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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라는 신조어가 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 설계부터 생산 과정에까지 참여하는 기업 전략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팬슈머'라는 표현까지도 생겨났다. 대기업의 제품 기획에 대한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나날이 강해져 온 것이다. 현세대, 차별화된 브랜드의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와 기업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라 한다. 자동차 산업도 동일하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며 기업과 소비자 간의 장벽은 무너졌다.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 간의 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반대로, 무엇이 브랜드의 가치를 바로잡아 왔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다. 아우디는 '기술을 통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기업이다. 그렇게 소비자들과 소통해 왔을 것이다. 특히 E-트론 GT, R8 ,RS7 등 고성능 자동차는 수익성보다 '이슈'를 만들기 위한 목적성이 크고, 지속적인 미디어 노출과 소통, 기업 규모 확대를 위한 수단이 되었다. 헤일로카를 양산하지 않는다면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은 단절되고, 결국 브랜드 가치가 손실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우디는 2007년, D세그먼트 세단 A4의 파생형 쿠페 'A5'를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A5를 5도어 타입으로 파생시킨 'A5 스포트백' 또한 출시된다. 2020년, 2세대 A5의 페이스리프트까지 스포트백의 연혁은 유효했다. 오히려 A5의 쿠페, 카브리올레 등 파생 차종에 비해 과반수의 실적을 기록한다고 한다. 스포트백은 소수의 소비자를 위한 '쿠페'를 기반으로 대중성을 키웠다는 내용에서, 많은 팬덤들의 헤일로카에 대한 접근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맡아줄 수 있었다.

시승차량은 아우디 A5 스포트백 40 TDI Quattro Premium 트림이다. A5 쿠페는 가솔린 TFSI 모델로만 수입 중이고, 스포트백만 가솔린과 디젤 중에 선택할 수 있다. 가솔린 모델의 경우 성능에 따라 두 가지 엔진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스포츠성을 위해 4륜 구동을 의미하는 '콰트로'는 전 사양 기본 탑재다. 40 TDI의 경우 옵션 사양은 프리미엄 등급 단일이다.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와 선루프, 헤드라이닝, 엠비언트 라이트, 1열 통풍시트, 3존 공조 등 옵션은 충분하다.

아우디는 모노 프레임 그릴을 활용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패밀리룩이 확고한 편이다. 때문에 모델별 차별화가 아쉽게 느껴질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A5의 전면 디자인은 세단 라인업 중 가장 날렵하고 스포티한 감성이 엿보인다.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S라인 패키지의 허니컴 타입 그릴메시가 적용되었고, 프레임 상단 보닛과 연결되는 위치에는 조그마한 덕트를 마련했다. 헤드램프 DRL은 역동적인 그래픽이 인상을 남기고, 크램셀 타입의 후드가 엔진룸을 깔끔하게 감싸고 있다. 보닛의 굵은 라인들도 매력적이다.

클램셀 후드의 분할선은 캐릭터 라인과 도어 패널에 연결된다. 마치 보닛이 차체와 일체형으로 제작된 것처럼 느껴진다. 차체를 한 줄로 가르는 '토네이도 라인'은 포물선으로 휘어지며 매끄럽고 유연한 차체 실루엣을 그려 준다. 움푹 파여있는 로커패널도 차체의 부피감을 더해주고 있다. A5 스포트백의 백미는 역시 트렁크 끝부분까지 부드럽게 뻗어 나가는 루프라인이다. 필러리스 글래스와 함께 매끄러운 프로파일을 형성하고 '쿠페라이크'한 감성을 완성한다. S라인 패키지의 5스포크 휠도 참 멋스럽다.

후면부도 매끈한 바디라인이 매력을 더한다. 길게 뻗은 C필러 덕분에 뒷유리 면적이 좁아 보이고, 보트 테일 형상으로 좁아지기 때문에 양측 숄더 라인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트렁크 리드는 모서리 라인을 강조하여 쿠페의 늘씬함에 끝을 맺는다. 리어엔드 디자인 자체는 간결하다. 헤드램프와 유사한 그래픽의 테일램프가 시선을 끌고, S라인 패키지의 적용으로 범퍼에는 트윈 머플러 팁이 적용된다. 그리고 은색 가니시가 둘러져 있다. 전체적으로 아우디가 강조할 수 있는 정교함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는 대시보드가 낮고 센터터널이 높이 올라와 있는 구성이다. 페이스리프트로 MMI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며 편의성을 개선했다. 버추얼 콕핏도 지원한다. 우드트림을 적용하고 아날로그 버튼들이 많아 최신 아우디에 비해서는 다소 올드하다. 하지만 실물로 접한 실내 공간은 고급스러운 소재와 정교한 마감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어두운 곳에서는 엠비언트 라이트 덕분에 보다 화려한 감성이 살아날 수 있다.

보통 쿠페형 세단은 2열이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다. 기대가 없어서인지 나름 만족스러운 뒷좌석이다. 레그룸은 보통 후륜구동 세단과 다를 바 없고, 다소 헤드룸이 좁고 등받이 각도가 낮은 느낌인데 크게 피로감은 느껴지지 않을 듯하다. 센터터널은 4륜구동의 채택으로 높다. 대신 2열 독립 공조와 열선시트, 암 레스트까지 편의 장비도 충분하다. 스포트백 모델답게 트렁크 공간도 깊고 넓다. 해치게이트 방식이지만 러기지 스크린이 있어 트렁크를 닫을 때는 세단 느낌이 되겠다. 전체적으로 활용성과 사용성이 뛰어난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A5 40TDI 모델은 2.0L급 직렬 4기통 디젤엔진과 12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채택되어 있다. 아우디의 12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구동 계통의 에너지 소모량을 미세하게 줄여준다. 부드러운 스톱&고 시스템 작동을 돕기도 한다. 엔진 시동을 걸면 미세한 소음과 진동이 유입된다. 가솔린 엔진과는 구분이 가능한 수준의 떨림이다. 아우디의 차음 대책은 대체로 신뢰하는 편이지만 프레임리스 도어의 경우 완벽한 방음은 불가능하다. 스톱&고 시스템을 사용하면 정차 중 소음은 없고, 장점은 그나마 엔진 재점화 과정이 불쾌하지 않은 편이다.

컴포트 모드로 주행 시 승차감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통상적인 스포츠 세팅 D세그먼트 세단, 그것도 쿠페인 점을 감안하면 부드러운 편이다. 5인승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노면 상태로 인한 진동이 잘 올라오지 않고 포트홀을 지나도 큰 충격 없이 처리한다. 그렇다고 물렁한 승차감이라 표현하기엔 차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시승 차량은 콰트로 시스템으로 앞뒤 바퀴에 극단적인 구동력 배분이 가능하며, 전륜 후륜 모두 멀티링크 방식의 현가장치 구성을 갖춘다.

제원상으로 전자제어식 댐퍼를 적용했다고 한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엔진 부밍음이 미세하게 커지는 듯하며, 스티어링 휠은 확실히 묵직해진다. 다만 한계 주행의 상황이 아니라 섀시 강도의 확연한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댐핑 스트로크는 짧은 편이라 컴포트 모드에서도 차체 쏠림이 적은 편이다. 대신 그만큼 방지턱이나 포트홀 등 심한 충격을 확실히 걸러주진 못한다. 의도대로 선회하는 핸들링 감각과 무게감은 마음에 들었다. 코너링 성능이 준수한 편이나, 그보다는 고속주행 시 안정감과 직진성이 훌륭하다.

만족스러운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최고출력 204마력, 토크는 40.7Kg.M으로 제원상의 제로백은 7초지만 실제 체감하는 발진 감각은 더욱 폭발적이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를 맞물렸다. 때문에 스포츠성과 효율성 모두가 수준급이다. 공인연비는 15Km/l, 아무리 디젤 엔진이라도 대략 1.7톤의 공차중량과 4륜 구동 시스템을 고려하면 놀라운 연비다. 한때 디젤게이트에 연루되었던 만큼 트윈 도징 시스템을 통한 검증된 배기가스 저감 대책을 적용했기도 한다. 특히 '콰트로 울트라'는 경량화와 전장화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

디젤 엔진의 초반 토크와 듀얼클러치의 반응성, 그리고 4바퀴로 배분되는 순간 펀치력은 확실히 짜릿한 감각이 있다. 물론 고속주행 시 마력은 부족하겠지만, 일반적인 운전자가 다룰 만한 구동력과 선회 능력은 쉽게 질리지 않을 수준이다. 역시 가솔린 엔진에 대비한 가장 큰 단점은 소음이다. 펀 드라이빙의 영역보다는 일상 주행 시 차이가 아쉬울 수 있다. 그래도 쿠페치고는 탑승객을 최대한 배려해 주는 감각이다. 또 아우디의 반자율주행 기능과 프리센스, 스마트폰 미러링, 버추얼 콕핏 등 주행 장비도 만족스러운 옵션이었다.

아우디의 A5 스포트백 디젤 모델을 시승했다. 처음에는 의외로 편안한 승차감에 놀랐고, 역동적인 주행에서는 반대로 의외의 안정적인 주행감에 놀랐다. 그리고 하이테크 감성과 패스트백 루프를 연계한 디자인은 시승 내내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예상대로 대중들을 위한 자동차는 아니다. 아우디는 더 편하거나 즐거운 자동차를 제작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소수의 소비자를 위한 차선책을 마련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아우디의 진보적인 스타일링과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고, 누구든지 꿈꿔볼 만한 하이테크 GT로 생각된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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