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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변속기를 찾기 힘든 시대가 왔다. 물론, 특수 목적용 자동차는 제외하고 말이다. 덕분에 왼발과 오른손은 예전처럼 바빠질 일이 없고, 언덕에서 시동이 꺼질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요즘처럼 연비와 환경의 중요성이 강요되는 시대의 자동변속기 세팅은 가능 한 빨리 더 높은 변속 단수로 이동하도록 설계된다.

때문에 낮은 기어로 변속하기 위해서는 가속 페달에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 '에코 모드'처럼 연비와 배출가스를 우선시하는 설정에서는 그 마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는 분명 성격 급한 운전자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부분이다.

이렇게 취향이 다양한 운전자들을 달래주기 위해 나온 기술이 스포츠 모드다. 수입차와 국산차를 떠나 요즘 판매되고 있는 자동변속기에는 대부분 '스포츠 모드' 하나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변속 레버를 'S'로 움직이거나, 주변의 'Sports'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재규어의 모델처럼 다이얼을 돌리는 특별한 방식도 있다.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 순간 순박했던 자동차의 반응들이 바뀌기 시작한다. 초기에 나온 스포츠 모드는 높은 엔진회전수(RPM)를 활용할 수 있게 변속 타이밍을 늦춰 순간 가속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스로틀 응답성을 높여 적은 가속 페달의 조작에도 재빠르게 움직인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의 감성도 덤으로 따라온다.

최근에 탑재되는 스포츠 모드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변속 타이밍을 단축시켜 동력 손실을 줄이고 그만큼 빠른 가속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의 댐퍼 감쇠력을 조절해 단단한 주행 감성을 연출하며, 차체의 급격한 움직임에도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내의 스피커를 통해 가상의 배기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하며, 고성능 모델에는 실제로 배기가스가 흐르는 방식에 변화를 출력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스포츠 모드가 장점만 있진 않다. 평소보다 연비가 나빠지기도 하며, 변속 충격이 실내로 전달되기도 한다. 답력을 높인 스티어링 휠 감각은 고속 안정성을 전해 주지만 반대로 운전 피로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고가의 모델에는 스로틀의 반응속도, 댐퍼의 감쇠력, 스티어링 휠의 답력 등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어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세팅이 아닌, 자신만의 스포츠 모드도 만들 수 있다.

자동 변속기의 스포츠 모드는 어려운 조작 없이 간편하게 수동 변속기의 장점들을 구현해 낼 수 있다. 물론, 수동 변속기를 고집하는 이들에게 자동 변속기는 그저 재미없는 컴퓨터 로직일 뿐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자. 드라이빙에서 얻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은 분명, 두 손들어 반길 만한 일이다.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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