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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는 매년 대기오염으로 150만 명 이상, 매일 어린이 464명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매 해 인도에서 반복되는 최악의 스모그. 여기에는 ‘인도’만의 특징이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그루터기 불태우기

그루터기 불태우기가 뭘까요. 농사를 마친 농민들이 다음 작물을 준비하기 위해 볏짚같은 부산물을 불태워 정리하는것을 말하는데요. 이때 인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65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인도정부에서는 농가에 부산물 분쇄기를 지원하기 위해 3천 5백억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입니다. 분쇄기 가격이 너무 비싼탓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도 농가에서 큰 지출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농민 입장에서는 불태우는것만큼 값싸고 빠른 방법이 없는거죠.

#디왈리 축제

인도 최대의 빛 축제인 ‘디왈리’. 디왈리기간에는 빛을 많이 밝힐수록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도시 곳곳이 폭죽과 등불로 물듭니다. 그러니까 인도 내 힌두교 신자 12억 명이 5일동안 5천톤의 폭죽을 터뜨리고 90만개의 등불을 피우며 행운을 빈다는 겁니다 2024년에는 등불 250개를 피우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농민들이 농지를 정리하는 시기가 디왈리축제, 기온역전현상의 시기가 모두 겹치면서 최악의 스모그가 인도를 덮치게 되는겁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가 지나면 인도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걸까요? 아쉽게도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은 ‘배출가스’

위 두가지 요인이 인도 스모그 현상의 주된 원인임은 분명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배출가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델리 대기오염의 51%는 자동차 배출가스로부터 발생한다는 건데요.

2018년 TERI(에너지 자원 연구소)와 ARAI(인도 자동차 연구협회)의 연구에서도 인도 대기오염에는 자동차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동차 배출가스에 도로를 건설하면서 생기는 먼지까지..’인도의 교통’이 만들어내는 오염이 인도 대기오염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굴러만 가면 탈 수 있다”는 인도의 자동차

인도의 GDP는 세계 5위로 미국, 중국, 독일, 일본과 견주는 경제대국이지만 국민 1인당 GDP는 세계 140위로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14억이라는 압도적 인구 수로 세계 경제대국이라고 불리고 있는건데요.

인도에서는 상위 1%의 부유층이 전체 부의 40%를 갖고 있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고 있습니다. 아시아 최고 부호 순위 1,2위에는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과 고탐 아다니 회장(아다니 그룹)이 올라있을만큼 엄청난 부를 자랑함과 동시에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빈곤 인구(2억 3400만 명)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도 5세 미만 아동 65%의 사망원인은 여전히 ‘아사’일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인도국민 대부분의 적은 소득으로는 ‘노후 차량’을 쉽게 교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가드 혁신

코트라가 발표한 ‘인도를 이해하는 25가지 키워드’를 보면요. ‘주가드’가 등장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주가드’라고 한다는데요. 이를 비즈니스에서는 혁신적인 해법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물자가 귀한 인도에서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는 방식을 말하는 주가드.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해결한다기 보다는 주먹구구로 땜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 타타그룹의 나노’

주가드의 한 예로 언급되는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 나노. 타타그룹의 회장 라탄타타가 오토바이에 온 가족이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나노 생산을 결심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정확하게는 ‘오토바이 한대 값’이라는 가격을 정해놓고 상품을 가격에 끼워맞춰 생산한 자동차에 가깝습니다.

에어컨이나 라디오같은 편의기능은 전혀 없고 주유구도 측면이 아닌 보닛을 열어 주유하는 방식을 채택해 원가를 절감했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점은 사이드미러가 한쪽 뿐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어지러운 인도의 도로에서 사이드미러 없이 어떻게 운전하는 걸까요? 바로 ‘경적’. 인도의 운전자들은 파손 등의 이유로 사이드미러를 접고 다니거나 아예 떼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각자 경적을 울리면서 서로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는 건데요. 경적이 경고나 다툼을 의미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반대로 인도에서는 이 ‘경적’이 다양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되는거죠. 사각지대가 넓은 트럭의 뒷면에는 경적을 울려 위치를 알려달라는 글을 적어놓기도 합니다.

인도의 한 교통문화로 자리잡은 경적이지만 이것 또한 분명한 ‘소음공해’에 해당됩니다. 2018년 독인 민간단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요. 뭄바이 지역주민의 평균 청력은 실제 나이보다 19.34세 더 노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오염통제위원회에서는 법원이나 학교, 관공서 주변 100M를 ‘침묵 구역’으로 지정하고 경적을 금지하는 등의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 도로의 특이점은 사이드미러 뿐만이 아닙니다. ‘약한 자는 이미 죽었다’는 인도의 도로. 깜짝 놀랄만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엔카티비’에서 확인해보세요.

조르디

joso@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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