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4 마이라이드
▶ 여는 글
아이오닉6 디자인 요소와 실측 정보를 전해드렸던 지난번 방문체험 행사는 역대급으로 짧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차량을 주차하고 사진을 찍을 시간조차도 부족했으니까요. 짧은 시간에 차량을 온전하게 느끼는 것이 한정적이다보니 이러한 점을 모 자동차 매체에서는 '시승'이라 표현하지 않고 '체험'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머리가 끄덕여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4일간의 시승기회가 주어졌고 최대한 열심히 타보게 되었습니다.
'체험' 행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이 한 몸 불살라봤습니다. 출퇴근은 항상 같이 했고, 장거리 연비 측정을 위해 퇴근 후 군산을 다녀오기도 했죠. '이 차로 차박이 가능한가' 확인사살도 해보고 싶어 홍천도 다녀오게 되었죠. 그 결과 아이오닉 6를 4일간 총 743km를 주행하며, 정말 오너가 된다면 어떨지 경험해보며 온몸으로 느낀 아이오닉 6의 '6가지 장점' 지금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시승차 정보
차량의 등급은 프레스티지 풀옵션 모델이며,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모델입니다. 외장 컬러는 코드 T2G의 녹턴 그레이 메탈릭 컬러이고 실내는 코드 RNE의 다크 그린/라이트 그레이 투톤 모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인테리어 컬러이죠.
대신 외장 컬러는 조금 심심한 느낌이었습니다. 차량의 디자인을 너무 숨긴다고 할까요? 예쁜 뒷모습을 자랑하려면 백색컬러가 좋을 것 같고, 너무 튀지 않지만 은근히 독특한 컬러를 원하신다면 디지털 그린 펄 등 여러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77.4kWh로 다른 E-GMP 플랫폼이 들어간 차량들(아이오닉5, EV6, GV60)과 동일하며, 네바퀴를 동시에 굴릴 수 있는 AWD모델입니다. 풀옵션 모델이다보니 20인치 휠이 들어가 있고, 최대토크 605Nm,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420km(도심 448km, 고속도로 385km)입니다.
▶아이오닉6의 장점 1 [출력] : 아이오닉도 밟으면 꿈틀한다
아이오닉 6는 스포티한 디자인과는 별개로 우리나라 전기차 중에 가장 빠르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기아에서 출력을 더 높인 EV6 GT라는 모델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아이오닉6 AWD의 최대토크는 605Nm, EV6 GT AWD의 최대토크는 무려 740Nm입니다. 꽤나 차이가 나죠?
그런데 아이오닉6의 출력만 해도 '차고 넘친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기차를 처음 타시는 분에게 최대토크를 경험시켜 드리니 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할 정도였고, 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페달을 살짝만 터치해도 이미 도로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내달리고 있음을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익숙해지면 GT의 최대토크가 아른거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처럼, 잃은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아이오닉 6와 EV6 GT는 배터리 용량은 동일한데 전비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꽤나 차이가 납니다.
<아이오닉 6 전비/주행거리 제원표>
<EV6 GT 전비/주행거리 제원표>
제원표만 놓고 비교했을 때 아이오닉6 복합전비 4.8km/kWh는 기아 EV6 GT와 비교했을 때 0.9km/kWh가 높고, 자연스럽게 1회 충전 주행거리도 비례하여 78km 높습니다. 물론 아이오닉 6의 휠이 작기 때문에 전비가 우수한 측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오너분들이 '순정 휠'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전비와 주행거리 면에서는 아이오닉6가 우수합니다. 정리하자면, 아이오닉6의 출력은 분명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비'와 '주행거리'를 감안했을 때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치였습니다.
▶아이오닉6의 장점 2 [방음] : 소리없이 강하다, 레간ㅈ...
아이오닉6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들어간 모델 중 처음 선보이는 세단 모델입니다. 지난 측정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바람 저항을 줄여 공력 계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는데요. 이 요소들이 차량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만족도를 높여줬습니다. 주행성능과 더불어 '방음'의 측면에서 말이죠.
100km/h 전후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햇지만 속도를 그 이상으로 높여도 A필러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조금 늘어날 뿐 전반적으로 놀랄 정도로 조용합니다. '풍절음'이 말 그대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인 탓에, CD계수를 줄인 아이오닉6의 풍절음이 적은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 아이오닉6의 장점 3 [첨단주행보조기능] : 너는 내게 모욕감을 줬어
아이오닉6는 제게 모욕감을 줬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차량을 시승하면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편하긴 한데, 운전은 내가 더 잘한다'는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연비'의 측면에서 말이죠. 하지만 아이오닉6에서는 처음으로 '나보다 차가 낫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패배한 느낌이랄까요?
아이오닉 6는 가장 진보된 HDA(Highway Drive Assist)가 들어가 있습니다. 전기차에 있어 아주 중요한 회생제동까지 내비게이션과 연동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 운전자가 바짝 신경을 써서 깃털운전을 하는 것보다도, 그냥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걸어놓고 가끔 차량이 미리 대처 못하는 순간에만 개입하는게 가장 연비가 좋게 나왔습니다.
'운전'이라는 개념을 조금 폭넓게 보면 아직까지는 사람만 못한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전비(연비)운전'이라는 것으로 한정한다면 도로의 고저까지 다 꿰뚫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차가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 아이오닉6의 장점 4 [연비(전비)] : 743km 달려보니...
아이오닉6에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딱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단연코 연비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환경에서 최대한 실험을 해봤네요.
▶▶▷ 4-1. 장거리 주행 (군산 왕복 테스트)
▶▶▶ 4-1-1. 서울→군산 : 철저한 연비 주행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얼마나 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따라 전비에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래서 내연기관과는 반대로 도심연비가 좋고, 계속 전력을 꺼내 쓰기만 하는 고속도로 환경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퇴근하고 무작정 아이오닉6를 끌고 전북 군산으로 향했습니다.
군산으로 갈 때는 최대한 연비를 끌어올려보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연비 운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에코모드, 공조는 22도, AUTO 2단 설정을 유지했습니다.
출발 당시 73% 충전 상태였고 주행 가능거리는 244km로 표시가 됩니다. 서울을 벗어나기까지 뻥 뚫린 도로는 아니었고 적당히 가감속을 하는 환경이 많았습니다. 시내주행 환경은 전기차의 전비를 끌어내기에 훨씬 더 유리한 환경이었죠. 약 1시간 정도 60km를 주행한 상태에서, 무려 7.3km/kWh이라는 경이로운 연비를 확인했습니다.
통행량이 원활한 곳에서도 목적지까지 그대로 주행 상태를 쭉 유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일수록 저항도 높아져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되는데, 이번 '군산행'의 목적은 '최고 전비'를 확인해보는 것이였으니까요. 최종 주행 결과는 주행거리 195km, 소요시간 2시간 50분, 연비는 6.6km/kWh가 나왔습니다. 제원표 대비 무려 2.2km/kWh가 더 높은 전비가 나왔고, 거의 200km를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배터리용량 36%, 주행가능거리 132km를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첫 주행소감은 전기차의 주행피로감이 상당히 적다는 점 입니다. 엔진에서 오는 진동이 전혀 없으니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말고는 내내 조용했고, 크루즈 컨트롤의 완성도도 상당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크루즈 컨트롤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이었습니다.
르노코리아 차량들을 탈 때 항상 불만이었던 점이 설정한 속도로 재가속을 할 때 굉장히 급하게 반응한다는 점이었는데 아이오닉6에서는 아래사진과 같이 차간거리는 물론, 가속 강도와 반응 속도까지 미세하게 조절할 수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교통량이 여유롭다면 차간 거리를 멀게, 가속 강도 약하게, 반응 속도를 느리게 설정해두면 아주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아이오닉6의 크나큰 장점 중 하나가 이렇게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다양하다는 점 입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뿐 만 아니라 구동 방식(AWD, AWD AUTO, 2WD), 스티어링 휠 반응 등까지도 설정할 수 있어 '내 입맛에 맛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4-1-2. 군산→서울 : 가즈아아아아아아!!!!!!!!
도착 후 충전기를 물려놓고 밥을 먹고 나왔습니다. 40분 동안 50% 정도 충전(36%→85%)이 되었네요. 주행가능거리는 313km로 확인이 됩니다. 서울로 돌아갈 때는 가급적 주행보조를 켜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운전을 해보았습니다.
뻥 뚤린 도로에서 출력 좋은 전기차로 시원하게 가속하는 것은 꽤나 큰 해방감이 느껴졌습니다. 다만 개인 호불호의 영역이지만, 적절한 엔진음이나 배기음을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으로는 대체할 수가 없더군요. 아무래도 아직 이질감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대에서는 이러한 가상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총 주행거리는 동일하게 195km, 시간은 딱 2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총 연비는 4.9km/kWh로 측정되었습니다.
고속항속을 계속하니 연비가 3km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몇 번의 회생 제동을 하면서 바로 전비가 상승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극한 주행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빠르게 밟은 편이었는데, 공인 연비인 4.4km/kWh보다 약 10% 넘게 전비가 높게 나온 셈이니, 전비 하나는 정말이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행 주행 결과 : 배터리 용량 73%→36%, 주행가능거리 132km, 총 주행 연비 6.6km/kWh
상행 주행 결과 : 배터리 용량 85%→34%, 주행가능거리 120km, 총 주행 연비 4.9km/kWh
다만 고속주행을 한 경우에도 충분히 좋은 연비가 나오긴 했지만, 아이오닉6의 배터리 용량 기준 전비가 1km/kwh 높게 나올수록 약 75km를 더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꽤나 크게 체감이 되기 때문에 고속도로 환경에서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주행보다는 HDA의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쉬는 쪽을 택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스무스하게 다니는 전기차들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닿게 되었습니다.
▶▶▷ 4-2. 단거리 주행 (출퇴근 연비)
경기도 의왕에서 서울 양재로의 출퇴근길은 더욱 전비가 높게 측정됐습니다. 비슷한 거리이지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결과를 보면 연비가 7.1km/kWh였고, 교통흐름이 조금 더 원활할 때는 7.4km/kWh까지 올라갔습니다. 공인 연비가 5.2km/kWh이니 상당히 연비가 잘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도심 주행에서는 원패달 드라이빙인 i-pedal 모드를 주로 사용했고, 앞차량과의 거리를 충분히 두고 서서히 감속하며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고 주행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순간적이긴 하나 무려 연비가 8.0km/kWh까지 기록되는 경우도 볼 수 있었습니다.
▶▶▷ 4-3. 시승기간 총 누적 전비
도심주행과 장거리 주행을 병행하며 4일간 총 743km를 주행하며 리셋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으로는 약 19시간 동안 운전했습니다. 이 전체 구간에서의 연비는 5.7km/kWh로 측정이 되었습니다. 제원상 복합 연비가 4.8km/kWh이니 거의 1이나 높은 결과값이 기록된 것입니다. 적어도 아이오닉6가 '전비' 영역에서는 뛰어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아이오닉6의 장점 5 [지능형 LED 헤드램프] : 일머리 있네
당연히 좋습니다. 그리고 똑똑하고 아주 우아하게 작동합니다. 특히 아주 어두운 고속도로에서 오토 하이빔을 작동시켜보면 순차적으로 작동하는 디밍 기능(조명의 센서등과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시스템)이 고급스러운 만족감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다만 굳이 단점을 찾자면, 하이빔이 켜진 상태에서는 반사필름이 부착된 도로 안내판의 반사가 너무 심해 운전자가 눈이 부시다고 느낄 정도일 때가 있었습니다. '너무 좋은 성능이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온 아이러니였달까요?
또한 하이빔 상태에서 아래사진과 같이 컷오프 구간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간에 잘려버려 어둡게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가로등이 없는 지방도를 다닐 때 이 '암흑 구간'이 운전하는 내내 거슬렸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헤드램프는 상당히 똑똑하고 시인성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이오닉6의 장점 6 [인테리어 디자인] : 빛빛빛빛빛
아이오닉6를 현대자동차에서 내놓으면서 잔뜩 힘을 준 것이 2가지라 생각합니다. 하나는 '공력 계수'이고 다른 하나는 인테리어, 그 중에서도 '빛'이라 생각합니다.
도어트림만 해도 상하단 2중으로 빛을 내고, 색상도 위아래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으며 그동안 심심하게 점만 찍어놨던 스티어링휠 커버에도 조명을 넣어놨습니다.
덕분에(?) 충전할 때 차량 안에서 덜 심심하고 덜 외로웠죠. 다만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는 좀 의외였습니다. 픽셀 방식으로 충전 중임을 알려주기는 하는데, 스마트폰의 충전량을 몰라서 그렇겠지만 그냥 점등만 되는 방식인 점이 아쉬웠습니다. 차량의 충전량 인디케이터처럼 스마트폰도 충전량에 따라서 픽셀의 개수 점등을 표시하면 더 환상적이었을 것 같네요.
▶닫는 글 + 후속편예고
이상 600km 넘게 아이오닉6를 운전하며 느낀 6가지 장점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그러하듯 '완전무결'한 제품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죠. 1편에서는 여섯가지 장점을 말씀드렸으니, 2편에서는 여섯가지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취재/원문 : 마이라이드 / 편집: 차돌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