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31 정상현
SUV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높직한 시트와 탁 트인 시야, 우수한 공간 활용성, 승용차에 한층 가까워진 성능 덕에 혹자는 “SUV를 두고 납작한 차를 사는 게 이해 안 된다”고 말할 지경입니다. 예전에는 쌍용 무쏘나 현대 갤로퍼처럼 큰 덩치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아담한 차체의 콤팩트 SUV가 늘어난 것도 시장 확대의 비결로 통합니다. 국산차 메이커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이 르노 캡쳐를 들여와 QM3로 팔고 있고, 쌍용은 티볼리의 성공으로 회사를 살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둘보다 반 체급 정도 크지만 현대는 올 뉴 투싼을 앞세워 경쟁에 가담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강력한 상품성을 갖춘 세 대의 소형 SUV들 가운데 어떤 차를 사야 할까요?
왜 소형 SUV가 매력적일까요?
1) 디자인이 예쁩니다
으레 SUV의 운전석에는 ‘상남자’나 배 나온 ‘애아빠’가 타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게 SUV의 이미지였지요. 투박하고 못생겼다는 것. 이건 SUV 수요층을 한정적으로 만든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젊은 사람들이나 여성처럼 구매력 있는 이들을 놓쳤던 겁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소형 SUV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다룰 QM3나 티볼리, 투싼 모두 천장 색을 달리하거나 그릴, 사이드 미러에 포인트를 줌으로써 개성을 불어넣었습니다. 오히려 이 차에서 수염 난 배불뚝이 아저씨가 내리는 게 어색할 지경이죠. 이건 소형 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비결로 꼽을 만합니다.
2) 공간이 널찍합니다
소형 SUV는 작습니다. 그래서 SUV 앞에 ‘소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런데 공간은 결코 소형이 아닙니다. 차체가 높아서 실내가 한결 여유롭거든요. 마치 “천장을 높여 거실이 한결 넓게 느껴진다”는 아파트 광고처럼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머리 위쪽이 트여 있어 갑갑함이 덜한 겁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트렁크의 공간 활용성입니다. 트렁크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리어 시트를 접을 경우 ‘원룸 이사’ 쯤은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짐 공간이 탁월해집니다. 이런 건 결코 키 작은 승용차들이 넘볼 수 없는 영역. 딱 하나, 뒷좌석 공간은 “글쎄”입니다. 작은 너비와 짤막한 차체의 한계로 뒷자리는 그다지 여유 있지 않거든요.
3) 연비가 좋습니다
연비는 SUV의 약점 중 하나입니다. 비교적 무겁고 공기저항도 많이 받는 까닭에 연료 효율 면에서 승용차보다 불리한 거죠. 그러나 소형 SUV는 연비가 좋습니다. SUV긴 하지만 덩치가 작아 바람도 잘 가르고, 무게도 그다지 무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르노삼성 QM3의 효율은 국산차 중 최고 수준입니다. L당 20km 넘게 가는 것도 어렵지 않지요. 묵직한 올 뉴 투싼 1.7의 연비도 L당 14km 정도가 나옵니다. 이 정도면 비슷한 크기의 소형차와도 경쟁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말한 소형 SUV의 인기 비결 세 가지는 결국 ‘소형 SUV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세 가지 항목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차가 가장 가치 높은 SUV가 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이 기준 하에서 국산 소형 SUV 3종의 줄을 세웠습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요?
최고의 연비와 예쁜 디자인,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르노삼성 QM3 / 신차 약 2,400만원
이 차는 국산차의 탈을 쓴 수입차입니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만든 다음 배로 수입해 팔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라이벌은 푸조 2008입니다. 그러나 2008을 사려면 3,000만원 넘게 내야 하는 것과 달리 QM3는 2,000만원 중반이면 최고급형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남는 돈은 5년치 기름값으로 쓰면 됩니다.
제품 자체의 역량도 우수합니다. 르노가 만든 1.5L 디젤 엔진과 게트락제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효율은 우주 최강입니다. QM3의 엔진은 르노뿐만 아니라 닛산과 메르세데스 벤츠까지 30가지에 이르는 모델에 들어가는 좋은 유닛입니다. 이로써 고속도로에서는 디젤 1L당 25km도 갈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필자가 타본 수백 대의 시승차들 중 이 차는 기름을 가장 안 먹는 축에 들었습니다.
뒷좌석 레그룸도 비교적 괜찮고, 트렁크 공간의 활용성도 아주 좋습니다. 투톤의 보디나 각종 데칼로 치장한 ‘디자인’은 각자 판단할 부분이지만 필자 눈에는 살짝 여성적인 느낌. 물론 QM3에게도 단점은 존재합니다. 내장재 품질이 조악하고 KNCAP의 안전도 평가에서 낙제하기도 했습니다. 등급에 따른 장비 구성도 우리나라 정서와 살짝 벗어났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남성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편의장비 품은
쌍용 티볼리 / 신차 약 2,300만원
(적어도 국내에서 만큼은) SUV 명가로 통하는 쌍용, 그들이 만든 소형 SUV 티볼리입니다. 제법 좋은 디자인과 화려한 옵션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지요. 티볼리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입니다. 1.5L 디젤+전륜구동의 단일 모델인 QM3와 달리 티볼리는 1.6L 가솔린과 디젤의 두 가지 엔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륜구동을 기본으로 하되 180만원을 내면 사륜구동을 고르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얼마 전에는 허리 길쭉한 롱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까지 나왔습니다. 이건 뭐, 쌍용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겁니다.
KNCAP의 충돌테스트 결과 안전이 입증되었고 소비자 선호 옵션을 가득 넣은 것도 장점입니다. 뒷좌석 공간도 소형 SUV라기엔 참 사랑스럽습니다. 그럼 단점은 뭐냐고요? 실내 조립 품질이 국산차 가운데 하위 10%에 들어갈 정도로 나쁩니다. 재료는 동네 문방구에서 구해다 만든 것처럼 조악합니다. 핸들링과 가솔린 엔진의 허약함도 지적할 부분이지만 실내 감성품질이 워낙 나빠서 잊혀질 지경입니다.
상품성 높지만 보수적인 게 흠,
현대 올 뉴 투싼 / 신차 약 2,500만원
QM3나 티볼리와 달리 투싼에게는 ‘역사’가 있습니다. 현행 올 뉴 투싼은 벌써 3세대 모델. 처음에는 분명 소형 SUV로 출발했는데 이제는 덩치가 제법 커져 앞서 다룬 두 차보다 한 체급 큰 느낌이 강하죠. 그래도 가격은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아서 1.7L 디젤 모던 모델을 2,500만원 아래로 살 수 있긴 합니다. 실내는 QM3나 티볼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널찍하고, 승차감과 소음 억제 능력도 다른 소형 SUV와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타사의 중형 SUV와 비교해서도 상품성이 결코 부족하지 않지요.
그러나 이런 것들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1,850mm의 너비는 준대형차인 그랜저(1,860mm)와 차이가 없고 4,475mm의 길이 역시 쌍용 티볼리보다 무려 280mm나 길쭉합니다. 이 때문에 운전이 서툰 이들에게는 짐짓 부담스러울 수 있죠. 보수적인 디자인도 소형 SUV 세그먼트 내에서는 약점으로 통합니다. 나름 현대에서 4가지의 컬러 셀렉션으로 개성을 불어넣었지만 ‘젊어지려고 애 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