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8 차돌박이
최근 전기차 충전소에서 완충된 뒤 차를 빼지 않은 탓에 슈퍼차저 충전소 '점거수수료' 8만원이 부과되어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슈퍼차저가 50% 이상 사용중일 때 완충된 차를 빼지 않을 경우 '점거수수료'가 분당 500원씩, 슈퍼차저가 100% 이상 사용중일 때에는 점거수수료가 분당 1000원씩 부과되는 슈퍼차저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테슬라가 고객에게 잘 고지하지 못했다는 논조로 비판했지만 댓글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오히려 테슬라의 대응이 합리적이라는 여론이 다수였습니다. 실제로 상당히 많은 전기차 이용자들이 완충된 앞 차가 비키지 않아 제때 충전을 하지 못하는 '전기차 충전소 존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전기차 충전소 존버'를 원천적으로 없앨 방법은 없을까요? 사실 무려 5년 전, 테슬라는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어떤 기술'의 시연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충전구 자동인식 충전 시스템' 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테슬라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뱀 모양의 다관절 로봇이 테슬라 전기차의 충전구를 알아서 찾아낸 뒤, 자동으로 충전 케이블을 꽂아넣어 충전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800만 뷰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반 전기차 유저들이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전기차 충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자율주행기술과 해당 기술이 결합한다면 완전 무인으로 '자율충전'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전구 자동 인식 무인 충전 시스템'은 충전소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존버 빌런'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기술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2018년식 테슬라 모델 3오너 '패트릭 라슨'씨 역시 테슬라의 '스네이크봇' 공개를 목빠지게 기다린 사람들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스네이크봇'은 5년이 지나도록 상용화되거나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테슬라 모델 3 오너 '패트릭 라슨'씨는 자신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테슬라의 '그 기술'을 직접 만드는 데 도전했습니다.
그 결과는?! 라슨 씨는 테슬라가 5년 넘게 상용화 공개하지 못한 '충전구 자동 인식 무인 충전 시스템'을 단돈 500달러로, 반년만에 직접 만들어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비록 외관은 '스네이크봇'에 비할 바 없이 투박한 모습이지만, 실제로 작동에 아무 문제가 없어 레딧을 비롯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엔카티비는 '패트릭 라슨'씨와의 단독 서면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단독 60만원 짜리 '전기차 자동 충전 시스템'의 개발 비화와 작동 원리를 확인해 영상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아무리 전기차 충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저런 '자동 충전 시스템'을 굳이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라면 충전기 자체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적어도 완성차 업계에서는 라슨 씨와 마찬가지로 '자동 충전 시스템'을 만들고 적용 범위를 늘려 '전기차 충전 로테이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와 폭스바겐, 그리고 삼성의 사내 스타트업까지 내노라하는 대기업들이 '자율 충전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편,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내년에 시범 운영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머스크의 테슬라도 5년 넘게 만들지 못한 '전기차 자동 충전 시스템'을 단 반년만에 취미삼아 만들어버린 천조국 전기차 양덕의 위엄! 그리고 관련 업계가 준비중인 전기차 자동 충전 시스템 근황, 우주에서 가장 재미있는 자동차매거진 엔카매거진이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