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3 고석연
폭스바겐 티구안은 2014년, 8,106대를 판매하며 당당히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라 단박에 수입차 시장에 뜨거운 아이템이 되었다. 또한, 해치백인 골프와 더불어 수년간 수입차 점유율 확대를 이끌어 온 모델이기도 하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폭스바겐은 2015년 9월, 미국 발 디젤게이트가 시작되고 마침내 2016년 8월에는 인증서류 조작까지 확인되며 판매금지까지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폭스바겐은 판매금지 직후 한국을 떠난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1년이 훌쩍 지난 최근 풀체인지 된 2세대 티구안으로 다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전과 이후 SK엔카닷컴에서 거래된 중고 티구안(SK엔카닷컴 등록 기준 뉴 티구안)의 등록 및 판매 대수 그리고 판매가격 분석을 진행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잔혹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티구안의 중고 가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먼저 디젤게이트와 판매중지까지의 과정에 신차 판매량을 확인해 보자. 디젤차의 인기와 아웃도어 열풍으로 2014년 7월, 티구안은 폭스바겐 국내 판매 모델 중 처음으로 수입차 판매량 1위를 달성했으며, 그 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후 2015년 9월, 미국에서 폭스바겐 일부 차량들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스바겐은 이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발표하였다. 국내에서도 폭스바겐코리아가 국정감사에 앞선 2015년 10월 8일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발표했다.
수입차 판매량 최고에 오른 후에도 몇 차례나 1위를 차지한 티구안도 국정감사와 공식 사과를 발표한 2015년 10월에는 월 판매량이 201대로 급감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 폭스바겐은 ‘60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를 꺼내 들어 1,228대를 판매해 다시 수입차 판매 1위를 달성했다. 12월에도 1,198대가 판매되어 디젤게이트 이후 조성된 폭스바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무색한 듯 보였다.
이후 몇 개월간 티구안의 판매는 견고했지만, 계속된 검찰 수사 중에 폭스바겐의 환경부 인증서류 조작이 확인된다. 2016년 7월, 검찰은 환경부에 티구안을 포함한 거의 모든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를 요청하고, 판매 중지로 이어졌다. 티구안은 8월부터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차를 받을 수 없는 모델이 되었다.
티구안의 신차 판매가 금지된 이후 중고차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마지막까지 국내에 판매된 티구안은 2012년에 페이스리프 된 1.5세대며, SK엔카닷컴에는 '뉴 티구안'으로 판매되고 있다.
등급은 컴포트, 프리미엄, R-line 세 가지로 구분된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티구안을 확인하기 위해 2014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년 동안 SK엔카에서 거래된 ‘뉴 티구안’ 중 차량 중 오차를 줄이기 위해 성능 점검기록부 상에 외부패널 판금 하나 체크되지 않는 무사고 차량 3,449대만을 분석했다. 연식은 2012년 이후 모든 연식을 포함했다.
SK엔카닷컴에서 등록되고 판매되는 티구안의 대수를 신차 판매량과 함께 월별로 비교했다. 2012년 식부터 분석에 활용했기에 디젤게이트 이전인 2014년과 2015년에 거래된 중고차는 3년이 되지 않는 상태가 양호만 매물이다. 그런 중고차를 찾는 구매 예정자는 신차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신차 판매량의 증가는 딜러사의 공격적인 할인 정책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구매 예정자는 중고차가 아닌 신차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디젤게이트 이전에는 신차 판매가 늘면 중고차 판매가 감소하고, 신차 판매가 감소했을 때 중고차 판매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디젤게이트가 붉어진 2015년 10월, 신차 판매는 급락한다. 과거 상황이라면 중고차 판매가 급증해야겠지만, 오히려 감소했다. 디젤게이트 초기에 티구안을 포함한 폭스바겐 모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컷을 것이고, 중고차든 신차든 티구안을 염두에 두고 있던 구매 예정자들은 다수가 구매하기 주저했을 것이다. 2015년 11월에 폭스바겐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시작되고 중고차의 가격적 메리트가 떨어지자 매물도과 함께 구매도 급격히 떨어진다. 디젤게이트 이후 티구안의 중고차 시장은 크게 위축되었다.
이후 새롭게 등록되고 판매되는 중고 티구안의 대수는 디젤게이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에 접어들자 본격적인 검찰의 수사가 이어지고, 언론에서는 연일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2016년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이나 SK엔카닷컴의 거래 건수가 신규 등록 건수를 밑돌았다. 과거 공급이 판매를 넘어가는 시간이 4개월이나 계속된 적은 없었다. 중고차 딜러들의 차고에는 티구안 재고가 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티구안을 포함한 폭스바겐 대부분 모델의 판매 중지가 결정된 2016년 8월, 폭스바겐의 국내 철수 가능성이 함께 터져 나왔다. 만약 폭스바겐이 한국을 떠났다면, 수리를 위한 부품 수급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중고차의 가치 하락도 피할 수 없다. 디젤게이트와 검찰의 수사로 커져만 가던 불확실성이 절정에 다다른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신규로 등록되는 티구안은 급감하지만, 판매는 일정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중고차 시장에 공급이 없을 때 판매가 된다는 것은, 티구안 판매자들이 폭스바겐이 한국을 떠나 티구안의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전에 재고 처리를 진행했다는 이야기.
중고차 시장에서 디젤게이트 여파를 좀 더 면밀히 확인하기 위애 월별로 판매된 매물의 최초 등록부터 판매될 때까지의 기간을 확인했다. 기간이 길다는 것은 차와 가격 모두가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시장에서 그 모델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지표이다.
분석에 포함된 기간 동안 판매된 중고 티구안의 평균 판매기간은 24.5일. 평균 이하에 머물던 판매기간이 10월로 29일로 길어지더니, 11월에는 평균 38일로 급증한다. 이 시기는 중고 티구안의 판매대수가 급락한 시점이기도 하다.
판매된 차의 기간이 증가한 것은 보통, 오랜 시간 팔리지 않던 일부 매물들이 팔려 통계에 포함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디젤게이트 이후 신차 할인까지 진행되자 장기 재고 티구안을 보유한 ‘일부’ 딜러들이 가격을 매력적으로 조정했을 수도 있다. 12월 평균 판매기간은 35일, 1월에는 39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 기간에 신규 공급되는 차량과 판매되는 차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점점 더 많은 딜러들이 팔리지 않던 재고 물량을 처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6년 2월에는 평균 판매기간은 26일까지 떨어진다. 판매된 차량의 대수도 90대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회복하였다. 딜러들이 최초 등록 시기부터 매력적인 가격을 책정하여 빠르게 판매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월에서 6월까지 4개월간 계속 판매가 신규 등록을 밑돌던 시기이기도 했다. 전보다 많은 중고 티구안의 가격이 매력적으로 조정되었지만, 일부 판매자는 시장의 분위기를 보며, 폭스바겐 사건이 잠잠해지길 기대했을 것이다.
티구안 신차 판매가 중지되었던 8월 중고차 판매량은 일정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했지만, 평균 판매기간이 35일로 디젤게이트가 시작된 시점 수준으로 증가하더니 9월에는 평균 44일까지 늘어나 최고점에 다다른다. 불확실성 또한 최대로 커진 이때, 많은 딜러들은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장기 재고에 대한 판매를 시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폭스바겐은 한국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8~9월의 폭풍이 지나간 10월 평균 판매기간은 27일로 떨어지고, 11월엔 19일, 12월에는 12일까지 떨어졌다. 신규로 등록되는 차량과 판매되는 차량의 교차 주기도 디젤게이트 이전의 안정적인 경향으로 돌아선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부터 판매 중지까지의 이슈 속에서 중고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판매대수와 판매기간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판매기간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하긴 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격이다. 장기 재고라는 것은 그간 매력적인 가격이 아니어서 팔리지 않았고, 결국 팔렸다는 것은 적절하게 가격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거래 가격으로 디젤게이트가 미친 티구안의 영향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다.
[데이터분석 : SK엔카닷컴 시세팀(price@enc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