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9 이정현
코나를 출고하고 두 달이 흘렀습니다. 누적 주행거리는 4,000km를 찍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타고 나가다 보니 주행거리가 꽤 빠르게 차올랐습니다. 길들이기도 끝냈습니다. BMW처럼 2,000km 때 엔진오일도 갈아줬습니다. 이제는 코나를 본격적으로 느껴볼 차례. 두 달 동안 함께한 코나의 특징들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코나를 들이기 전 가장 염려스러웠던 건 성능입니다. 직업 특성 상 빠른 차들을 비교적 쉽게 접하는 데다 개인적으로도 스포티한 차를 선호하는 까닭에 이 녀석 너무 느리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때마다 엔카매거진 편집장은 “코나 빠르다”, “엑셀 밟기 시작하면 앞바퀴 빠질 것처럼 달린다”며 저를 다독였는데요. 길들이기가 끝난 지금에서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진짜 잘 달립니다. 현대차답게 ‘뿅’하고 튀어나가는 맛이 일품입니다. 이따금 자세제어장치가 깜빡일 정도로 무섭게 속도를 높여나가죠. 출력을 조금만 더 높였다면 토크 스티어가 났을 겁니다. 직접 재어본 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7초 중반에 끊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국산 소형 SUV 중에서 가장 빠릅니다.
고속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177마력이라는 수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최고속 영역이 높습니다. 처음엔 ‘어디까지 올라가나 보자’며 가속하다가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로 끝맺습니다. 과장이 많이 섞이긴 했지만 분명한 건 기대 이상이라는 것.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차치하더라도 달리기 성능 면에서는 모자랄 데가 없습니다. 이 녀석은 ‘1.6T’ 말고 ‘sports’ 엠블럼을 달고 나왔어야 했어요.
의외로 굽잇길도 나름 잘 달립니다. 가벼운 차체로 구불구불한 길을 산뜻하게 돌아 나갑니다. 엔진룸이 텅텅 비어있어서 그런지 회두성도 제법입니다. 무엇보다 하체가 잘 조율된 느낌입니다. 피칭이나 롤링이 선형적으로 나타나거든요. 기울어지는 정도도 SUV치고는 절제된 감각. 게다가 어쩔 땐 뒷바퀴가 ‘털썩’하고 흐르는 듯한 느낌도 낼 줄 압니다. 솔직히 일부러 의도한 세팅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시종일관 안정적으로 달리는 요즘 차들에 비하면 꽤 짜릿한 맛을 냅니다.
사실 다분히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출고하자마자 휠부터 갈아끼웠거든요. 경량휠에 롤 센터 낮추고 스포츠 타이어까지 신겼으니 이 정도 못 달리면 이상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요만큼만 투자해도 신나게 달릴 수 있다는 것. 비용 대비 효과가 무척 좋습니다.
그래도 SUV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 했습니다. 무게 중심이 높은 탓에 타이어의 한계가 금방 찾아옵니다. 어쩔 땐 타이어 모서리로만 달리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까딱하면 넘어지겠다 생각도 들고요. 사진 속의 타이어가 그 증거입니다. 물론 이건 제 실력이 모자란 탓이 클 겁니다.
유지비가 상당히 저렴하게 먹힙니다. 주유할 때마다 차계부를 기록하는데요. 현재까지 실 누적 연비는 12.609km/L를 기록했습니다. 공인 복합연비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요. 장거리 주행할 때에는 L당 20km를 넘나듭니다. 주행가능거리가 600km 넘게 찍히는 것도 신기합니다. 기름 아무데서나 넣을 수 있는 것 역시 장점. 고급유 찾아 다닐 필요 없어서 좋습니다. 부담이 적으니 밤마다 타고 나가게 되나 봐요.
현대차답게 정비 네트워크도 빵빵합니다.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엔진 오일 갈아주는 데가 또 어디 있을까요. 예약 없이 찾아가도 친절하게 응대해줍니다. 값도 착합니다. 엔진오일 가는 데 정확히 6만6천 원 나왔습니다. 이마저도 차 살 때 받은 블루멤버스 포인트로 계산했습니다. 정비성만큼은 진짜 인정!
당연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단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가장 거슬리는 건 헤드레스트의 각도입니다. 헤드레스트가 묘하게 앞으로 구부러져 있습니다. 거북목하고 운전하는 느낌이랄까요. 머리가 커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행히 저만 그런 게 아닌가 봅니다. 동호회 쪽에서는 사제 헤드레스트 장착이 유행이라고. 헤드레스트를 뒤집어 다는 분도 더러 있습니다.
정숙성도 아쉽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건만 그보다 더 시끄럽습니다. 특히 바닥 방음처리가 하나도 안 된 것처럼 굽니다. 매트를 두 겹씩 깔고 다닐 정도예요(깔아도 효과 없음). 특히 변속기 쪽에서는 ‘철컹철컹’하고 쇠 부딪히는 소리가 날 때도 있습니다. 유독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이나 지하주차장 드나들 때에 심하게 들립니다. ‘괜찮겠지’하면서도 매번 불쾌합니다.
DCT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한 번은 친구의 코나를 몰아볼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변속기의 감각이 묘하게 다르더군요. 친구의 3년된 코나는 반클러치 구간이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연식 변경되면서 세팅 값이 바뀐 건지 혹은 타다 보니 클러치가 닳아서 이상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DCT 내구성 때문에 말 많던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물론 수리비가 크게 들지는 않겠지만요.
이건 진짜 소소한 건데 공조장치도 불만입니다. 여기에도 급의 차이가 있더군요. 코나에 들어가는 건 운전석과 조수석 개별 조절이 불가능한 타입입니다. 센서도 저렴한 걸 쓰는지 온도 변화에 둔하게 반응합니다. 추운데 에어컨을 계속 튼다거나 반대로 더운데 에어컨을 안 틀어주는 일이 빈번합니다. 아울러 바람세기도 미세하게 컨트롤하기 어렵습니다. 풍량이 조금 더 세분화되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SUV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만나게 된 코나. 현재까지는 만족스럽습니다. 100점 만점에 9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차 살 때 고려했던 세 가지 조건(저렴하고 유지에 드는 비용이 적고 재미까지 겸비한 SUV)을 잘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저의 주행 환경이나 운전 스타일에도 딱 어울립니다. 10점은 정숙성과 변속기에서 깎아먹었습니다. 정숙성은 값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 하지만 변속기는 무척 거슬립니다. 실제 차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많이 나오는 만큼 저 또한 내구성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군요.
다음 편에서는 장거리 주행 소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속에서의 주행성은 물론 장거리 운전 시 피로도와 연비도 함께 다루겠습니다. [코나 롱텀 시승기],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