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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성장의 중추는 자동차였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무너진 국가들은 운송업 및 중공업 분야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고, 나지막이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오른 선례도 있다. 그렇듯 패전국과 승전국은 자동차를 이해하는 시각부터 달랐다. 소비재의 생산은 수요가 뒷밭침 되어야한다. 부의 혜택을 누리던 국가들의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제가 얼어붙을수록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하는 대중들이 많아진다. 그렇게 폭스바겐 그룹이 성장해 왔다. 규모 경제를 앞세워 많은 기업들을 흡수했고, 생산성은 나날이 발전하게 된다.

골프는 서민들을 위해 개발된 소형차다. 공간 활용성을 앞세우는 해치백 바디에 효율성이 뛰어난 엔진을 탑재했다. 디자인은 기능주의를 따른다. 국내에서는 포니의 디자이너로 더 유명한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담당한 바 있다. 이내 1970년대 초에는 중동전쟁과 자원무기화의 여파로 오일 쇼크가 발발했고, 석유 기반 경제는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대중들은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한다. 세계시장에서는 경제적인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대폭 증가했고, 효율성을 내세우던 폭스바겐과 골프는 큰 수요를 유치할 수 있었다.

골프는 폭스바겐 비틀에 뒤이은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배경이다. 지난 2019년에는 제8세대 골프가 출시되었다. 모듈형 전륜구동 플랫폼 MQB를 활용했고, 보다 세련된 디자인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접목한게 특징이다. 단적으로, 차세대 골프의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다. 크로스오버의 대중화와 디젤 게이트 등의 스캔들로 공백기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해치백의 교과서와 같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세계 시장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지만, 골프는 수십 년간 해치백의 본질을 갈고닦아 왔던 것이다.

시승차량은 폭스바겐 골프 2.0 TDI 프레스티지 트림이다. 국내 시장에 수입되는 골프는 전량 2.0 디젤 엔진으로 통일된다. 물론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골프 GTI라는 선택지가 있다. 트림 구성은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 두 가지다. 외관상으로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다이내믹 턴 시그널 등의 차이가 있고, 옵션은 메모리 시트와 HUD, 파노라믹 선루프 등이 추가된다. 기본 옵션도 앰비언트 라이트, ADAS, LED 램프 등 풍부한 편이라 볼 수 있다.

골프는 7세대부터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그리고 8세대에서는 구성요소들의 형상을 슬림 하고 날카롭게 다듬어 카리스마를 더한다. 전체적으로 프런트 마스크가 굉장히 낮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질적인 흡기는 범퍼에서 담당하고 있고, 폭스바겐 엠블럼을 강조하는 얇은 가니시와 얇은 헤드램프 DRL이 보다 와이드 한 인상을 만들어 준다. 범퍼의 에어 인테이크 부근에도 가니시를 부착하여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보완한다.

측면 디자인도 정제된 매력이 느껴진다. 전륜구동 해치백인 만큼 보닛 길이가 짧은 편이지만, 낮게 배치된 프런트 마스크 덕분에 여전히 카리스마 있는 스탠스가 엿보인다. 헤드램프 DRL을 따라 직선형 캐릭터 라인이 연결되고, 약간 사선형으로 배치된 각도 덕분에 더욱 날렵한 인상을 받는다. 또한 A필러도 캡 포워드 스타일로 차체 전방에 편향되어 있지만 완만하게 낮아지는 루프라인 덕분에 실루엣이 꽤나 멋스러워졌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우는 휠과 플래그 타입의 사이드미러도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 일조한다.

뒷모습에서 큰 특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역시 직선을 사용한 스타일링이고, 디자인의 완성도를 다듬는 과정을 거쳐왔다. 핵심은 테일라이트다. 자세히 보면 굉장히 섬세하고 얇은 그래픽으로 꾸며져 있다. 'ㄷ'자 형태로 역시 뛰어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리어 범퍼와 펜더, 테일램프와 해치 게이트의 분할선을 하나로 연결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향상시키기도 했다. 디젤 모델인데도 범퍼에는 머플러 팁 형상을 각인하여 스포티한 감각을 더해준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정제미가 느껴지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운전자 중심의 구성이다. 10.25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10인치 센터 스크린이 운전석을 지향한다. 트렌드에 비해 화면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체급을 고려하면 적당하다. 무엇보다 대시보드를 감싸는 엠비언트 라이트가 디지털 감성을 자극해 준다. 신기한 점은 센터페시아의 버튼들이 전부 터치식이라는 점이다. 기어노브는 토글 레버 방식으로 조작감이 단순하고 편리하다. 패들 시프트가 적용되어 펀 드라이빙을 보완했고, 신규 엠블럼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입체감이 살아있다.

준중형 해치백임에도 2열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여유로웠다. 기본적으로 레그룸 공간이 넓은데 시트 포지션도 높은 편이라 착좌감이 편안하기도 하다. 헤드룸도 괜찮다. 특별한 편의 장비는 없고, 에어벤트와 암레스트 등 기본 옵션은 있다. 시트 폴딩이 가능한데 스키스루도 남아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트렁크에는 러기지 스크린이 포함되어 있고, 트렁크 바닥면이 낮아지고 최대한 폭을 늘린 느낌이라 활용성이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비행기 조종석을 떠올리는 콕핏 디자인과 깔끔한 마감 덕분에 단점이 없는 인테리어라 느꼈다.

시동을 걸어본다. 디젤엔진을 채택하고 있지만 예상보다는 소음과 진동이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 딱 가솔린은 아닌데 디젤치고는 너무 부드러웠다. 준중형 해치백치고는 만족스러운 안락함이다. 높은 토크를 뽑아내는 엔진과 가벼운 차체 덕분에 엑셀 반응은 경쾌하다. 8세대 골프는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륜구동 플랫폼 MQB로 개발되었고, 차체 크기에 대비하여 가벼워진 무게가 강점이다. 공차중량은 1.5톤에 못 미치며 의외로 후륜 서스펜션에 멀티링크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2.0 디젤엔진의 최고출력은 150HP, 최대 토크는 36.7Kg.m에 달한다. 가벼운 무게 덕분에 고속에서의 펀치력도 준수하지만, 특히 초반 가속감이 굉장히 즉답적이다. 변속기로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DSG를 맞물렸다. 토크컨버터 대비 빠른 변속과 높은 효율을 이점으로 한다. 예상보다 변속 충격도 체감이 가지 않았고, 일반적인 단점이 내구성이라 하지만 단기 시승으로는 논할 수 없다. 다만 듀얼 클러치 치고 불쾌한 울컥거림이나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 만큼 클러치 마모도 느려질 듯 하며 신뢰가 쌓인다.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추는 만큼 전반적인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댐핑 스트로크도 짧고, 요철에서는 어느 정도 통통 튀는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포장도로에서 유입되는 진동은 걸러내는 수준이며, 실제 서스펜션 세팅을 단단하게 하는 국산 차종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승차감에 대한 불편함은 상대적이나 주행 안정감과 조향감은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하다. 차체 전장이 짧다 보니 기민한 회두성을 느껴볼 수 있고 순간적으로 엑셀을 깊게 밟아도 롤은 억제되어 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엔진 사운드가 약간이나마 날카로워지며 긴장감을 자극합니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가 묵직해지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엑셀에 대한 반응도 더욱 예민해지는 듯 하다. 제동력도 초반 답력에 집중된 타입이 아니라서 비교적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하다. 제로백 8.4초, 초반 가속감이 즉답적이기 때문에 고속에서의 가속 성능은 비교적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소음과 떨림도 엔트리 세그먼트의 한계가 있는 만큼 완벽히 억제되어 있진 않다. 역시 골프는 와인딩 코스나 도심에서 운전의 재미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공인연비 17.8Km/L의 훌륭한 효율성 또한 하나의 근거다. 보통은 연료 소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는 코스에서도 가벼운 차체 중량과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최적의 열효율을 발휘한다. 한때 디젤 게이트 이슈가 있었던 폭스바겐인 만큼 트윈 도징 시스템을 접목하여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준급의 연비가 디젤엔진에 대한 메리트가 남아있음을 알린다. 한편 크루징을 돕는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이 탑재되었고, 코너링 헤드램프나 스마트폰 미러링, HUD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운전 편의성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폭스바겐의 골프 2.0 디젤 프레스티지를 시승했다. 골프는 견실한 승차감과 효율성, 공간성으로 기본기를 입증받아 왔고, 고유한 성격은 여전한 가치를 증명하는 듯 했다. 많은 브랜드들은 이러한 성격을 벤치마킹하고자 했다. 한국 산업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한국 시장에서 해치백은 인기가 없다 하나, 그 원인 중 한 가지가 상향된 성능에 잇따른 높은 가격이었다. 취향의 차이다. 크기와 가격이 비례해야 한다고 느끼면 해치백은 큰 메리트가 없다. 한국 준중형 해치백 시장은 선택의 폭이 좁아져만 왔고, 결과적으로는 유일한 정답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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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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