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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올 10월 부터 ‘2종 자동’ 면허 보유자분들께서 ‘1종 자동’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는 말씀 전해드렸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단서조항’이 있었죠. 바로 7년 동안 ‘무사고’가 확인될 경우에 한해서 가능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다만 올 10월부터 ‘1종 자동’ 면허가 도입될 예정이기에, 아직까지는 본인의 ‘승급 가능 여부’를 아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과연 ‘7년 무사고’의 기준이 어디까지일까요?

2종 자동 면허 보유자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티끝만큼도 없습니다만, 아마 적지 않은 분들께서 ‘첫 면허’로 2종 자동 면허를 선택하셨을 겁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첫 면허’일 수밖에 없죠. 일단 1종 보통 면허를 따고나면 갱신을 통해 계속 1종 면허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고로 우리 모두 ‘초보운전’ 시절을 되짚어봅시다. 초보운전 시절, 가장 긴장하던 순간이 언제였었나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단연 초보운전 시절 ‘주차할 때’의 악몽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초보운전자분들을 위해 준비했던 ‘후방카메라 빨간선의 숨겨진 기능’편도 상당히 많은 분들께서 좋은 정보였다고 칭찬의 말씀을 남겨 주셨으니까요

잠깐 말이 옆으로 샜습니다만, 좌우지간 초보운전 시절 가장 많이 경험할 교통사고가 바로 ‘주차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 차돌박이 역시 첫차였던 EF쏘나타를 기둥에 긁어 거금이었던 60만원을 주고 고쳤던 아릿한 첫(사고)경험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주차를 하던 도중 ‘단독 사고’가 나서 보험처리를 했을 경우, 이런 경우도 ‘무사고’로 인정될까요? 좀 더 곰곰히 생각해보면 ‘단독 사고’가 아니라, 주차되어 있는 다른 차를 실수로 긁거나 해서 ‘보험사 사고처리’를 해서 상대방에게 물어줬다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유사고일까? 무사고일까? 한번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니까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합니다. 먼저 관련 법안 및 정책을 알아봤습니다.

2010년도 경찰청 정책브리핑에 의하면, 경찰청은 2006년 11월 7일부터 ‘단순 물적피해 교통사고’는 운전경력에서 제외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해당 기록은 앞 기사에서 말씀드렸던 과거 2종 보통(수동)면허 7년 무사고 유지시 1종 보통(수동)으로 승격되는데 주로 활용된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네요. 따라서 주차중에 일어난 인적 피해 없는 ‘단순 대물 사고’라면 ‘무사고’로 인정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뺑소니’라는 단어 말입니다.

흔히 ‘뺑소니 사고’라는 말은 사람을 치고 도망갔을 경우에 자주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다른 차나 물건을 손상시키고 현장에서 도망치는 건 흔히 ‘물피도주’라고 하죠? 여기서 문제 들어갑니다! 만약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던 주차된 다른 차에 부딪혀서 도망간 뒤, ‘물피도주’ 혐의로 붙잡히게 된다면 이 경우는 어떻게 처리될까요?

만에 하나라도 ①번을 기대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유감입니다. 정답은 ②번입니다! 엔카매거진 애독자분들을 위해서 경찰청 교통기획과 교통기획계에 문의한 결과, ‘물피도주’ 혐의는 지난 2017년부터 도로교통법 156조 10호 [주,정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중략)..인적 사항을 제공하니 아니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규정에 의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 경우 소액이기는 하지만 20만원 이하의 벌금 및 구류, 혹은 과료에 처하게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과료’가 ‘과태료’가 아니란 겁니다. 과료는 벌금과 동격인 재산적 처벌로 ‘전과 기록’이 남게 됩니다.

또한 경찰에 물피도주 ‘사건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이미 해당 사건은 ‘교통사고 사건’으로 접수되어 기록이 남기 때문에, 차를 긁고 도망간 뒤 피해 차량이 경찰에 신고해 CCTV등을 통해 검거되는 순간 ‘교통사고 가해 기록’ 즉, 유사고 운전자가 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양심껏 피해차주에게 연락해 싹싹 빌었더라면 ‘무사고’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행정 시스템과 별개로 ‘뺑소니’라는 용어의 정의 또한 ‘물피도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규칙 제 2조 제13항에 의하면 ‘뺑소니’라는 용어의 정의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차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것]입니다. 해당 조문을 자세히 보면 대물, 대인 사고를 막론하고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와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말한다]는 내용이 들어있군요. 즉 ‘다친 사람 없으니까 괜찮겠지?’ 생각하고 주차된 남의 차를 긁고 도망갔다가 잡히는 순간! 국가 공인 ‘전과자’ 인증을 받게 되는 겁니다.

최근 일각에서는 ‘잡혀도 벌금이 약하다’며 남의 차를 긁었을 경우에는 일단 튀고 보는게 이득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잡히는 순간 생각보다 정말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걸 말이죠.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교양있는 구독자분들께서는 옳은 판단을 하시겠지만,‘1종 자동 면허’로의 승급을 기대하고 있는 ‘2종 자동 면허’ 운전자분들께서는 더더욱! 주차장에서 상대 차량을 긁었을 경우 올바른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

차돌박이

shak@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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