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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콤팩트카 시빅에 스포츠 배지가 더해졌다. 새로운 시빅 스포츠는 기존 2.0L 자연흡기 엔진 대신 1.5L 터보 엔진을 단다. 휠 사이즈 키우고 디자인을 일신했다. ADAS 장비를 기본 탑재하는 것도 특징. 시빅 스포츠는 현대차로 대입 시 아반떼 스포츠와 비슷한 위치에 자리한다.

글, 사진: 이정현 기자


 

시빅 스포츠는 시빅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다. 생김새는 거의 그대로다. 대신 몇 가지 포인트를 더했다. 앞쪽 인상이 제법 날렵해졌다. 크롬 발랐던 라디에이터 그릴을 까맣게 칠했다. 안개등과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도 가로로 이었다. 트렁크 리드에 립 스포일러를 붙이기도 했다. 휠은 한 치수 커진 18인치. 여기도 검정색 터치를 더해 스포티하다. 적어도 외형만 놓고 보면 스포츠 배지가 잘 어울린다.

핵심은 심장이다. 기존 2.0L 자연흡기 엔진 자리에는 1.5L VTEC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 다운사이징 추세를 따른 것. 과급기는 출력 향상을 도모했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2.4kg·m를 낸다. 이전의 2.0L 대비 17마력, 3.3kg·m 강하다. 변속기는 기존과 같은 무단변속기(CVT).

혼다센싱도 탑재했다. 혼다가 자랑하는 지능형 안전 장비다.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와 저속 추종 장치(LSF),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RDM),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오토 하이빔(AHB)을 기본화 했다. 능동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참고로 기존 시빅은 혼다센싱이 빠지는 게 단점으로 꼽혀 왔다(국내 사양 기준).

인테리어 첫인상은 무난하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송풍구를 중심으로 아래에 7인치 모니터를 배치했다. 전통적인 레이아웃이다. 센터 터널 밑으로는 수납공간을 마련해 실용성을 챙겼다. 버튼은 필요한 것들만 배치해 조작성이 좋다. 화려함은 덜어내고 실용성을 강조한 듯하다. LCD 계기판과 모니터 그래픽은 기존 푸른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변화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낌은 기대 이상이다. 시트 방석이 푹신하고 시트 포지션도 제법 낮출 수 있다. 앞쪽 시야도 훌륭하다. 센터페시아가 낮고 보닛이 짧아 운전이 쉽다. 뒷좌석은 한 세대 전 국산 중형차만큼 넓다. 높이(1,415mm)에 비해 헤드룸이 의외로 여유롭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착좌감이 좋고 시트 등받이도 적당히 누워있어 오랜 시간 탑승해도 괜찮다. 심지어 뒷좌석 열선과 팔걸이도 있다는 사실. 수입 컴팩트 세단치고는 준수한 패키징이다. 트렁크 공간은 478L.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308L까지 늘어난다.

시승은 김현규 PD(이하 큐피디)와 함께했다. 그는 아반떼 스포츠를 탄다. 북미 시장에서 시빅과 엘란트라(아반떼)는 라이벌 관계다. 보태어 두 차 모두 ‘스포츠’ 배지를 달았다. 비교군으로 적합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기대와 달리 엔진이 조용하게 돈다. 진동도 아주 잘 억제되어 있다. 기존 시빅 2.0L에 비하면 조금 칼칼하지만 스포티한 쪽은 아니다. 사실 아반떼 스포츠도 이 영역은 마찬가지다. 4기통 1.5L 엔진에서 좋은 소리를 기대하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엔진 파워는 준수하다. 일단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어서도 지치는 기색없이 잘 달린다. 문제는 무단변속기(CVT)다. 철저하게 효율 중시형 세팅이다. 따라서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실제 가속에 대한 반응이 늦다. 엑셀러레이터 입력에 따른 차체 반응이 한 박자씩 늦게 나오는 기분이다. 빠릿빠릿 움직일 것 같던 기대와 정반대였다.

큐피디는 “흐느적거리는 대신 시내에서는 아방스보다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반떼 스포츠를 출퇴근용으로 타는 그는 “내 차는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나갈 때가 있다”며 불평했다. 설득력 있는 소리다. 시빅 스포츠는 스프링과 댐퍼 모두 부드럽게 세팅했다. 덕분에 시내에서는 요철에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응한다. 하체를 탄탄하게 세팅하는 국산차 트렌드와 다르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굽잇길에 올랐다. 파워는 기대 이하다. 177마력이라는 제원 상 수치보다 갑갑하다. 구체적으로 3,000RPM 아래에서 토크가 없다. 애써 만든 힘이 만들어져도 변속기에서 줄줄 새는 느낌이다. 3,000RPM 이상 영역에서는 그나마 낫지만 이마저도 수치에 비해 느린 감이 있다.

코너 진입을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타이어가 울기 시작한다. 코너링 중에도 스퀼음이 지속된다. 시빅 스포츠는 컨티넨탈제 콘티프로콘택트를 신었다. 사이즈는 235/40으로 기존에 비해 바닥과 닿는 가로 방향 면적이 늘었다(기존 215/50R17). 문제는 타이어 자체의 그립이 부족하다.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타이어만 바꿔도 이보다는 좋은 성능을 낼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조향성도 아쉽다. 시빅 스포츠는 전형적인 언더스티어 성향이다. 코너 안쪽을 바라보며 달린다거나 요(Yaw)를 연출하며 극적인 라인을 그리지 않는다. 또 운전대로 노면의 상태를 가늠하기 어렵다. 앞뒤좌우로 기울어지는 정도(피칭, 롤)도 심한 편. 승차감 중시한 하체 세팅이 스포츠 주행에서는 독이 된 셈이다. 따라서 거칠게 내몰기 부담스럽다.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포츠 배지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큐피디는 시빅 스포츠 편을 들면서 내 의견에 반박했다. 그는 “절대적으로 느린 건 아니며 트랙을 매일 달리는 건 아니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아울러 “효율성과 실용성을 갖춘 게 사실이라 상품성이 높다. 스포츠의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지 말라”고 말했다. 그의 말도 일리 있다. 시빅 스포츠는 연비가 좋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L당 18km 넘게 갈 수 있다. 아울러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정속 주행 장치(ACC)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덕분에 장거리 주행에 부담이 덜하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오토홀드 등 운전 편의성도 챙겼다.

이쯤이면 결론이 나온다. 필자처럼 시빅 스포츠로부터 맵싸한 달리기를 원한다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가속이 굼뜨고 물렁이는 하체 탓이다. 성능 면에서 만큼은 스포츠 배지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 두는 편이 낫다. 대신 중형차만큼 여유로운 실내공간, 좋은 승차감, 준수한 연비, 첨단 주행 보조 장비 품은 C세그먼트 수입 세단 찾는다면 잘 어울린다. 그런 차는 현재로서 시빅이 유일하다. 공식 판매가격은 3,290만 원. 매력적인 할인까지 받는다면 2,000만 원 후반에 손에 넣을 수 있다. 흔한 차가 싫고 수입 컴팩트 세단을 원한다면 이 차를 살펴봐도 좋다.

이정현 기자

urugonza@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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