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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수준 향상에도 굳건했던 유럽 해치백 시장이 점차 위축되고 있다. 지지층이 탄탄하던 폭스바겐 골프를 비롯해, 폴로, 클리오,프라이드, A클래스 등 유럽을 대표하던 스테디셀러의 판매량이 급감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마냥 아쉬운 환경은 아니다. 더 높은 가격대를 지닌 크로스오버의 판매량에 유럽에서도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출시했던 수많은 종류의 소형 SUV들이 점차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에, 환경과 안전 규제 대응으로 점차 단가가 오르고 있는 해치백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해치백의 판매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시킨 브랜드들도 있다. 바로 미니, 그리고 푸조다. 이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배터리 전기차' 방식의 해치백을 양산중이라는 내용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은 해치백이 판매량을 높을 수밖에 없고, 시장이 위축될수록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은 커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을 브랜드는 미니가 아닐까 싶다. 일렉트릭, 5도어, 쿠퍼 S, 그리고 소수의 충성 고객들을 위한 '존 쿠퍼 웍스' 라인업까지, 매스 브랜드에서 단일 차종으로 이토록 다양한 디비전을 시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00년, BMW가 '미니'를 재해석하여 출시했던 '3도어 해치백'은 과도하게 단단한 승차감으로 브랜드만의 색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미니 해치백에 고성능 엔진과 더욱 단단한 셋업을 가한 'JCW' 모델까지 등장한다. 존 쿠퍼 웍스는 가장 경제적인 자동차 미니를 튜닝하여 WRC를 석권했던 경력에 뿌리를 둔다. 2021년에는 3세대 미니 해치백의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다. 그간 미니의 해치백은 어느 정도 대중적인 승차감으로 완화되었기 때문에, JCW는 오리지널 미니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왔다.

시승 차량은 2023 미니 해치백 3도어 JCW 트림이다. 위에서 서술한 내용대로 미니에서 생산하는 소형 해치백을 '존 쿠퍼 웍스'라는 브랜드를 거쳐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존 쿠퍼의 아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JCW'라는 명칭을 가지고, BMW 인수 이후의 미니를 튜닝하기 시작했던 게 브랜드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후 2008년 BMW가 정식으로 JCW를 인수하며 컨트리맨과 클럽맨까지 미니의 고성능 디비전의 설계및 양산을 담당하고 있다.

미니의 디자인은 콤팩트한 차체와 동그란 LED 헤드램프 덕분에 귀엽다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JCW도 그 기반이 해치백인 만큼 유니크한 미니의 스타일은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고성능 자동차의 분위기도 확실히 느껴진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허니콤 그릴 메시를 부착했고, 프레임에 피아노 블랙 컬러를 적용하여 크기를 과장시켰다. 범퍼 양측의 에어커튼과 프런트 에어댐 또한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요소이다. 라디에이터를 가로지르는 빨간색 라인과 보닛에 있는 두 줄 스트라이프는 JCW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리게 해준다.

측면에는 JCW의 18인치 5스포크 휠을 적용하여 스탠스를 강화했다. 전면 범퍼 형상과 보닛의 스트라이프 데칼도 평범한 해치백이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에어 브리더의 뱃지와 루프 끝부분에 부착된 에어로 킷 또한 JCW만의 스타일 감각이다. 특히 시승차량은 멜팅 실버와 레드 컬러 투톤 조합으로 고성능 자동차에 걸맞은 색상 매칭이 돋보인다. 점차 위 방향으로 상승하는 벨트라인과 프레임리스 도어로 깔끔하게 마감한 필러도 디자인의 완성도를 향상시킨다. 미니 해치백은 근본적인 성격부터 날렵함을 반영해 내고 있다.

뒷모습도 상당히 매력적인 미니다. 벨트라인을 연결하는 알루미늄 몰딩은 테일게이트 부근까지 깔끔하게 마감한다. 면적이 좁아진 뒷유리는 미니의 컴팩트한 감각을 잘 표현해 주는데, JCW에서는 에어로킷의 입체적인 스포일러를 더욱 강조해 주는 모습이다. 테일램프의 유니언 잭 그래픽과 각종 뱃지들은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브랜드의 성격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리어 범퍼의 입체적인 디퓨져 형상과 중앙에 모인 머플러 팁이 JCW만의 감성을 마무리 짓는다. 전체적으로 JCW의 커스텀은 유니크한 미니 해치백의 디자인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준다.

미니는 인테리어 디자인도 개성이 확실하다. 5인치 LCD가 적용된 타원형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8.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했다. 중앙 무드램프와 에어벤트, 도어 캐치 등 실내 곳곳에 원과 곡선을 활용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엔진 시동 버튼마저도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살렸다. 수납공간이 넉넉하진 않지만 그만큼 탑승공간이 좁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기어노브는 전자식이다. JCW에는 전용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 시프트가 적용되며 다이나미카 시트와 헤드 라이너 마감 등이 추가로 적용된다.

겉에서 볼 때 차체 크기는 상당히 아담해 보이지만 시트포지션이 워낙 낮아서 헤드룸 공간은 그렇게 좁지 않다. 3도어 모델이라서 뒷좌석은 1열 시트를 접어 착석이 가능하며, 편의 장비는 중앙과 양 끝에 마련된 3개의 컵홀더가 끝이다. 원래 4인용 데일리 카로는 무리가 있긴 한데, 겉으로 예상한 것 보다는 거주성이 나쁘지 않았다. 트렁크 공간은 딱 기대했던 만큼이며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부피가 있는 짐도 적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미니만의 유니크한 감성과 기능 모두를 충족시키며, 무드램프나 하이그로시 패널 등 스타일링에 많은 투자를 했다는 게 느껴진다.

미니 JCW의 시동을 걸면 묵직하고 짧은 사운드가 울린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속도를 숫자로 표현하고 RPM은 게이지 방식으로 나타나 직관성이 뛰어나다. 존 쿠퍼 웍스 엠블럼이 차별점을 남긴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는 컴바이너 타입으로 탑재된다. 우선 미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핸들링이 상당히 무겁다. 특히 출차를 위해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는 많은 힘을 줘야 한다. 그나마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감도가 크게 달라지는 편이다. 기본적인 감각도 일반 승용차의 스포츠 모드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미니 JCW에는 배기량 2.0L급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다. 시트 상의 최고 출력은 231Hp, 최대 토크는 32.6 Kg.M이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 치고는 꽤나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이고, 차체 무게가 1.3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속감은 더욱 경쾌할 수 있다. 제로백 6.1초, 파워 트레인도 기본 미니하고는 차별화된다. 기존 습식 DCT가 아닌 8단 토크컨버터를 사용하며, 오리지널 미니에 비해 높아진 출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이론적으로 DCT에 비해 응답성이 아쉬울 수 있더라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내구성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실제로 토크컨버터로 인한 응답 지연이 있는지는 알아차릴 수 없다. 엔진 출력 자체가 높다 보니 베이스 모델에 비해 빠른 변속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기가 더욱 즉답적으로 기어비를 보정해 준다.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점은 수동 변속 모드다. 보통 차량들은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되는 고 RPM 영역까지도 운전자가 설정한 감속 기어에 체결되어 있다. 여기서 시프트 업을 하면 차량은 튕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구성이나 주행성을 위한 승용차의 세팅과 다르게 온전히 운전자의 의도에 다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JCW에는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채택된다. 추가로 가변 댐핑 컨트롤까지 탑재되어 불안정한 노면에도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댐핑 컨트롤에 대한 큰 폭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감쇠력의 차이는 분명했다. '고 카트 필링'이라고 하는 미니 특유의 주행감각은 짧은 서스펜션 스트로크 덕분에 전달받는다. 휠의 상하운동 거리가 짧다 보니 노면에 대한 피드백이 운전자에게 즉답적으로 전달되고, 격한 스티어링에도 차체 흔들림은 억제되어 있다. 그만큼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주는 즐거움이다.

반대로 말하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완화해 주지는 않는다. 그런 성격 자체가 고 카트 필링이란 성격에 위배되는 격이고, 그나마 에코 모드에서 일상 주행에 대한 적응을 기대해 봐야 한다. 미니 JCW가 지닌 묵직한 핸들링 감각은 고속으로 갈수록 불편함이 아닌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출력이 높은 전륜구동 차량이라 급가속 시에 선회 감각은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느껴진다. 단단한 서스펜션 셋업 덕분에 안정감을 잃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고속주행보다는 저속에서의 경쾌한 펀치력으로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차량이다.

마지막으로 3도어 JCW의 공인연비는 11.4km/l다. 해치백에 고성능을 지향하지만, 소형 차이고 2.0L급 엔진이라는 점에서 평범한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낮은 시트포지션과 묵직한 승차감은 언제든 역동적인 주행을 유도하는데, 매일매일 펀 드라이빙을 즐겨도 유류비가 부담되지는 않을 것 같다. JCW의 화려한 익스테리어 패키지와 도어 라이트, 프레임리스 도어, 특유의 시동 버튼과 배기 사운드까지 미니는 차에서 타고 내리는 순간순간이 인상적이다. 특히 3도 어의 1열 편의성과 감성은 크로스오버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미니의 3도어 해치백 존 쿠퍼 웍스를 시승했다. 대체재가 없는 진정한 '고 카트 필링' 3도어 해치백이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 중에서 가장 확고한 헤리티지를 지니고 있고, 끊임없는 고성능 자동차의 양산은 탄탄한 충성 고객들을 양성해왔다. 전반적인 해치백 시장의 위축은 단가 상승의 요인이 크다. 결국 소형차 시장도 브랜드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프리미엄'을 지향해야 한다. 다수의 소비자들이 미니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BMW가 계획했던 미니의 고급화 전략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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