팽차하는 속도는 최대 시속 320km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한 ‘팽창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에어백의 재질은 당연히 매우 질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차량의 형태가 변형된 사고에서 이렇게 팽창된 에어백에 운전자가 꽉 물리듯 ‘끼어있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면 운전자가 쉽사리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헐크 호건 또한 에어백에서 사람을 빼낼 수 없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본인의 ‘X(구 트위터)’ 계정에 당시 상황을 남겼는데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내용은 바로 그 다음 문장입니다. 헐크 호건은 ‘볼펜’으로 에어백을 찢고 가까스로 피해자 구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아마 연식이 좀 되시는 분들께서는 제 3회 레슬매니아를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헐크 호건이 200kg이 넘는 거인 레슬러 ‘앙드레 더 자이언트’를 바디슬램으로 링에 꽂아버리던 명장면 말입니다. 그렇게 힘이 넘쳐나던 천하의 ‘헐크 호건’이라도 교통사고 상황에서 에어백을 찢기 위해서는 ‘도구’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얘기죠.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단돈 천 원’이면 우리도 위기상황에서 헐크 부럽지않은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이 도구’를 차에 놔둔다면 말이죠
바로 시중 생활용품 전문점이나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량용 망치’ 입니다. 브랜드나 사이트 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천원 언저리의 돈으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차량용품이죠. 해당 용품은 차량의 갑작스런 침수 상황에서 창문을 깨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비교적 끝이 뾰족하게 디자인되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맨손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에어백을 찢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운전자가 빠져나오지 못할만큼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에어백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특히 요 즈음에는 망치와 벨트커터가 일체형으로 나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벨트커터를 사용한다면 본인이나 제3자가 쉽게 벨트를 자르고 사고 피해자의 탈출을 도울 수 있죠. 조금만 더 예산을 들여서 3천원 이상급으로 진입한다면 아예 본격적으로 ‘주머니칼’ 기능도 포함된 멀티툴 또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만약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내 차에 하나쯤 구비해둔다면 비상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마지막 한 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과연 이런 차량 탈출용 멀티툴을 ‘어디’에다가 두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조수석 앞 ‘글로브박스’에는 해당 차량망치를 넣어서 보관하지 말아달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차량이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했을 경우에는 글로브박스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죠. 설령 글로브박스가 열리더라도 조수석 앞을 빵빵하게 가로막고있는 에어백 때문에 해당 도구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거기다가 이번 헐크 호건의 구조 사례처럼, 모처럼 제3자가 구조를 돕기 위해 다가와도 ‘밀폐공간’에 차량망치나 멀티툴이 들어있다면 그 사실을 알고 꺼내쓰기란 쉽지 않죠.
따라서 저 차돌박이가 추천드리고 싶은 보관위치는 도어트림 하단부입니다. 도어트림 하단부는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차량망치나 멀티툴의 크기보다는 훨씬 깊게 파여있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로 충격이 가해지는 극히 이례적인 사고가 아니라면 사고에도 멀티툴이 발사되듯 튀어나올 걱정은 적죠. 게다가 사고로 터진 에어백에 눌려 제대로 도어트림쪽이 보이지 않더라도, 손끝으로 도어트림을 훑으며 멀티툴을 찾아내기도 쉬운 편입니다. 결정적으로 내가 의식을 잃은 상황이더라도 ‘제3자’가 차량 문을 열고 구조를 도우려는 순간, 문 아래에 있는 해당 멀티툴을 발견하고 구조에 활용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죠. 극단적으로 이번 사고처럼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라도 멀티툴이 도어트림에서 빠져나와 차량 루프 쪽에 떨어져 구조자가 멀티툴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테고요. 무릇 교통사고란 내가 운전을 잘 한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닌 만큼, 만에 하나의 비상사태를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단돈 천원’짜리 차량망치를 차에 꼭 비치해두시길 바랍니다. 물론 그 망치를 요긴하게 쓸 일 없이 ‘무사고’가 계속되는게 제일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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