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유현태
고급화라는 수식어는 통상 대형 세단이나 SUV에 덧붙여진다. 자동차의 대당 마진에 비롯하여 대형 자동차는 더욱 다양한 기술과 감성 요소를 담을 수 있다. 물론 차체가 크면 형식적으로도 자유도가 높아진다. 예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D세그먼트 이상의 고급차 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러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판매량 수급을 위해 공략한 '소형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던 때가 있었다. 낮은 진입 장벽을 지니면서도 로고플레이를 통해 판매량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였다. 물론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긴 하다.
아우디는 어쩌면 소형차 시장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아우디의 모회사는 대규모 양산 브랜드 폭스바겐이고, 이미 플랫폼부터 부품까지 대다수의 기술 공유를 통해 개발되고 있는 환경이다.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소형차 시장 진출을 위해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새롭게 연구한 모습과 대비된다. 폭스바겐이 오랜 기간 쌓아온 소형차 시장의 노하우와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신차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 원가절감 측면에서 정말 유리할 것이다. 고급화 소형차로서 감성 품질의 차별화에 더 비중을 실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17년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2세대 아우디 Q3는 2020년 대한민국 시장에도 출시했었다. 프로젝트 코드는 'F3'로 폭스바겐의 준중형 SUV 티구안과 'MQB'라는 전륜구동 플랫폼을 공유한다. 하지만 디자인부터 포지셔닝 전략까지 티구안과 Q3의 초점은 달랐다. 정확히는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Q3와 티구안의 이미지가 다르길 바랐을 것이다. 특히 시승 차량인 아우디 Q3 '스포트백'은 날렵한 C필러 라인을 추가하면서 '갖고 싶은 소형차'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게 된다.
시승 차량은 아우디 Q3 35 TDI PREMIUM 트림이다. 2.0L 급 디젤엔진을 채택하며 변속기는 7단 DCT를 기본으로 한다. 상시 4륜 구동 방식인 콰트로도 선택할 수 있다. 하나, 대중적인 전자식 AWD 시스템으로 파워트레인의 차이는 없다. 전륜 기반인지라 이름만 콰트로라는 뜻이다. 프리미엄 트림이 이른바 '풀옵션'에 해당하며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가 추가된다. 이외 주행 보조 장비나 스포츠 시트가 추가로 탑재되므로 기본 사양대비 편의 사항과 디자인에 큰 차이가 생기긴 한다.
Q3 역시 아우디의 전형적인 패밀리룩을 뒤따랐다. 육각형의 싱글프레임 그릴은 거대한 크기를 과시하고 있으며, S라인 패키지의 허니콤 메시로 스포티한 감각을 부여했다. 날렵한 헤드램프에는 'Y'자 형태의 역동적인 그래픽이 새겨져 있는 모습이다. 은색 가니시로 멋을 부린 에어 인테이크도 아우디 특유의 입체적이고 정교한 스타일링을 더하고 있다. 전면 스커트를 얇게 마감했다. 이는 SUV의 듬직한 분위기보다는 마치 세단처럼 세련미를 추구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다.
스포트백 모델은 완만한 경사를 지닌 C 필러를 통해 우아하고 역동적인 루프라인을 구현한다. 휠 아치를 강조하는 프런트 펜더의 볼륨 라인과 숄더 라인 또한 최신 아우디의 세련된 디자인 기법이다.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와 완만한 각도로 상승하는 벨트라인도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한다. 깊은 음각으로 파낸 도어 패널도 아우디 Q3의 공격적인 스탠스를 보정한다. 전체적으로 전륜구동 SUV의 비례가 그대로 남아있기는 하다. 전장대비 휠베이스가 짧고 특히나 앞바퀴와 앞 문 사이의 거리가 짧다. 그나마 차체 볼륨이 살아있어서 매력적으로 살려냈다.
매끈한 루프라인은 차체 후면으로 갈수록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리어 펜더를 강조하던 웨이스트 라인은 해치 게이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역시 볼륨감을 살려낸다. 테일램프는 전면 DRL과 같은 다이내믹한 그래픽이 적용되어 시선을 이끌고 있다. 생각보다 리어엔드에서 차지하는 테일램프의 비중이 크고, S라인 패키지의 입체적인 범퍼 또한 전면부 스타일링과 통일감을 지닌 형태였다. 범퍼 하단 가니시도 차체 보호가 아닌 디퓨져의 역할을 맡아주는 듯 날렵한 형상이다. 전체적으로 컴팩트한 차체에 많은 기교를 부린 디자인과 같다.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추구하고 있다. 우선 10.25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MMI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뛰어난 시인성과 구체적인 Ui 디자인을 담아낸다. 약간은 운전자 방향으로 틀어진 센터페시아는 익숙한 버튼들로 구성되어 있다. 센터 콘솔은 기계식 기어레버와 컵홀더로 구성되어 있지만 깔끔한 패키징 덕분에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S라인 패키지의 스티어링 휠도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 분위기에 일조하며, 대시보드를 마감하는 알루미늄 라인이나 앰비언트 라이트, 입체적인 도어 캐치까지 감성을 만족시켜 준다.
C 필러 라인을 꺾은 쿠페형 크로스오버인 만큼 2열 공간이 여유롭지는 않다. 센터터널이 솟아있고 특히 헤드룸은 동급 SUV에 비해서는 확실히 비좁다. 다만 키가 작은 인원이 탑승하기에 공간 자체가 불편한 건 아니다. 편의 장비로는 에어벤트와 암레스트 컵홀더 등이 있으며 시트 양 끝에는 수납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당연히 트렁크 용적도 좁아지겠지만 러기지 스크린을 기준으로 하단부 면적은 동일해 보인다. 예상보다 넓은 공간이었고 2열 시트 폴딩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아우디의 정교한 마감 품질도 여전했다.
Q3 35TDI 트림에는 2.0L급 싱글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가솔린 엔진에 대비한 소음과 진동은 남아있다. 다만 그 수준이 탑승객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다. 엑셀 페달에 대한 응답성은 역시 경쾌하다. 스펙시트에 나와있는 최대출력은 150HP, 토크는 36.7 Kg.m 수준이다. 초반 가속에서는 이따금 출력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 게 디젤엔진의 장점이다. 변속기로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DCT를 병렬로 맞물렸다. 엔진 세로 배치 전륜구동을 택하던 정통 아우디 모델과는 다른 신생 크로스오버의 형식이다.
아우디 Q3에 활용된 MQB 플랫폼은 엔진과 변속기를 전륜 차축 앞부분에 병렬로 배치하는 통상적인 전륜구동이다. 공간 활용에 유리한 맥퍼슨 스트럿으로 전륜 현가장치를 조율하고, 후륜 멀티링크 지오메트리로 승차감을 보완했다. 이런 형식적인 차이는 공간을 활용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한 컴팩트 SUV스럽다.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처럼 휠 트래블 거리는 짧다. 기본적인 승차감이 쿠페형 크로스오버라는 형식에 맞게 조금은 딱딱한 타입이다. 다만 불안정한 노면이나 요철에서도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아 만족했다.
확실히 속력을 올려 코너를 진입해도 자신감이 붙는다. 스티어링 감각은 언더스티어에 가깝다고 느껴지지만, 오히려 컴팩트 SUV에는 구동륜에 가해지는 끈끈한 접지력이 편안한 주행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35 TDI 엔진의 경쾌한 가속감과 듀얼 클러치의 직결감으로 꽤나 민첩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가 있었다. 공식적인 제로백은 9.3초라고 하지만 실제 체감되는 발진 성능은 훨씬 훌륭하다고 느껴진다. Q3의 탄탄한 섀시는 고속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했다. 디젤엔진의 소음을 걸러내던 차음 대책은 풍절음도 효과적으로 감쇄한다.
다만 시속 100Km까지 꾸준히 발휘되던 두터운 토크는 디젤엔진의 특성상 고속에서 약화된다. 장거리 주행에 있어서는 인식률이 뛰어난 ADAS 장비를 통해 편안한 드라이빙을 누릴 수 있었다. 단, 승차감만 보면 크루징 성능보다는 도심에서 어울리는 주행 감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7단 DCT가 잦은 가감속에도 이렇다 할 충격이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다는 점이 장점으로 와 닿았다. 자동화 변속기는 연비 향상에도 효과적이니 아우디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1660Kg의 무게를 지니고도 14.8 km/l라는 공인연비는 디젤이어도 훌륭하다.
아우디 Q3 스포트백 2.0 디젤 을 시승했다. 아담한 크기에도 정교한 디자인을 구현했고, 주행감각에서 느껴볼 수 있는 뚜렷한 안정감 또한 프리미엄이란 주장을 뒷받침한다.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은 실용성을 중점적으로 발전해 왔을 것이다. 이제는 보통의 수요가 세단에서 SUV로 전환된 시기이다. 즉,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형식의 소형 크로스오버를 원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그런 추가적인 원츠를 타깃으로 한다. 아우디 Q3가 지닌 형식적인 차이는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이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