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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코리아 그리팅 데이에 참석했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시판 차종들을 자유롭게 비교 시승할 수 있는 자리다. 전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 사견으로 대한민국 에서 폭스바겐은 수입차 브랜드 중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대중 브랜드 포지션인 만큼 국내 판매량 자체가 높기도 하나, 그룹사 차원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1위를 기록하는 만큼 어디에서든 쉽게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계열사에 있는 아우디와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와 같은 기업들은 더욱 브랜드 가치가 높다. 폭스바겐은 기업체의 중심 ' 코어 브랜드'로써 무색 무취의 자동차를 주로 생산하는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꾸준히 피력하는 위치에 있다.

폭스바겐 본사의 신규 캐치프레이즈는 'LOVE BRAND'라고 발표한 바 있다. 쉽게 '인류애'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을 지닌다. 대신 지속적인 투자가 더 나은 이동수단을 만들게 되고, 사회에서는 이동성으로 부터 소외되는 계층이 감소해왔던 측면이다. 다시말해 누구나 갖고싶어 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절대 다수를 위한 자동차 기업이 진정으로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법이다. '세계 1위'라는 그룹사 타이틀은 자사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경제성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 의식까지 포함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폭스바겐 코리아는 자체적으로 'LOVED BRAND'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자 한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월간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서고 있지만, 글로벌 양산차 시장에서는 비중이 크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수입사의 성장동력은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수요일 것이다. 그렇듯 폭스바겐 코리아는 다수 고객들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그 예시가 지난 해에 개최되었던 골프 '2023 트레펜 코리아'가 아닐까 싶고, 인플루언서 대상 그리팅 데이도 형식적인 시승행사에 비해서는 친근감이 바탕이었다.

네 종류의 시승 차량은 전기 크로스오버 iD.4와 준중형 세단 제타, 그리고 두 종류의 폭스바겐 골프로 준비되었다. 그 중 폭스바겐 제타와 골프 GTI를 각각 시승하게 되었다. 먼저 시승했던 차량은 폭스바겐 제타 페이스리프트, 1.5 TSI Prestige 트림이다.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적극 수용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세단의 비율을 갖춘 측면 디자인이 폭스바겐의 '대중지향'적 성격을 대변하는 듯 하며, 테일램프까지 깔끔하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그야말로 모난 곳이 없는 디자인이다.

배기량 1.5L급 가솔린 엔진으로 싱글터보까지 채택한다. 최고출력 160마력, 25.5kg.m의 넉넉한 최대 토크가 강점이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를 세팅하면서 준중형 양산차로서는 오버스펙에 가까운 제원을 보인다. 제로백 성능 7.2초, 차체 무게가 가볍다보니 14.1KM/l의 공인 연비도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실제 주행중에 느껴지는 두터운 토크감은 마치 디젤 세단을 타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배기량 세팅이라 그런지 확연한 터보래그가 있기는 했지만, 워낙 중량이 가볍다 보니 엑셀을 낮은 RPM으로 가볍게 밟아도 경쾌하게 나아갔다.

안락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은 확연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함께 급가속이나 코너에서도 구동륜은 안정적인 접지력을 유지한다. 시승 코스에는 차량의 코너링 성능을 느껴볼 수 있는 와인딩 구간이 짜여져 있었다. 급격한 코너에서 1.5 TSI 엔진의 두꺼운 토크로 몰아 붙여도, 원심력에 탄탄하게 대응하는 후륜 현가가 인상적이었다. 이른바 독일차의 '기본기'라고 하는 부분은 고속 주행이나 급격한 코너링에서 확연히 느껴지는 법이다. 평소에는 부드럽던 스티어링 감각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약간의 무게감을 지니기에 제타의 스포티한 주행감은 만족스럽다.

실내 디자인은 클러스터와 센터스크린을 연결하고 D컷 스티어링 휠로 멋을 부렸다. 참고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통풍 시트나 엠비언트 라이트 등의 선호 사양을 기본화 했다고 한다. 심지어 운전석은 메모리시트 기능까지 탑재, 8인치 디스플레이는 무선 미러링을 지원한다. 폭스바겐의 첨단 주행 보조 장비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은 장거리 운전에서의 편의성도 챙기고 있다. 공간적인 여유로움도 있다. 특히 트렁크 공간이 넓게 느껴졌다. 제타의 공간이 유독 넓다기 보다, 요즘 FF기반 전륜구동 세단은 전반적으로 공간의 부족함이 없었다.

반환점에서 교대한 차량은 폭스바겐의 아이콘이자 고성능 해치백, 골프 GTI 다. 역시 직선적인 기조와 스포티한 성격으로 디자인을 가다듬은 8세대 골프, 골프를 베이스로 고성능 GTI 트림만의 드레스업이 더해진다. 차체 곳곳에 레드 스트립과 블랙 가니시를 적용하여 디자인은 더욱 개성적이고 날카로워 졌다. 특히 전면 범퍼에는 허니컴 타입의 메시그릴이 적용되었고, 전용 포그램프를 채택하면서 더욱 강렬한 존재감을 펼쳐내는 듯 하다. 후면 디자인에는 두껍게 마감된 리어 디퓨져와 무심한듯 튀어나온 대구경 머플러 팁이 시선을 이끈다.

GTI 전용 스포츠 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동을 걸면 들려오는 날카로운 사운드가 설렘을 자극했다. 골프 GTI는 2.0L 가솔린 엔진에 싱글터보를 세팅했으며,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7Km/l의 힘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공인연비는 복합 11.5km/l로 전반적인 성능은 고성능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단지 엔진 성능만 달라진게 아니라 다이내믹 차체 제어 시스템이 추가되었고, 이는 전용 ESC 로직과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 그리고 전자제어가 가능한 전륜 유압식 센터 디페렌셜 잠금 기능으로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을 품게 한다.

일반 주행모드에서는 전혀 부담없는 일상적인 세팅을 보여준다. 대신 스포츠 모드에서는 사운드가 한결 두꺼워지고, 섀시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역시 일반적인 자동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엑셀을 깊게 밟으면 그에 빠르게 응답하는 변속기, 특히 제타의 1.5L 엔진에 비해서는 터보래그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향각을 달리하는데, 더욱 타이트한 코너링에도 대응하기 쉬웠다. 작은 차체와 출중한 기본기, 넉넉한 출력과 각종 전자제어가 개입하는 안정성은 초보운전자도 쉽게 운전의 '재미'에 매료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골프 GTI는 누구든 쉽게 녹아들 수 있는 고성능을 제시했다. 디젤 기반의 골프 TDI는 뛰어난 실용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해치백이라면, GTI는 그런 장점들을 유지하면서도 '고성능'이라는 옵션을 더했다. 기존 골프와 대비하여 편의장비도 보강되어 있다. IQ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와 IQ 드라이브 시스템 등 첨단기능으로 시작하여, 1열 통풍 시트나 리어시트 열선, 3존 공조 시스템 등 동승자도 더욱 만족할 수 있는 구성이다. 산뜻한 즐거움에 정말 하차하는 순간이 아쉬웠던 차량이다.

행사 당일 시승했던 두 대의 차량은 어쩌면 한국 시장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는 장르다. 해치백, 그중에서도 고성능 해치백은 선택지가 전무하다. 간간히 출시되던 소형이나 준중형 해치백들도 전부 단종된 상태다. 준중형 세단 시장의 파이는 아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실질적으로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점유시장이 되었다. 기아와 국내 자동차 3사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 그 이유는 수요 부진도 있겠지만 '수익성' 때문이 크다. 어차피 비슷한 개발비를 투자한다면, 인기도가 높고 마진율도 높은 소형 SUV 한 대 만을 통합하여 양산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서론에서 자동차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집단이라고 했다. 절대 다수의 시장을 따르는게 기업의 순리다. 그런 자유시장경제에서 소외받는 소비자들의 취향, 그런 절대 소수의 몫을 챙겨주는 것이 'LOVE BRAND'의 역할이다. 물론 상세히 파고들면 폭스바겐의 차량 개발과 한국 시장과의 연관성이 밀접하진 않지만, 결과론적으로 폭스바겐은 대한민국 자국 기업들이 만족시키지 못하는 무형과 유형의 가치를 대신하여 충족시켜 주는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국이기 때문에 외국 출신의 대중 브랜드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유통망과 유통마진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 이미 한국시장에 호기롭게 진출했다가 철수한 기업들도 다수 있었다. 이번 시승회에서 느낀 바 그런 시장 분위기에서도 폭스바겐이 높은 판매량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확실하다. 뛰어난 기본기와 편의장비, 그리고 가격이다. 자국 브랜드와 가격대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단지 '수입차'라서 좋은차라고 생각되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이나, 브랜드의 성격에 따른 차이가 장점일 수는 있다.

폭스바겐 그리팅 데이에 참석했다. 꾸준한 신차 출시와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병행된다면 폭스바겐 코리아의 'LOVED BRAND' 전략은 통할수 있다는 사견이다. 폭스바겐의 기본기는 경험으로 느껴지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확실한 이점인지는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브랜드를 경험해보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선호도는 높아질 듯 하다. 앞서 언급했던 내용처럼, 준중형 세단이나 해치백 등 한국 시장에서 소외된 세그먼트를 지속적으로 보완한다는 점 만으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쌓여간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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