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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내세운다고 하여 반드시 브랜드의 가치가 상향되지는 않는다.소비자가 바라는 제품의 니즈와 원츠는 분리된 영역이다. 부가가치가 낮다고 표현할 수 있는 기업들은 다수 소비자들을 위한 자동차를 생산해야만 한다. 흐름은 지속된다. 반면 프리미미엄 브랜드들은 기업에 의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흔쾌히 구매할 수 있다. 물론 모터리제이션 시대에서 대중성을 무시할 수 있는 브랜드는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성을 빌미로 부가가치를 덧붙이는 기업들은 브랜드의 성격 자체가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조건을 만족했다.

20세기 까지만 해도 중형 세단은 고급 승용차 내지는 패밀리카에 속했다. 이동을 위한 자동차를 본질적으로 바라본다면 편안한 승차감이 가장 중시될 것이다. 장시간 이동에도 운전자는 물론 탑승객들의 피로도를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인 BMW는 사뭇 다른 관점에서 자동차를 이해했다. 이동을 위한 운전을 노동이 아닌 즐거움으로 승화시킨다는 관점이다. 대중적이진 않다. BMW의 3시리즈도 흔히 준중형 세단이 칭하는 'C세그먼트'에서 대중성을 위해 크기를 키워왔다. 그럼에도 브랜드만의 정체성은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현세대 3시리즈 코드네임 'G20'은 2018년에 공개되었다.지금은 2022년에 마이너 체인지를 거친 3시리즈 LCI 모델이 시판 중이다. 3시리즈에는 '컴팩트 세단의 교과서' 라는 별명이 있다. 그토록 D세그먼트 시장에서 높은 가치와 입지를 인정받고 있다. BMW를 포함한 다수 브랜드들이 3시리즈보다 작은 C세그먼트 세단을 양산하기도 한다. 다만,원가와 실용성을 고려했을 때 후륜구동 형식의 세단은 D세그먼트가 마지노선이다. 현행 3시리즈도 어김없이 동특성과 무게 배분에 유리한 FR 레이아웃으로 개발된다.

시승 차량은 BMW 320i 트림이다. 3시리즈의 수많은 라인업 중 가장 엔트리 트림에 해당한다. 2.0L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에 기본 서스펜션 세팅이 적용됩니다. 외관 디자인의 임팩트는 약하지만 편의 장비는 커브드 스크린, HUD, 2열 독립 공조 등 빠짐없이 풍부한 편이다. 여기에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하면 더욱 공격적인 외관 디자인과 섀시 튜닝이 가해질 것이다. 이외 3시리즈의 라인업은 2.0L급 디젤 엔진을 선택할 수도 있고, M뱃지를 부여받은 340I M 모델을 고를 수도 있다. 또, 스테이션 왜거 형태의 투어링도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헤드램프다. BMW 특유의 쿼드램프 스타일은 유지하고 있는데, 그 그래픽 형상이 'ㄴ'자에서 'ㄱ'자로 변경된다. 보다 입체적인 인상이 느껴진다. 또 하나의 헤리티지인 '키드니 그릴'은 전부터 크기가 커져왔고 프레임이 하나로 합쳐졌다. 범퍼의 디자인은 직선을 활용하여 입체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양측 에어커튼과 중심부 덕트, 레이더를 제외하고 특별한 액세서리가 적용되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프런트 마스크의 포지션이 낮아 차 폭이 넓고 낮은 실루엣이 마음에 든다.

측면 디자인을 볼 때 BMW의 역량을 느껴볼 수 있다. 컴팩트 세단이라 하지만 비율과 스탠스는 역동적인 스포츠 세단의 감각이다. 롱 노즈 숏 데크라 표현한다 후드의 길이가 상당히 길고 A필러와 앞바퀴 사이의 이격 거리도 넓은 대신 트렁크 리드가 짧다. 캐릭터 라인은 앞바퀴에서 완만한 각도로 상승하고, 리어 펜더의 볼륨라인으로 날렵한 인상을 강조하기도 한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프런트 오버행까지 프리미엄 세단 다운 고급스러운 실루엣이 매력적이다. 다만 기본 모델인 만큼 17인치 휠은 다소 가벼운 디자인처럼 보여 아쉽다.

후면 디자인은 간결하다. 'L'자형의 테일램프는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범퍼도 애당초 큰 특징이 없다 보니 차이를 구분 짓기 어렵다. 그나마 MSP 모델의 경우 디퓨져 면적이 크게 확대되된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스타일링 자체는 마음에 든다. 테일램프 그래픽은 차체 폭을 과장시켜 주는 역할을 맡는데, 범퍼 하단부의 포인트 라인도 마찬가지다. 대구경 트윈 머플러 팁이 3시리즈의 스포츠성을 강조한다. 베이스 모델이라 아쉬운 측면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BMW답고 진부하지 않은 익스테리어다.

지난 페이스리프트는 익스테리어 보다 인테리어의 변화가 크게 느껴진다. 각 12.3인치, 14.9인치 크기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배치했고, 공조장치를 포함한 대부분의 편의기능이 idrive 8세대에 통합된다. 직관성은 아쉽지만 그만큼 인포테인먼트나 확장성은 뛰어나다. 디지털 클러스터와의 연동성도 훌륭하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으로 패들 시프트는 기본이다. 센터 콘솔에는 주행 모드 및 EPB 등 장비 조작 버튼이 위치하며 찾아보니 통풍 시트는 빠져있다. 변속기는 토글식으로 변경되며 보다 디지털 친화적인 감각이다.

컴팩트 세단의 대명사답게 2열 공간은 예상외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헤드룸은 일반적이지만 보기보다 레그룸이 여유롭다. 시트 포지션도 자연스럽고, 2열 독립 공조장치와 암레스트가 마련되어 있다. 단지 센터터널이 솟아 있어서 5명이 타기엔 버거울 수 있다. 트렁크 공간 또한 체급을 생각하면 만족스럽고 2열 시트를 폴딩하여 확장할 수 있다. 전동 트렁크는 빠져있다. 전체적으로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최소화된 버튼, 엠비언트 라이트나 틈틈이 적용된 알루미늄 마감 덕분에 하이테크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동을 걸면 엔진이 부드럽게 회전합니다. 2.0L급 4-실린더 가솔린 엔진의 최대출력은 184Hp, 토크는 30.4Kg.M이다. 엔트리 모델인 만큼 수치상의 파워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엔진의 정숙성을 느껴보는 순간 BMW답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엑셀을 가볍게 밟아보면 차량은 부드럽게 나아갑니다. 후륜구동 방식을 택하다 보니, 전륜구동 자동차에 비해 차량 무게가 가볍지는 않다. 이전 세대에 비해서 경량화를 실현했을지라도 공차중량이 1.6톤을 넘어선다. 하지만, 엑셀로부터 전해지는 감각은 훨씬 가벼운 차량을 몰고있는 듯 하다.

명불허전 탄탄한 승차감이 매력적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BMW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BMW의 섀시 지오메트리 'CLAR'은 전륜 더블 조인트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로 구성되고 비교적 강성이 높은 댐퍼를 활용했다. 물론 깊은 굴곡이나 비포장도로에서는 특유의 통통거리는 감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평범한 포장도로의 노면 상태에서는 승차감으로 인한 불편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 흔들림을 최대한 억제해 주면서도 정숙성이 훌륭했다.

현가장치를 제외하고도 섀시는 기본적으로 묵직한 세팅이다. 덕분에 엑셀을 깊게 밟아보아도 차체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묵직함은 안정적인 주행감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코너에서나 고속도로에서나 차량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 탄탄한 하체 덕분에 민첩한 조향 반응도 마음에 듭니다. 5:5에 가까운 무게 배분을 위해 후륜구동을 선택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의도한 대로 차량이 뒤따라 주는 뉴트럴 스티어 성향이 즐거웠다. 또, 뒷바퀴로 가해지는 강한 접지력은 높은 토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스포츠 모드를 작동시키면 엔진 반응은 예민해진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이 더욱 묵직해진다. 이는 인디비주얼 모드에서 개별적으로 조절 가능하다. 2.0L 엔진으로 주행모드에 따른 드라마틱한 차이를 가하긴 어렵겠지만, 엔진음이나 반응의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는 한다. 클러스터 그래픽도 변경된다. 정말 신기한 점은 180대의 마력이라 하기에는 응답성이 훌륭하다. 엑셀을 최대한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굵직한 사운드가 발휘되며 긴장감을 더해준다. 심한 터보래그도 없이 자연스럽게 속도계의 숫자가 치솟는 모습이다.

알려진 제로백은 약 7초 초반대에 머문다. 속도를 고속 영역까지 몰아붙이면 다소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속도로는 힘에 대한 갈증을 경험하기 어렵다.또한 BMW와 ZF사 8단 토크컨버터 변속기의 자연스러움은 모두가 인정한다. 시승 내내 변속 지연이나 충격으로 인한 불편함은 없었다. 매뉴얼 모드에서는 RPM을 높게 허용하는 내구성을 갖추기도 한다. 공인 연비는 11.2KM/l로 후륜구동 방식의 D세그먼트 세단으로는 일반적인 성능이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운전의 재미보다는 편의를 돕는다. 대화면 디스플레이는 물론, 전방 HUD와 클러스터에까지 길 안내를 도와주며,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나 카플레이를 지원하기도 한다. 다만 앞서도 언급한 내용처럼 직관성은 부족하다. 마치 스마트폰 앱처럼 탭이 분할되다 보니 원하는 기능을 바로바로 실행시키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ADAS 장비는 BMW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사양이 적용됩니다. 차로 유지와 충돌 방지 등 휠을 꽉 움켜쥐고 있다면 꽤나 높은 정밀도로 차량을 제어하며 각종 사고예방 경보 시스템도 풍부하다.

BMW 320I를 시승했다. 워낙 평판이 훌륭한 자동차인 만큼 기대심을 품었다. 그리고 딱 예상한 감각 그대로의 승차감과 주행감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 3시리즈는 만족스러운 자동차가 아닐까 싶다. 보통 경험보다 기대가 앞서는 차량들은 부풀려진 기대감에 실망하는 경우가 흔했다.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의 편안함에 소수의 소비자가 원할 법한 뛰어난 안정감까지 함양했다. 지금은 경제성장과 함께 대다수의 브랜드들이 중형 세단의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시대다. 그렇게 3시리즈는 D세그먼트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 한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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