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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3도어 해치백 쿠퍼 Classic PLUS 모델을 장기간 시승했다. 말 그대로 '미니'를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표준형 미니 해치백의 '쿠퍼'는 차량의 등급을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한국에는 1세대가 출시할 당시부터 기본형 트림을 맡아왔기 때문에 '미니 쿠퍼'가 표준 이름처럼 통용되고 있기는 하다. 해외에서는 쿠퍼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미니 3도어 해치백이 존재했다는 의미, 아무렴 대중들이 '미니쿠퍼'라 하면 떠올리는 미니 해치백 그 자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모델이었다.

우선 화사한 색감의 첫인상에 반했다. 색상명은 '아일랜드 블루'로 햇빛이 비칠 때는 지중해처럼 밝은 색감을, 어두운 배경에서는 보다 중후한 느낌의 푸른빛이 멤 돌았다. 차량 메인 컬러가 파란색에 화이트 투톤 컬러가 입혀져 있으니 화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개성적인 디자인을 갖춘 미니니까 소화할 수 있는 색감이 아닐까 싶다. 평소 자주 접하는 미니 모델이 상위트림 'S' 등급이다 보니까 엔트리 미니는 디자인이 다소 밋밋하지 싶었는데, 우려와 다르게 그런 인상도 없었다. 쿠퍼 S와 비교하자면 크롬 몰딩이 다수 적용되었고 그릴 메시 형상이 간결해 보인다.

현재 판매가 진행 중인 미니 4세대는 두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출시된 바 있다. BMW 그룹의 언어로 'LCI'라 한다. 라이프 사이클 개선이라고 풀이한다. 1차 페이스리프트에서는 헤드램프 그래픽을 완전한 원형으로, 테일램프에는 '유니언 잭'을 형상화한다. 2차 페이스리프트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프레임이 더욱 커지는 대신에 범퍼 형상이 간결해졌다.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상징적인 디자인을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 변속기를 변경하거나 타원형 클러스터를 적용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뒤따르기도 했다.

그리고 미니 해치백은 흔한 B세그먼트 소형차들에 비해 남다른 디자인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그 예시로 면과 면 사이 분할선을 최소화한 '심리스' 스타일링을 지향하는 것이다. 서클 타입의 헤드램프 주위에는 보닛 파팅 라인이 없다. 마치 조개껍질처럼 엔진룸 전체를 덮는 '클램셀' 타입이다. 차체와 윈드실드 경계에는 전면을 두르는 은색 크롬 몰딩으로 깔끔하게 마감한 바 있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함께 B필러 구조물을 유리면 안쪽으로 마감하는 디테일, 그리고 앞뒤 필러도 검은색으로 모든 면이 하나의 '랩 어라운드 스타일'로 마감된 듯 느껴진다.

많은 스포크가 자리 잡고 있는 휠은 16인치 크기다. 차체가 작다 보니 16인치 휠만으로도 꽉 들어찬 느낌이다. 승차감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원래 미니의 성격이 그렇다. 차체 하부는 마치 SUV처럼 플라스틱 언더커버로 감싸져 있는데, 하부를 긁혀도 차체에는 큰 데미지가 가해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이다. 미니의 차고가 상당히 낮아서 조금 신경 써서 주행해야 하는 부분은 있다. 대신 이런 플라스틱 언더커버도 미니에게는 그저 개성을 표현하는 디자인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미니는 인테리어 디자인마저도 개성이 확고하다. 요즘에는 자동차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고, 그러면서 다수 브랜드들이 대형 디스플레이와 고급 마감소재를 적용하는 비슷한 인테리어를 보여주게 된다. 미니는 타원 형태의 디지털 클러스터부터 센터페시아에 크게 박혀있는 서클 타입 무드램프, 도어 캐치, 각종 버튼까지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들이 다양하다. 소형 차인데도 크롬 컬러와 블랙 하이그로시를 적절하게 마감하니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어 노브는 전자식으로 조작감이 꽤나 마음에 든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여는 특유의 감각부터 낮은 시트에 앉기까지 고성능 자동차에 타는 기분이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점등되는 시동 버튼의 무드등, 깊게 누르면 중후한 배기 사운드가 들려온다. 직경이 좁은 대신 그립이 두꺼운 스티어링 휠을 잡는 그 감각 하나하나가 '미니'답다는 생각이 든다.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주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고-카트'의 필링을 담고 있는 장난감이다. 우선 차체 중량이 약 1.3톤으로 가볍다 보니 엑셀에 발을 올리는 순간 차량은 가볍게 나아간다.

승차감이 부드럽지는 않다.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감쇠력도 탄탄하게 조율되어 있다. 확실히 대중적인 승차감은 아니다. 보통의 도로에서는 별반 큰 부담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루빙이 있는 도로난 비탈길에서 다소 스트레스가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방지턱 같은 특수한 요철은 차량에 적응이 된 이후에는 부드럽게 넘어가실 수 있다. 본인도 미니의 오너가 아닌 며칠 간의 시승이었지만, 미니는 워낙 피드백이 즉답적인 특성을 보여서 특유의 주행감에 익숙해지기도 유리했다.

사뭇 다른 승차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남다른 '안정성'을 경험할 수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국산 SUV나 준중형급 세단을 운용하다가 미니를 탄다면, 조그마한 외모와는 다르게 안정성이 훨씬 중후하게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코너링 구간에서는 속도를 올려도 균형 잡힌 선회 감각을 보여주고,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니 믿음직스럽다. 휠베이스 자체가 짧다 보니 회두성이 기민하다. 저속에서는 무겁게 느껴지던 스티어링 휠도 조금은 부드럽게 풀리는 듯하며, 고속 주행에서 스티어링 휠이 흔들리는 '시미'가 없어 전혀 소형차스럽지 않았다.

기본 엔진인 1.5L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은 약 136마력, 최대토크 22.4kg.m 수준의 퍼포먼스를 지녔다. 수치상의 제로백은 8초, 대신 무게가 가벼운 만큼 초반 가속감이 더욱 즉답적으로 느껴진다. 무게 덕분에 가속력이 뛰어난 만큼 제동력도 확실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사운드가 조금 더 확대되고, 스티어링 휠이 확실히 무거워진다. 변속기는 7단 DCT, 메뉴얼 모드에서는 생각보다 RPM을 더 높게 쓸 수 있어서 재미를 느낀 부분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패들시프트의 부재, 보통 승용차와 다르게 변속기를 운전자 방향으로 당겨야 기어 단 수가 올라간다.

주로 국산 승용차를 타다가 미니를 시승하면 승차감은 상대적으로 더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건 금방이었고, 미니 특유의 안정감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회피기동처럼 차선을 급격하게 바꿔도 금방 자세를 잡아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코너링 성능이 좋다고만 표현했는데, 실제로 주행을 하면서 급격히 코너링을 하더라도 롤링이 매우 적다 보니 신체의 피로도가 금방 누적되지 않기도 하다. 그리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확실한 피드백을 보여주는 반면, 그린 모드에서는 1L당 16Km 이상의 훌륭한 연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 연식변경을 거친 미니 쿠퍼 클래식 플러스는 스티어링 휠 열선 등 그간 부족하던 옵션도 충분히 보강되어 있다. 선루프는 파노라마 타입은 아니고 듀얼 타입인데, 그만큼 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풀오토 에어컨이나 열선시트 같은 기본 편의 장비나 전후방 센서, 우퍼의 울림이 컸던 기본 스피커 성능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미니는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은 '서클 무드램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평소에는 은은한 액세서리 역할을, 볼륨이나 풍량, 에어컨 등 각종 조절 장치나 센서 경보까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실질적으로 미니 해치백이 '4인승'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애초에 시트포지션이 낮으니 시트레일을 더욱 뒤로 밀어서 타게 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 보면 2열 시트는 레그룸이 너무 좁아진다. 2열 공간의 장점이라면 3개의 컵홀더와 스피커, 또 랩어라운드 글래스와 듀얼 선루프로 개방감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간단한 이동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겠지만, 장거리 주행에서는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오직 오너드리븐 차량이라면 3도어를 추천할 수 있겠다. 프레임리스 도어의 멋과 쿠페의 늠름한 디자인 비율을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미니에 대한 선입견으로 불편함이라 여길 수 있던 옵션이나 공간, 승차감은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원래 자동차의 불편함이란 이율 배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원가가 같다면 말이다. 미니는 소형차중의 고급차로 생각할 수 있고, 그만큼 무게감있고 안정적으로 조율된 섀시와 섬세한 디자인 사양은 미니의 '장기'시승자로써 굉장히 만족스러운 요인으로 다가왔다. 편의장비나 공간도 2인승 자동차라 생각하면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혼자타는 용도라면 데일리카로써도, 매일매일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주행이 가능할 것만 같다.

결론적으로 미니는 자동차 시장에 또 하나의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경제성과 효율성을 지닌 '소형차'가 아니다. 선택할 수 있는 스타일링의 기법이나 엔진 트림이 워낙에 다양하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 소형차 시장에서 '고급화'를 강조하는 브랜드는 흔치 않고, 소비자들은 소형차가 아닌 '미니' 자체를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장기간 미니를 시승하면서 세상이 보다 다채롭고 즐겁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다. 다소 과한 의미부여일 수 있겠지만, 상상이상으로 자동차는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이동 수단이니 만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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