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메인

21세기 자동차 산업은 바야흐로 크로스오버의 시대다. 자동차의 표준 '세단'은 도심형 SUV라는 명목의 크로스오버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긴다. 크로스오버는 '혼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SUV와 세단 각각의 장점을 혼합했다는 개념이다. 때문에 차체와 프레임이 일체화된 유니바디, 그리고 전자식 4륜 구동을 채택하는 21세기 대다수의 대중형 SUV들이 '크로스오버'의 범주에 포함된다. 한술 더떠 작은 차체와 스포티한 디자인을 접목시킨 소형 SUV나 쿠페형 SUV 등 크로스오버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져 왔다.

크로스오버 시장은 수요를 쫓는 분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니치 마켓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대체재를 개발한다. 하나, 이번 글의 주제인 아우디 A7은 도심형 SUV가 아닌 세단이다. 그럼에도 A7은 넓은 의미의 '크로스오버'에 속한다고 본다. A7은 세단과 쿠페의 장점을 혼합한 '혼종'이다. 아우디는 각 세단 라인업에 프레임리스 도어와 해치게이트, 일체형 테일램프 등 스타일을 더한 5도어 세단을 양산했고, 여기에 '스포트백'이라는 네이밍을 붙였다. 2도어 쿠페는 부담스럽지만 멋스러운 승용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2세대 아우디 A7은 2018년 세계 시장에 데뷔했다. 프로젝트 '4G9'로 같은 해 앞서 공개되었던 8세대 아우디 A6와 차대를 공유한다. 실제 엔진 및 파워트레인, 실내 인터페이스는 A6와 대부분 유사하나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확실한 차별화를 더했다. 아우디가 고집하던 기계식 콰트로에는 전자제어가 도입하나, 레이아웃은 여전히 엔진 세로 배치 전륜구동을 베이스로 한다. AWD 시스템 탑재를 우선 고려한 MLB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 시판 차종은 전부 콰트로가 기본 탑재라서 구동방식에 따른 불리함은 상쇄된다.

시승차량은 A7 55 TFSI Quattro Premium 트림이다. TFSI는 가솔린 직분사, 55는 횡 가속도를 의미하는 수치로, 쉽게 A7 라인업 중 가장 상위 등급 가솔린 엔진을 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전자식 AWD 시스템이 기본 탑재로 변속기는 7단 팁트로닉이 맞물린다. 기본적으로 레이저 헤드램프, 버추얼 콕핏, MMI 디스플레이, 앰비언트 라이트 등 웬만한 고급 옵션들은 전부 탑재된다. 아직도 반도체 수급 문제가 있는지, 2023년 연식변경 이후 스티어링 휠 전동 조정 기능은 제외되었다.

A7의 전면 디자인은 아우디의 전형적인 스타일링 기법을 따른다. 거대한 싱글프레임 그릴과 직선 위주의 디테일로 꾸며진다. 특히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역동적인 패턴을 활용하여 시선을 이끈다. 날카로운 마름모꼴 형상으로 날렵한 인상을 준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윤곽선은 크롬 가니시가 생략되어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훨씬 커 보이기 때문에 과감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남긴다. 범퍼 양측의 에어 인테이크도 허니콤 메시를 적용하여 스포티한 분위기를 남기며 차체 하단부 엣지라인이 참 날카롭다.

측면 디자인은 A7의 핵심과도 같다. 앞, 뒤 펜더를 부풀려 휠 아치 강조하는 캐릭터 라인은 A6와 거의 유사하지만, 더 완만히 꺾인 A필러와 차체 뒷면까지 패스트 백으로 연결된 C필러 라인은 상반된 이미지를 심어준다. 프런트 마스크를 최대한 낮게 배치하여 보닛의 길이가 연장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가 주는 하드탑 쿠페의 감성이 A7의 매력을 더한다. 아우디는 차체 형식 특성상 프런트 오버행 길이가 길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더 납작하게 깔려있는 인상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스포트백만의 차별화는 뒷모습의 형상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뒤에서 보면 매끈한 C필러 라인 덕분에 넓은 면적의 윈드 실드가 좁아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리어 펜더를 강조하던 볼륨 라인은 뒷모습에서도 매력적인 차체 실루엣을 형성해 준다. 테일램프는 일자형으로 헤드램프처럼 역동적인 그래픽이 내장되어 있다. 차체가 더욱 넓고 낮아 보이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차체 하단부에 따로 머플러 팁이 강조되어 있진 않았다. 측면과 후면까지 전체적으로 엠블럼과 레터링을 제외하면 크롬 몰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A7의 인테리어는 디지털 감성이 풍부했다. 12.3인치 크기의 버추얼 콕피트 플러스와 MMI 디스플레이, 그리고 공조장치까지 터치 패널을 활용한다. 개인적으로 매립형 디지털 클러스터의 시인성이 참 마음에 든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나 조작성도 훌륭하다. 또한 터치 장비는 직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햅틱 반응을 지원한다. 대시 패널은 블랙 하이그로시와 알루미늄 라인 등으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무드램프나 우드 트림, 가죽 기어노브 등 고급스러움을 자극하는 소재나 마감 품질도 훌륭했다.

5도어 쿠페지만 뒷좌석 공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헤드룸은 다소 좁고 레그룸이 넓은 구성이라 경우에 따라 느껴지는 감각이 많이 다를 듯하다. 4륜 구동이 기본 탑재라서 센터터널이 높게 튀어나와 있긴 하다. 옵션은 2존 독립 공조장치와 열선시트, 암레스트 등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아무래도 스포트백의 매력은 드넓은 트렁크 공간이다.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정말 넓은 면적의 바닥면이 형성되고, 평소에는 러기지 스크린으로 승객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간결함과 정교함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이다.

엔진 시동은 부드럽게 걸린다. 2세대 A7은 48V 전압 MHEV 시스템이 기본 탑재다. 55 TFSI 가솔린 엔진은 연료 직접 분사 방식으로 효율성과 응답성이 뛰어난 편이다. V형 6-실린더 구조에 싱글 터보까지 탑재되어 최고 출력은 340hp, 최대 토크는 약 50Kg.M 수준이다. 세단에서는 고성능 축에 속할 수 있는 퍼포먼스다. 7단 S 트로닉이라 하는 파워 트레인은 '듀얼클러치' 구조를 갖춘다. 개인적으로 듀얼 클러치를 선호하진 않는데 그나마 폭스바겐 그룹의 제품을 가장 신뢰하는 편이다.

여유로운 출력 덕분에 가속감은 굉장히 부드럽다. 2톤에 가까운 차체 무게로 인해 엑셀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필요에 의할 때만 강력한 토크를 밀어붙이는 감각이다. 보다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역시 7단 듀얼클러치다. 특유의 변속 충격은 완전히 느껴지지 않고 토크컨버터라 표현해도 이질감이 없을 수준이다. 엑셀 페달을 깊게 밟을 때 듀얼클러치의 즉답적인 반응이 매력적이다. 성능과 무게를 감안하면, DCT를 통한 약 9.5Km/l의 공인연비도 준수하다.

속력을 올려보아도 엑셀은 반응성을 잃지 않는다. 그 감각이 부자연스럽지도 않다. 고속에서 RPM을 높이면 엔진의 소음과 떨림이 심해야 하지만, A7은 엔진 성능인지 차음 대책 덕분인지 불쾌한 소음이 느껴지지 않아 신기했다. 그만큼 엔진 출력의 여유는 확실하다. 다만 예상외로 운전이 즐거운 감각은 아니었다. 승차감이 굉장히 정숙하고 편안하다. A7은 전륜구동이지만 엔진이 세로배치 형식이라 전륜 서스펜션도 멀티링크 방식이 활용되며, 전자식 댐핑 컨트롤로 도로 노면에 맞는 최적의 강성을 조율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훌륭한 승차감이다.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하면서도 차체 흔들림은 심하지 않았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도 일반 주행보다 다소 딱딱한 댐핑력에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는 수준이라 느꼈다. 확실히 예민한 가속감이 전달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운전자의 청각을 자극하는 사운드가 들려오진 않는다. 실제 주행성능이 아쉽다고 판단되진 않으며, 특히 묵직한 차체와 상시 사륜구동 덕분에 타이어는 끈끈한 트랙션을 유지하는 듯 하다. 차체 흔들림과는 별개로 안정성이 확실하고 속력을 아무리 올려도 불안함이 없는 편이다.

주행모드는 다이내믹, 승차감, 효율, 자동 등 일반적인 구성이고 스티어링 휠 감도와 엔진, 쇽업쇼버 등을 선택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변화는 확실하지만 매끄럽고 날렵한 디자인처럼 하드코어 한 감각까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데일리 쿠페를 지향하는 세단, '스포트백'인 만큼 일반 주행의 세팅에 신경 쓴 듯 하다. 코일 스프링을 사용하였음에도 모든 주행 환경에 능통한 승차감을 구현했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나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정숙성과 연결성을 키워준다.

A7 풀체인지에 탑재된 전자제어식 4륜 구동 시스템 콰트로 '울트라' 도 효율성 증진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 물론 타이어의 슬립이 감지되면 재빠르게 더욱 강한 구동력을 배분해 주겠지만, 안정적인 주행 상황이라면 모든 구동력을 전륜 축에만 전달한다. 각종 반자율 주행 장치와 평소 끄고 달리는 오토스탑도 영리하게 작동하는 편이었다.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에서 느끼는 A7의 승차감은 괜스레 더욱 첨단화되고 고급스러운 듯 여겨진다. 저는 스포티한 주행 성향을 기대했지만 데일리 GT의 감각을 원한다면 최고의 승차감이 아닐까 싶다.

아우디 A7 55 TFSI 콰트로를 시승했다. 편안한 승차감과 풍부한 편의 장비, 정교한 마감 품질이 인상적인 차량이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디자인이다. 매끈하고 날렵한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A7은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스포트백 세단이라는 '혼종'의 상품성은 멋을 중시 여기는 소비자들을 위한 혜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우디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멋'에 아무런 흥미가 없을 리 없다. 생각보다 스포트 백의 멋을 소유하기 위해 희생시켜야 하는 부분들은 크지 않았다.

↑↑↑ 바로 탁송 가능한 A7 중고차 찾기!! ↑↑↑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