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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부에서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던 티구안의 공급과 판매, 판매기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했다. 이번 시간에는 디젤게이트 이후, 티구안의 거래 가격의 변화를 살펴보자.


눈치게임


2014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3년 동안 SK엔카에서 거래된 ‘뉴 티구안’ 중 12 ~ 14년식 모델 2.0 TDI 프리미엄 등급 1,696대를 판매가격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무사고만 추렸지만 매물별 주행거리의 차이는 있다. 분석 사용된 매물도 월 별 주행거리 감가를 산정해 전체 평균에 가까운 5만 km로 가격을 보정한 이후 분석에 활용했다.

일자별 판매가격 그래프에 디젤게이트가 논란이 된 2015년 10월부터 판매가 중지된 2016년 8월 사이의 티구안의 판매가격이 이전과 비교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한눈에 확인된다. 연식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디젤게이트 이전 1년 동안 200~300만 원 떨어지던 가격이 부정적인 여론, 검찰 수사, 판매중지로 이어지던 1년여의 시간 동안 500~600만 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건의 발생 이후 시장의 불안감에 중고 티구안을 염두에 두고 있던 구매자들은 선택을 주저했을 것이다. 중고, 신차 시장 모두 잘 팔리는 차였지만 디젤게이트가 불거진 10월, 중고차의 거래량이 다소 떨어지고 판매 기간이 9월에 23일에서 10월에는 29일까지 늘어났다. 이례 없던 티구안의 재고가 보이기 시작했을 판매자의 불안감도 조금씩 커졌을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11월 티구안의 신차 프로모션은 중고차의 매력을 떨어트려 가격에 악영향을 끼쳤다. 10월부터 이전보다 다소 빠르게 가격이 낮아지는 티구안의 시세에 판매자들은 시장에 내놓길 주저하고, 구매자들도 신차로 눈을 돌린다. 중고차 시장에 티구안의 공급과 판매 모두, 급격히 하락한다. 판매 소요 시간이 평균 38일로 가파르게 증가해 재고처리가 필요한 차들이 한 달 이상 눈치를 보다 매력적인 가격으로 조정했을 때 판매에 성공했을 것이다.

2015년 12월과 2016년 1월, 두 달 모두 평균 판매기간이 35일 이상이다. 판매자들은 여전히 시장의 눈치를 보며 가격 조정을 했을 것이다. 판매자들은 재고 기간이 한 달 이상 길어지자 시장이 원하는 가격에 맞게 조정하여 판매한 것이다. 12월과 1월, 더욱 많은 딜러들이 가격 조정에 동참하면서 중고 티구안 가격 하락의 폭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낮아진 가격에 판매하는 차량이 점차 증가한 10월부터 1월까지 4개월 동안 가격 하락폭은 디젤게이트 이전 1년 수준인 200~300만 원 수준이었다.

지속적인 하락


2016년 2월이 되자 공급과 판매가 안정된 상황에서 평균 판매기간은 26일로 내려간다. 3월에서 7월까지 팔고자 하는 중고 티구안도 점차 많아지고, 판매도 추세를 따른다. 하지만 3월부터 판매 대수가 새롭게 등록되는 숫자를 넘지 못하는 경향이 4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 기간 검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됐고, 폭스바겐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이 계속 보도되던 시기기도 했다. 티구안의 시세는 디젤게이트 초반만큼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2016년 8월 폭스바겐 대부분 모델의 판매가 중지된다. 디젤게이트 이후 커진 폭스바겐의 불확실성이 폭스바겐 한국 시장 철수설로 최고점에 다다랐다. 8월, 35일까지 치솟은 평균 판매기간이 9월에는 44일로 최고점을 찍는다. 판매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장기 재고가 팔려 통계에 포함돼 평균을 늘였다는 이야기.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판매자들도 낮아진 시세를 수긍하고 적절한 시세로 조정해 판매에 성공했을 것이다.

2016년 10월이 되면서 판매와 공급이 정상적인 주기로 회복했고, 평균 판매기간은 27일, 11월에는 19일, 12월에는 12일까지 짧아졌다.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진 탓일까? 아니면 폭스바겐이 한국을 떠나지 않은 이유에서일까? 티구안은 판매 중지 이후에 더 이상의 급격한 시세 하락은 보이지 않았다.

승자와 패자


티구안의 가격이 떨어질 때 다른 모델들은 어땠을까? 다른 모델들과의 비교는 티구안의 가격 하락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선 앞서 비교한 티구안 프리미엄과 비슷한 가격대의 인기 수입차인 BMW의 320d(F30), 수입 가솔린 SUV 중 인기 모델인 혼다 New CR-V(4WD EX-L), 그리고 국산 디젤 SUV 중 현대 산타페 DM (e-VGT 2.0 2WD 프리미엄)을 비교 모델로 선정했다. 비교할 세 가지 모델도 이전 티구안 분석과 마찬가지로 2012년식 무사고를 선정한 후 주행거리를 5만 km 기준으로 판매가를 보정해 분석에 활용했다.

신차가 기준으로 320d가 티구안 프리미엄에 비해 300~400만 원 높다. 두 모델 간 중고차 시세에서도 신차가격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 차이가 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티구안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2015년에 접어들며 차이가 100만 원 수준으로 좁혀지더니, 디젤게이트가 터지기 직전 두 모델 사이의 가격은 비슷한 수준까지 수준까지 좁혀졌다. 앞서 확인 한 것처럼, 디젤게이트의 폭풍이 휘몰아쳤던 2015년 10월에서 2016년 1월의 4개월 동안 두 모델 간 격차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200만 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더니, 판매중지가 된 8월에는 250만 원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판매 중지 이후에 티구안의 시세는 큰 하락 없이 2,500만 원 수준에서 유지되었고 320d가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하면서 두 모델 간의 가격 격차도 점차 디젤게이트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난 1년간 티구안의 가격이 유지 되어온 것은 구매자들이 중고차로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판단했기에 가격이 유지됐다.

가솔린 SUV의 반사이익


가솔린 SUV는 디젤게이트로 반사이익을 얻은 시장이다. CR-V는 유럽산 디젤 차량이 각광받으며, 그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한때는 수입차 판매량 1위를 달성할 만큼 인기 모델이었다. 폭스바겐의 판매 중지가 결정된 이후 CR-V의 시세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디젤에 대한 부정적인 정책안이 정권 교체와 맞물리면서 가솔린 차량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수입차 신차 시장에서도 티구안의 빈자리를 차지하듯 최근 몇 개월간 포드 익스플로러, 렉서스 NX, 혼다 파일럿과 같은 가솔린,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티구안은 극단적이기는 하나 중고차 가격이 어떻게 하락하는지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다. 중고차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가 치열한 눈치게임을 벌이며, 그 눈치게임은 판매자들 간에도 이루어진다. 판매자 입장에서 승자는 티구안의 가격이 급락하는 동안에 빠르게 가격을 조정해서 팔아 치운 사람일 것이고, 패자는 욕심을 부리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이후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했던 사람이다. 구매자 입장에서 판매중지 이후 가격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기에, 판매금지 시점에 구매한 사람이 상대적 이익을 봤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과 같이 모두를 속이려 한 '시대의 사기극'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예상할 수 없는 업계의 위기로 중고차 시장이 치열한 눈치게임에 빠졌을 때, 판매자들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의 입장에서야 기회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기업의 올바른 윤리의식으로 이러한 사태가 다신 없어야 할 것이다.

[데이터분석 : SK엔카닷컴 시세팀(price@encar.com)]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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