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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만의 철학을 내세우는 많은 브랜드들이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디자인이나 승차감, 특수한 편의 사항 등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색감을 표현해 오곤 했다. '헤리티지'라고 한다. 헤리티지가 반드시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자동차를 수용하는 환경과 소비자의 성격도 때마다 달라져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자동차의 품질이 수십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뤄왔음에 의구심이 없다. 반대로 자동차 기업들은 과잉생산과 낮아져가는 마진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미니는 정말 확고한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 중 하나다. 기원은 오직 경제성만을 고려한 영국 BMC 사의 소형 해치백이었다. 2000년 이후 BMW가 미니의 상표권을 인수했고, 특유의 아이코닉 한 디자인을 계승한 소형차를 개발했다. 사실 프리미엄 시티카 성향의 BMW 미니와 클래식 미니의 지향점은 상충된다. 그럼에도 BMW가 재해석했던 클래식 미니의 스타일링은 헤리티지의 전달력을 지녔던 것이다. 클래식 미니가 기획되었던 1950년대와 21세기의 환경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당연히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했다.

미니의 모든 라인업들은 유사한 패밀리룩을 공유하며 헤리티지를 강조해 왔다. 사실 유니크한 디자인을 갖춘 컨트리맨은 역사성과 거리를 둔 모델이다. 소형 해치백이 아닌 몸집과 차고를 키운 크로스오버다. 2010년 1세대 모델이 공개되고, 2017년 2세대 코드네임 'F07'이 출시한 바 있다. BMW 그룹의 UKL2 전륜구동 아키텍처를 활용한다. 그리고 2020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데뷔하게 된다. 헤리티지와 거리를 둔다는 말은 보다 대중성을 지녔다는 성격을 암시한다. 미니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해치백 시장이 위축되고 CUV의 성장세가 드러나는 시기였다.

시승 차량은 미니 컨트리맨 쿠퍼 Classic Plus 트림으로 기본 엔진 사양에 상위 옵션이 탑재되어 있다. 1열 전동시트와 엠비언트 라이트 등 옵션이 크게 아쉽지 않다. 컨트리맨은 엔진 사양에 따라 컨트리맨 'S', 'JCW' 등으로 등급이 나뉘며, 디젤 모델의 경우 D ,SD라는 이름으로 상표가 등록되기 때문에 옵션 트림과는 별개로 라인업이 다양하다. 심지어 컬러매치까지 다채롭게 선택할 수 있다.

미니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컨트리맨은 아담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을 지닌다. 굵직한 그래픽을 지닌 헤드 램프는 윤곽선에 직선을 부가하여 SUV만의 듬직함을 보여준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순한 형태인데 프레임이 상당히 얇아서 세련된 느낌이다. 범퍼에는 SUV의 필수 조건인 은색 에이프런이 돋보이고, 플라스틱 바디 클래딩은 차체 밑부분으로 숨겨져 있다. 은색 가니시를 접목한 에어커튼과 포그램프가 독특한 감각을 더해준다. 클램셀 후드를 적용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도 미니 해치백과 동일하다.

측면은 듬직한 분위기가 있다. 해치백도 두꺼운 펜더 가니시가 적용되긴 하지만, 컨트리맨은 지상고가 높아서인지 나름대로 SUV의 스탠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벨트라인과 글래스를 감싸는 은색 몰딩과 피아노 블랙으로 마감한 필러 색상도 타 차종들과 공유하는 패밀리룩 요소다. 반면 프레임리스 도어가 적용되지 않는다. 로커 패널과 리어 펜더를 강조하는 과감한 굴곡과 루프레일도 컨트리맨의 특징처럼 받아들여진다. A 필러에 비해 D 필러의 높이가 상당히 짧아 보이는데 이따금 쿠페의 역동성이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미니답다.

뒷모습은 터프함이 강조된다. 우선 테일램프가 얇고 높은 세로 형태다. 유니언 잭 형상이 미니의 아이코닉 한 감성을 담아내면서 차체가 높아 보이는 인상을 준다. 하단 리플렉터까지도 세로 형상이고, 이를 기준으로 범퍼의 굴곡이 선정되어 볼륨감이 강조된다. 리어 오버행을 최대한 축소시키는 해치백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역시 범퍼 밑단은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로 마감했고 싱글 머플러 팁이 포인트가 되어준다. 쿠퍼, 컨트리맨 등 다양한 엠블럼과 검은색 번호판 등 가니시가 미니의 위트다.

인테리어도 미니다움을 가득 담아낸다. LCD가 포함된 타원형 클러스터와 원형 프레임을 갖춘 UI, 그리고 센터페시아의 감각적인 시동 버튼이 특징이다. 원형 도어 캐치나 무드램프도 빠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도 전형적인 미니의 디자인이고 패들시프트는 빠져있다. 차종별로 에어벤트 형상으로 구분이 가능할 듯하다. 크로스오버라서 시트 포지션이 높아졌는데, 높이가 낮은 센터터널은 역시 미니의 감성이다. 기어노브와 EPB 등이 가지런히 나열된 구성인데 공간 활용에 유리한 배치는 아닌 것 같다. 버튼 사용성은 좋다.

뒷좌석도 에어벤트와 USB 포트를 제외하면 특별한 편의 장비는 없다. 해치백을 타다가 컨트리맨의 뒷좌석에 앉아보니 공간감은 훌륭하다. 선루프가 탑재된 차종이고, 센터터널도 다소 높지만 폭이 좁아서 둘이서 타기에는 넉넉하게 느껴졌다. 동그란 도어 캐치는 역시 미니 답다. 피아노 블랙 패널이나 무드램프, 각종 마감 소재들이 미니의 유니크함을 잘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세그먼트에서 어색한 고급감과 편의장비를 구현해 내기보다는 브랜드의 성격을 나타내는 실내 구성이 알맞다는 생각이, 컨트리맨을 보면서 떠올랐다.

미니 컨트리맨의 기본 '쿠퍼'트림에는 배기량 1.5L급 직렬 3기통 가솔린 엔진에 싱글 터보가 맞물린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토크는 22.4kg.m으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성능이다. 개인적으로 놀랐던 점은 회전 질감이다. 저 배기량 터보 엔진이라 생각하기에는 아이들링에도 3기통 특유의 진동이나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정숙했다. 터보래그도 크게 이질감을 남기는 수준이 아니었고. 비교적 리니어 한 가속감이 느껴졌다. 때문에 수치상의 출력보다는 주행 만족도가 높았다.

컨트리맨도 미니와 동일한 전륜구동 UKL 아키텍처를 활용해 개발되는데 BMW 그룹의 차량은 세팅에 따라 승차감이 확연히 달라지는 느낌이다. 해치백에서 느꼈던 묵직한 섀시 감각에 비해 컨트리맨은 한층 여유롭다. 크로스오버도 휠 트래블을 짧게 세팅하는 트렌드를 생각하면 지극히 일반적인 승차감이다. 약간의 피칭과 롤링을 허용하는 느낌이며 요철에 의한 충격도 부드럽게 걸러준다. 시트 포지션과 시야가 높고 스티어링 휠의 감도도 비교적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미니가 특유의 고 카트 필링은 기대하면 안 될듯하다.

다만 비교적 가벼운 편이라는 의미일 뿐 절대적으로는 다소 하드한 세팅이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상당히 묵직해지고, 액셀도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제로백 9.7초, 기본 변속기가 7단 DCT를 적용하기 때문에 응답성이 뛰어나다. DCT의 단점인 저단 울컥거림도 잘 체감가지 않았다. 엔진출력이 낮으니 내구성 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조향감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격이 나타나며, 전자식 사륜구동 'ALL4'를 택하면 조금은 감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공차중량은 1540KG으로 공인연비는 11.6Km/L이다. 배기량과 출력을 고려하면 무난한 효율성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주행 질감을 갖추었고, 부족하지 않은 출력과 차음 대책을 갖추고 있다. 컴바이너 타입의 HUD와 카플레이, 차선유지 장치 등 부족하지 않은 인포테인먼트 및 ADAS 장비로 편의장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미니의 아이코닉 한 디자인과 대시보드는 일말의 감성이 남아있다. 최근의 미니가 대중화된 승차감이라 표현해도 불편함이 있는데, 컨트리맨은 곧 친근한 승차감을 느껴볼 수 있다.

미니 컨트리맨을 시승했다. 기본 트림의 엔진 성능으로도 나름의 경쾌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3기통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의 조화는 생각보다 높은 품질의 주행감을 제공해 주었고, 크로스오버에 특화 시킨 UKL 플랫폼의 세팅은 안락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해 준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높은 시트 포지션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도 미니 브랜드에서 컨트리맨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다. 미니 해치백과 컨트리맨을 비교하자면 승차감이 물렁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어쩌면 위로부터 나열해 온 장점들은 일반적인 크로스오버의 특징이다. 미니라는 브랜드의 특수성으로 승차감에 불편한 부분이 있고, 이를 완화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뛰어난 장점이 될 수는 없다. 컨트리맨이 내세울 수 있는 점은 '미니' 브랜드의 헤리티지다. 유니크한 디자인과 감성적인 기능, 그리고 일말의 펀 드라이빙 감각까지, '패밀리카'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중성으로 타협을 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색무취의 크로스오버 시장에서, 미니가 내세우는 특별한 색감은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싶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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