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마이라이드
여는 글
'볼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100 중 99은 '안전'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리실겁니다. 맞습니다. 그게 볼보의 철학이고 지금의 볼보를 있게 한 원동력이죠. 지금은 뭐 중국차네 마네 이런 말들이 있지만 요즘의 볼보는 확실히 '핫'하고 잘나가는게 맞습니다. 여전히 '안전'하기도 하고요. 스웨덴 브랜드인 볼보는 한 때 끔찍히도 못생긴 차로도 유명했습니다. 대부분 각진 선형으로 무썰 듯이 디자인 한 전적이 꽤나 오래 이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볼보가 2000년대에 접어 들면서 디자인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중국의 자본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차량 개발에 크게 관여치 말 것'이라는 조건하에 개발을 열심히 했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제 주변의 30~40대 가정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볼보의 차량을 하나 구입할까 하시던데 다양한 차량들 중 오늘은 C40 일렉트릭 모델에 대한 시승 소감을 공유하고 이어서 세단의 중심이 되는 S60은 별도의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볼보 C40 recharge - 외형
볼보가 중국 자본으로 무장하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흠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점 하나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한 때 정말 지독하게 못생기고 각진 형태를 오래 유지하긴 했지만 큰틀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버리지 않은 선에서 현대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단순히 '안전'말고는 별 감흥이 없던 브랜드에서 안전하면서도 마저 '예쁘기도'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죠.
개인적으로 단순한 세단과 suv가 아닌 왜건 또는 5도어 해치백 디자인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제품 개발을 멈추지 않은 볼보가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라 해도 과하지 않은 suv 선호 추세에 있어 C40 차량은 suv의 실용성과 함께 날렵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약간 귀여운 느낌과 말끔한 느낌을 잘 표현해냈다고 봅니다.
다만 이렇게 C필러 라인이 아래로 내려가는 패스트백 디자인은 보기엔 참 좋지만 실제로 실내 적재 공간의 희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실용성 부분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도 라인 자체를 워낙 예쁘게 잘 뽑은 것이 사실이기에 디자인과 맞바꿈을 하기에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차량 자체가 전기차 전용 모델은 아니기 때문에 적재함을 열어보면 아쉬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트렁크 하단 공간도 넓은 편은 아니고 아마도 배터리팩의 공간을 줘야했을테니 기대했다면 아쉬울 것이고 걱정했다면 괜찮은 수준이 될겁니다.
재미있는 점은 프렁크, 그러니까 엔진이 있는 후드에 있는 적재공간입니다. 4바퀴를 동시에 굴리는 모델이기 때문에 모터 공간 때문에 적재공간이 적거나 없는 경우가 있지만 이 차량은 의외로 꽤나 넓은 공간을 자랑합니다. 국산 AWD 전기차 모델보다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공간이 있는데 후드의 개방 특성 때문에 자주 여닫을 일은 없을테니 차량 비상용 물건들을 여기에 잘 보관하고 있으면 괜찮을 것 같더군요. 후드를 열어보면 단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마감도 수준급입니다.
이미 출시된지는 좀 되었지만 변화가 있습니다. 대신 그 변화는 외적인 변화가 아닌 '출력'과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 증대' 그리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이 시승행사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볼보를 타봤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게 완전히 처음이었던 것이죠.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의 차량을 대할 때 저는 첫 감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용자 편의성'입니다. 직관적이어야 하고 고민없이 작동시킬 수 있어야 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볼보 C40 recharge - 인테리어
그런데 먼저 시승한 c40 리차지의 실내 첫인상은 '간결함'과 '불안함'이 공존했습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종 버튼들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절제되어 있는 모습이 좋았던 반면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불편함이 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국내 브랜드에서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다행히 막상 사용할 때는 크게 불편함이 없었으나 분명히 어색한 감은 좀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생각을 해봅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이렇게 공들인 수입차 브랜드가 있었나?
따로 스타트 버튼이 없고 전기차량이다보니 시동이라는 개념도 없습니다. 국내 전기차량들은 그래도 스타트 버튼을 눌러 계기판에 'READY'를 띄우며 운행 출발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반면 이 차량은 전자 제어식 변속기를 드라이브로 옮기기만 하면 끝이기 때문에 약간 어색한 감은 있더군요.
바로 출발하면 되는건가? 아니 해도 되는건가?
3.볼보 C40 recharge - 주행소감
변속기를 드라이브에 넣고 가속 패달을 살짝 밟아 출발하는데 꽤나 가속 패달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차량이 가진 모든 힘을 한 번에 이끌어내는 전기차는 너무 가벼운 감각보다는 이렇게 다소 무겁게 느껴지도록 하는게 좋습니다.
패달의 무게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직관성' 입니다. 1세대 렉스턴과 같이 진짜 말도 안되게 무겁게 패달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면 운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고 쉬우면서 미세하게 컨트롤 할 수 있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다행히 C40 리차지는 초반에 다소 무겁게 다가오지만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를 하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1km/h씩 아주 미세하게 속도를 올리다가 다시 1km/h씩 감속을 시도해보면 쉬운 차량이 있고 어려운 차량이 있는데 이 차량은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패달 컨트롤을 쉽게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브레이크 패달은 약간 어색함이 오래 따라 붙더군요. 차량의 상황에 따라 패달의 반응을 자동으로 제어를 해주는데 운전자에게 회생제동 단계의 결정권을 주는 국산 전기차에 익숙하다보니 오토모드와 함께 수동 모드를 지원해주는 것이 더 좋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다만 오토모드일 때의 완성도는 국산 전기차보다 좋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주행하는 내내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으니 말이죠.
뻥뚤린 도로로 나와 시원하게 가속을 해야하는데 마침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 약간 망설여지더군요. 최고출력이 408ps, 최대토크가 68.3kgf.m에 달하고 0-100km/h까지 고작 4.7초가 소요될 뿐인 이 차를 비오는 날에 급가속을 한다는게 두려움으로 다가오더군요.
하지만 4륜구동에 2,140kg에 달하는 공차중량을 가졌으니 어느 정도 타이어의 접지력은 확보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시원하게 가속 패달을 끝까지 밟아봅니다. 그랬더니 망설임 없이 뛰쳐나가는데 기대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니, 기대를 좀 많이 넘어서는 느낌이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최대토크를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전기차라는 특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안전'이라는 단어와 '속도'는 반비례할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C40은 오히려 그런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대항하듯 시원하게 모든 출력을 '찰나'에 쏟아내더군요.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E-GMP 플랫폼을 다 타본 입장이라 비슷한 출력을 가진 전기차에 이미 익숙할 법도 한데 C40쪽이 순간 모든 출력을 확 쏟아내는 건 앞서지 않나 싶습니다.
계측기로 측정되는 결과값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패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타이어로 전해지는 그 순간까지의 짧은 순간이지만 차량이 주는 재빠른 피드백 반응 속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운전자가 체감적으로 느끼는 만족도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스포츠성이 강한 차를 타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죠.
가속을 계속 이거나가는 순간에도 체감할 수 있는 안정감은 상당히 좋았고 무엇보다 차체가 굉장히 견고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의외로 고속 영역에서 에어로다이내믹이 차량을 아래로 꾹 꾹 눌러준다는 느낌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더군요.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배터리팩 때문에 중량이 상당한 전기차는 방지턱을 넘을 때 특히 그 중량감이 부각이 됩니다. 속도를 많이 낮추지 않으면 넘어가는 순간 출렁거리면서 무거운 중량을 쉽게 해소하지 못하죠.
이 차량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전기차'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비교를 해보면 꽤나 준수한 정도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방지턱을 넘은 뒤 그 쇼크를 마무리 해낼 때 길게 이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끝낸다고 표현하면 이해가 되실겁니다.
별 것 아니지만 기능적인 부분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바로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버튼입니다. 국내 차량들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용 시 차간거리 단계를 조절하는 버튼이 1개밖에 없어 누르면 1→2 →3 →1 이런식으로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운전하면서 조절을 할 때 버튼을 빠르게 연타 하다보면 원하는 단계를 넘기면서 다시 추가로 눌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량의 경우 버튼이 2개로 하나는 상승만 다른 하나는 하강만 하기 때문에 아주 직관적이고 실수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운전 중 컨트롤을 해야 하는 경우를 떠올려보면 이 방법이 더 안전하고 올바른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자리를 옮겨 2열로 가봅니다. 여기서는 장단점이 공존했지만 아무래도 약점인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우선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의외로 승차감이 좋다고 느껴집니다. 공통적으로 전기차는 무거운 중량 때문에 승차감이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차량들이 많지 않은데 전기차량들 중에서는 준수한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공간이 상당히 비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2열 레그룸은 충분하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2열시트의 등받이 각도가 너무 세워져 있다는 점, 루프라인 때문에 헤드룸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2열 센터 터널이 전기차임에도 불필요하게 높게 치솟아 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열과 너무 결이 다른 2열의 고급감이 아쉬웠습니다. 도어트림만 봐도 달라도 너무 달라 2열 조립을 잘못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죠.
물론 체구가 큰 해외에서는 이 정도 세그먼트의 차량이라면 2인 이하 주행 환경에 2열은 거들 뿐이라고 넘어가겠지만 국내에서는 차량의 가격과 충분히 4인 패밀리카로도 고민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2열의 중요도가 높은 분들에겐 좋은 선택지라 아니라는 점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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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C40 리차지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해드리면 좋을까요? 갈수록 전기차의 선택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나온 차량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범용 전기차의 매력을 어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니 말이죠. 마치 아이오닉5와 2세대 코나ev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이 차량은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 모델들의 단점 중 하나가 '시각적인 이질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브랜드를 떠올려보면 마치 강박적으로 '전기차는 전기차다워야 한다'며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반드시 도착해야만 할 것 같은 디자인을 강조하지만 이 세상 모든 운전자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좋아하지는 않죠. 하지만 이 차량은 범용 모델이니 파란색 번호판을 제외하고 나면 내연기관과의 이질감이 적죠.
그렇다고 국산 범용 전기차량처럼 '전기차 맞나?'하는 수준의 답답한 출력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국내 범용 전기차량들처럼 뭔가 애매하게 출력을 봉인하지 않았고 네바퀴를 동시에 굴리기 때문에 시원한 출력면에선 E-GMP 플랫폼이 들어간 국산 전기차량들(아이오닉5/아이오닉6/EV6/GV60)과 비교를 해야할 정도입니다.
정리하자면 2세대 코나ev처럼 '내연기관인 척'하면서 출력은 시원하게(또는 무서울 정도로 화끈하게) 네바퀴를 동시에 굴리는 '아이오닉5'를 기대하는 분들 중 국산은 싫다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차가 제격입니다. 더욱이 자동차의 문화 중 하나인 'SLEEPER'가 뭔지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 차량 만한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