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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① 지난해 국내 판매량 폭망한 도요타, 세계에서는 제일 많이 팔린 1위 자동차
② 세계 1위 도요타의 오늘을 있게 한 ‘청개구리 전략’
③ 1950년대 - ‘높은 생산량’ 보다는 ‘적은 불량률’! …포드식 대량생산 무비판적 수용 거부
④ 1990년대 – 저유가 시대 경쟁자의‘대형 SUV 대박’…그럼 난 기름 적게 먹는 자동차 만듦
⑤ 2020년대 - ‘친환경’ 전기차 대세에 시큰둥…힘숨찐 코스프레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 강남 누비던 일본차의 몰락…? 응 아니야

20년 전 2001년 1월, 도요타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도요타의 기함 ‘렉서스’는 출시와 동시에 중산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도요타 진출 20년째를 맞은 2020년, 대한민국에서 팔린 차를 모두 100대라고 가정한다면, 그중에 도요타 자동차는 몇 대나 될까?

정답은 ‘한 대도 안 된다’

한국 수입자동차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총 320여 만 대, 그중 수입차는 총 27만여 대가 팔리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갱신했다. 하지만 ‘수입차 전성시대’를 맞은 도요타와 렉서스의 판매량은 1만 5천여대 가량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에 팔린 차가 100대라면 수입차는 17대, 그중 도요타(렉서스 포함) 차량은 0.5대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완성차업계 중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하며 ‘세계 1위 자동차 회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도 완성차 업계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도요타를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만든 비결은 의외로 심플하다. 남들이 하는 대세를 거스르는 ‘청개구리 전략’이 그것이다

# 1950년의 도요타 – ‘세계 1위’ 포드처럼 살지 말아야겠다

1950년 포드 공장을 방문한 도요다 에이지...이 분은 90년대에도 '청개구리 전략'의 시발점이 된다

1950년 봄, 훗날 도요타 자동차 5대 회장이 되는 도요다 에이지가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으로 향했다. 당시 도요타는 하루 40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포드는 200배가 넘는 8000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200배가 넘는 생산량 차이를 만든 시스템은 바로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식 자동차 대량생산 방식’이었다. 전 세계가 포디즘에 열광하고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포드식 생산방식을 배워가려던 시기였다. 도요다 에이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포드의 공장을 직접 견학하기 전까지는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묘사된 공작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찰리 채플린의 모습처럼, 포드식 컨베이어 벨트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앞으로 지나가는 제품을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공정’을 수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완성도’ 보다도 ‘속도’였다. 컨베이어 벨트의 생산과정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자는 조립 과정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없었고, 이는 불량품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포디즘 대량생산 방법에서는 모든 공정이 끝난 뒤, 불량품 여부를 찾아내고 고치는 데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빨간 원 안의 선이 '안돈 코드'

도요타는 당시 전 세계적인 대세였던 포드식 대량생산 방법을 그대로 도입하기를 거부했다. 대신 불량품 생산 자체를 줄이기 위해 포디즘을 비틀었다. 그 결과물이 오늘날 도요타의 명성을 있게 한 ‘안돈 코드’다. 도요타의 공장에 빨랫줄처럼 늘어져 있는 ‘안돈 코드’는 관리자급이 아닌 일반 노동자가 조립 상황에 따라 라인을 정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이다. 불량 자동차를 만들어내느니 라인을 정지시켜 제조공정 자체에서 ‘불량’을 줄이고자 집착했던 것이다.

도요타의 ‘불량 차단’ 집착의 결과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차종이 도요타의 역작 ‘코롤라’다. 독일 자동차 성능 검사 기관 튀프(TÜV)가 2010년 구매한 지 4~5년이 경과한 차량의 결함률 상태를 조사한 결과 낮은 결함률 1위를 차지한 차종은 4.2%의 결함률을 보인 도요타 코롤라였다. 같은 수치로 공동 1위를 차지한 포르쉐 박스터보다 코롤라는 2배 이상 저렴했다. ‘싸고 잔고장 없는 차’ 코롤라는 세계를 장악했다. 1966년 출시된 이래 4500만대가 팔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기록을 갖고 있는 코롤라는 2020년 상반기 판매량 집계에서도 1위를 과시했다. ‘코롤라’가 쌓아온 신뢰와 명성이 2010년 도요타의 ‘천만대 리콜’ 흑역사를 무색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 1990년대의 도요타 – 저유가 시대에 남들처럼 살지 말아야겠다

1993년 개발을 시작해 1997년 최초 출시한 도요타 프리우스. L당 28km의 연비를 기록했다.

‘코롤라 신화’로 세계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며 90년대를 맞은 도요타. 하지만 90년대는 ‘대형 SUV’ 시장이 개척되던 시기였다. 1990년 미국 포드 사의 익스플로러 출시를 계기로 북미에서 대형 SUV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저유가 시대가 이어지며 유지비 부담이 적어진 대형 SUV는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때, 도요타는 다시금 ‘청개구리 전략’을 시전한다. 1950년 포드 사를 견학하고 포디즘을 거부했던 도요다 에이지가 그 시발점이었다.

당시 도요타 명예회장직이었던 도요다 에이지는 1993년 ‘21세기 자동차’ 연구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도요타 기술진은 엔진 성능을 개량해 20km대 연비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저유가 시대에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이는 결정이었지만 도요타 경영진은 한술 더 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30km대 연비를 실현하라는 최종 지시를 내린 것이다.

도요타 연구진은 고뇌에 휩싸였다. 엔진 개량 수준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이 접근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꺼내 들었다. 사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념은 무려 1899년 만들어졌다. 하지만 내연기관으로 발전기를 돌려 생산된 전기로 전기 모터를 돌려 구동력을 얻는 방식이었기에 전차 등의 한정된 용도로만 사용돼오고 있었다. 도요타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으로 구동력을 얻되, 정지 상태에서의 출발이나 고속주행 등 ‘연비가 나쁜 구간’에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연비를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 목표였던 30km대 연비 구현에는 실패했지만 27km가 넘는 연비를 기록한 ‘도요타 프리우스’가 1997년 세상에 등장하자 ‘도요타 자동차’는 또다시 세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고오급 파티장 다니는 셀럽의 기본 소양, 프리우스. <영화 <라라랜드> 캡처>

90년대 후반 들어 환경오염 문제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연비가 좋은 차’를 탄다는 것은 단순히 ‘기름값을 아낀다’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오너에게 ‘환경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부여했던 것이다. 일례로 99년에 영화 촬영지의 환경을 파괴했다고 거센 비판을 받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경우, 프리우스의 출시 소식을 듣고 본인의 차량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의 차마저 프리우스로 바꿔줬다고 전해진다. 환경 파괴에 대한 자기반성의 의미,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였던 것이다. 특히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 강조되는 서구권에서 부유층일수록 ‘친환경차’를 타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고급 사교 파티장의 셀럽들이 죄다 프리우스를 타고 온 영화 ‘라라랜드’의 장면은 이러한 시대상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저유가 시대에 도요타가 선보인 프리우스는 대체재 없는 ‘친환경차’의 타이틀을 선점하며 현재까지 1500만 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도요타의 ‘청개구리 전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 2020년의 도요타 – 테슬라처럼 살지 말아야겠다

경쟁사들이 차려놓은 '전기차 시장'...도요타는 진격의 거인이 될 것인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획기적인 친환경 차량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배출량이 적을 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친환경차’로 세계 시장에서 재미를 본 도요타의 다음 수순은 ‘완벽한 친환경차’ 즉, 순수 전기차라고 여겨졌다. 전기모터 구동 제어 등의 영역에서 프리우스로 노하우가 쌓인 도요타였기에 더더욱. 하지만 도요타는 프리우스 출시 이후 무려 20년 넘게 순수 전기차를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순수 전기차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냈다.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다 회장은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화력발전소가 필요하지 않느냐’며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테슬라가 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며 위명을 떨치는 동안에도 도요타는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았다. 도요타의 ‘전기차 청개구리’는 과연 기술이 없어서 부린 고집이었을까?

답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도요타의 전기차를 무시해온 행보는 ‘궁극의 전기차’를 선보이기 위한 원기옥을 모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도요타는 2008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해오며 무려 10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상태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방식의 배터리보다 월등한 용량과 충전 속도를 실현할 수 있어 등장만 하면 전기차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도요타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 중으로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2025년까지 15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것을 시사했다. 과거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을 개척했다면, 이번에는 ‘전기차’를 타사가 개척하며 인프라가 확충될 동안 전고체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온 것이다. 과연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라는 히든카드를 앞세워 ‘남이 차려놓은 밥상’인 전기차 시장을 송두리째 퍼먹을 수 있을까? 결과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도요타의 ‘청개구리 전략’은 모두 대성공을 거두며 도요타 자동차를 세계 1위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차돌박이

shak@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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