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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완성차 기업들은 글로벌 밸류 체인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자동차 생산에 투입되는 수많은 부품들과 인력이 있다. 그에 앞선 원재료 조달과 가공은 완성차 업체의 주요 업무가 아니다. 자체 개발은 많은 금전 및 시간 비용을 필요로 한다. 벤더 업체에 설계와 공급을 위탁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반드시 자국 기업이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유통 마진이 높더라도 인력, 자재, 각종 물류 네트워크 등 생산기지를 분산시키는 것이 순이익과 각종 생산 리스크 절감 차원에서 유리한 경우가 다반이 되었다.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폭스바겐이나 토요타, 르노 닛산 연맹과 같은 브랜드들이 부품 모듈 및 공용화를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브랜드 간의 기술격차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고, 각 브랜드만의 개성도 점점 지역사회보다는 주요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 변화되어 왔다. 그만큼 가격 격차도 축소된다. 이제는 한국 시장에서도 수입차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수입차의 품질이 절대적으로 뛰어나다는 편견도 사라져 왔다. 수입사들은 유통마진 절감, 완성차 업체들은 품질 향상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을 것이다.

폭스바겐은 2016년 모듈 전륜구동 플랫폼 'MQB'를 기반으로 한 2세대 티구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북미시장을 겨냥한 티구안 롱휠베이스 모델을 출시한다. 한국 시장에는 티구안 '올스페이스'라는 명칭으로 출시된다. 폭스바겐은 2020년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다음 해 한국 시장에 새롭게 선보인다. 당시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국내 중형 SUV와 엇비슷한 전장을 갖추게 되었고, 판촉 전략에 따라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대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은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강점으로 알려졌다.

시승차량은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2.0 TSI Prestige 트림이다. 2.0 TSI는 가솔린 엔진을 의미하고 프레스티지는 옵션 등급 중 상위 등급에 해당한다. 단, 올스페이스의 경우 가솔린 모델은 프레스티지 등급만 출고된다. 긴급제동이나 트래블 어시스트 등 주행 보조 기능이 풍부한 편이며, 360도 센서도 지원한다. 고급 편의 장비로는 플로팅 타입 HUD와 엠비언트 라이트, 디지털 콕핏 프로 등이 추가되며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등이 있다. 물론 국산 SUV에 대비하여 편의장비가 풍부한 편은 아니다.

디자인에는 직선을 주로 활용하는 폭스바겐의 스타일링이 고스란히 접목된다. 수평선이 나열되어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면적이 넓은 편은 아니다 보니 차 폭이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범퍼 디자인은 에어인테이크를 과시하여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고, 스키드 플레이트도 얇게 부착한 편이라서 얼핏 보면 세단에 가까운 형태를 보인다. 프런트 마스크의 전체적인 포지션 자체가 낮게 구현되어 있기도 하다. 그만큼 세련되고 대중적인 인상을 남긴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새겨진 LED 라인이나 전조등 그래픽도 입체적으로 꾸며져 있다.

측면 디자인 또한 무난한 비율과 구성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롱 휠베이스 모델이다 보니 루프와 휠베이스에 비해 보닛이 짧아 보이는 인상은 있다. 차체 하부에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를 부착하여 SUV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전면부와는 차이점이 된다. 휠 하우스가 완전한 아치형을 그린다. 휠 사이즈는 19인치로 비율적인 측면에서는 준수해 보인다. 프런트 펜더에서 테일램프로 이어지는 주름이 티구안의 캐릭터 라인이며, 벨트라인도 유사한 라인을 따른다. D필러의 경사각이 꽤나 가파른 편이다.

간결한 뒷모습도 폭스바겐 답다. 해치게이트가 리어 쿼터 패널을 따라 간결하게 분할되어 있다. 테일램프도 마찬가지다. 분할선을 최소화하였으며 디자인 요소 자체도 단순한 형태로 그래픽을 강조했다. 대신 측면 캐릭터 라인을 따라 리어엔드에도 주름이 잡혀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범퍼에는 리플렉터가 일자 형태로 깔끔하게 스며들어 있다. 머플러 팁은 감추어져 있지만, 알루미늄 액세서리를 통해 형상화를 마쳤다. 전체적으로 볼 때 휠 아치를 제외하고는 곡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테리어다. 매립형 클러스터와 9.2인치 디스플레이, 터치식 패널로 디자인을 마감했다. 전체적인 형상이나 소재가 다소 아날로그 한 느낌은 있다. 대신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을 적용하여 부분적인 디테일을 강화했고, 인포테인먼트 UI도 나쁘지 않다. 특히 디지털 클러스터의 직관적인 레이아웃이 마음에 들었다. 신규 엠블럼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이 세련미를 증강시켜 주며 패들 시프트까지 포함되어 있다. 기어 레버는 부츠 타입, 실내에는 엠비언트 라이트가 부분 적용되어 있기도 하다.

2열 공간이다. 동급 SUV에 대비해 레그룸이 넓은 편은 아닌데 시트 리클라이닝 각도가 자유롭다. 아울러 파노라믹 선루프의 면적이 상당히 넓어서 개방감이 좋았다. 2열 독립 공조와 암레스트 등 편의장비도 나쁘지 않다. 올스페이스의 특징 중 한 가지는 7인승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가솔린은 3열 시트가 기본인데 레그룸이 너무 낮아서 대다수의 중형 SUV가 그렇듯 거주성은 아쉽다. 장점이라 하면 면적이 굉장히 넓은 트렁크다.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정말 기대 이상의 공간 활용성을 보여준다.

가솔린 엔진답게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 외관 디자인만 보면 마치 승용차처럼 차체가 낮게 깔려있는 듯했지만, 실제 좌석에서의 히프 포인트는 생각보다 높았다. 발진감이나 제동 감각은 통상적인 독일 승용차의 감각이다. 페달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지만 차체는 경쾌한 듯 거동한다. 저속에서 비교적 엔진 정숙성이 좋은 SUV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소음 자체가 거슬리는 타입은 아니다. 엑셀을 깊게 밟으면 금방 높은 토크가 발휘된다. 가솔린 SUV라고 하여 저속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던가 하는 느낌 없이 꾸준히 높은 출력으로 밀어준다.

올스페이스에는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싱글 터보가 추가되어 있다. 최대토크 30.6Kg.m, 최고출력 186마력의 힘이 제원상으로 고성능을 어필하진 못하더라도, 경쾌함을 느껴볼 수는 있는 스펙이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린다. 공인연비는 10.1km/l로 효율성보다는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가속감이 준수하다고 했으며 RPM을 높게 사용할 때 유입되는 부밍 사운드가 꽤나 호감이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도 내구도가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 듯한 안정감이 폭스바겐의 기본기인가 싶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RPM을 높게 사용하며 스티어링 휠의 감도가 묵직해진다. 기본 세팅이 보통의 무게감을 지향하는 반면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향감이 꽤나 무겁다. 전륜 맥퍼슨스트럿 후륜 멀티링크로 조율한 섀시는 안정감을 강조하는 타입이다. 요즘 SUV가 그렇듯 노면에서의 잔진동이나 소음은 완화할 수 있지만, 요철이나 방지턱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대신 급가속이나 급제동 시 차체 흔들림으로 인한 불쾌함이 전해지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차량이 더욱 경쾌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롱 휠베이스 모델이지만 그로 인해 코너링 시 추종성이 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패밀리 SUV로써는 적당한 안정감을 전달해 준다. 탄탄한 섀시는 고속 선회에서도 안정감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다. 전체적인 안정성과 편안함, 그 사이의 균형을 지향하는 것이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승차감이다. 아울러 ACC와 차선이탈 방지 장치 등으로 장거리 운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디지털 클러스터의 시인성, 360도 센서 알림 및 경보도 운전 편의를 돕는 훌륭한 사양이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어라운드 뷰 카메라의 화질인데 큰 의미는 없다.

티구안 올스페이스 2.0 가솔린 프레스티지를 시승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상품성을 지향하는 모습은 한국 브랜드를 포함하여 대중형 자동차들의 공통점이다. 물론 현세대 자동차 산업은 엔트리 세그먼트 모델이라도 디자인과 퍼포먼스 등 부가가치에 많은 투자를 기울이는 편이다. 그런 측면에서 티구안의 첫인상은 의아했으나 실제 주행감각은 제원표 상의 성능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도 기대 이상이다. 형식적으로 과장된 성능보다도,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의 만족도가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기본기'를 입증해 주었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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