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유현태
기아의 K8 2.5 가솔린 노블레스 트림을 시승했다. K8의 엔트리 트림은 '노블레스 라이트' 등급이다. 시승 차량은 '노블레스' 등급으로 최하위 트림은 아니지만, 합리성 측면에서는 최적의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하위 사양인 노블레스 라이트 등급은 일단 조수석 통풍시트를 추가할 수 없다. 그리고 12.3인치 내비게이션 대신 적용되는 8인치 디스플레이는 디자인적 완성도가 많이 뒤떨어진다. 그런 고객 선호 사양들이 노블레스 등급부터 기본 적용이다보니 최적의 타협안이 아닐까 싶었다.
기아는 2021년 K8을 최초 공개한 바 있다. K8이라는 이름 자체는 처음 등록되었지만, 이전까지 기아의 준대형 세단을 담당하던 K7의 실질적인 후속작이다. 애초에 프로젝트 코드도 'GL3'로 3세대 준대형 세단임을 의미한다. 아마 K7이 그랜저의 2인지라는 위치를 의식하여 이름을 변경하지 않았을까 싶다. 현대차 그룹의 3세대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개발되었고, 당시 기아의 사명 변경과 함께 공개되었다. 신규 디자인 언어와 엠블럼이 최초로 적용된 차량이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를 앞두는 시점이다.
서론의 내용처럼 K8 노블레스 트림을 기본으로 아무런 패키지 옵션을 추가하지 않았다. 선루프, HUD 패키지,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패키지,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가 포함된 '컴포트 패키지', 후면 선 커튼과 암레스트가 묶인 '프리미엄 패키지',외관 디자인을 개선할 수 있는 '스타일 패키지' 등등 제공되는 옵션 사양은 다양하다. 추가로 3.5 가솔린 차량이라면 전자식 사륜구동을 비롯해, 전자제어 서스펜션까지 추가로 탑재할 수 있는 구성이다. 상위 트림 '시그니처'부터는 인테리어 품질 및 외관 디자인, 몇 가지 기본 편의 장비가 보강된다고 보면 된다.
K8의 디자인은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에서 비롯했다. V자 형태의 가니시 등 강한 대비를 주는 디자인 요소들을 채택하여 더욱 웅장한 분위기를 지향했다고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프레임이 완전히 생략된 형상도 K8의 개성이다. K8은 프로젝션 타입 LED 헤드램프가 기본 사양이라는 점, 확실히 준대형은 준대형 답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전후면 턴 시그널이 기본 LED 타입으로 들어간다. 다만 시그니처 트림부터는 순차 점등식인 반면, 시승차량은 일반적인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K8의 디자인은 정측면에서 바라볼 때 그 스탠스가 가장 멋스럽다고 느낀다.
하지만 노블레스 사양의 경우는 휠 디자인이 너무 가볍다. 크기로는 17인치 휠이다. K8의 육중한 차체를 지지하기에는 크기가 다소 아담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스타일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유독 밝아 보이는 색감 또한 언밸런스한 인상을 남기는 듯 하다. 그 점만 제외하면 측면 디자인도 참 괜찮다. 전면 범퍼에서 로커패널을 거쳐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몰딩, 벨트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DLO 상단은 또 검은색으로 마감되었다. 그리고 패스트백 스타일로 역동성을 강조하는 루프라인이 K8만의 매력이다.
간결한 후면 디자인은 딱히 엔트리 모델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LED 테일램프가 기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일반적으로 중형 세단만해도 엔트리 사양은 벌브 타입 테일램프로 차등된다. K8의 경우 그래픽 또한 상위 등급과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앞서 작성한대로 턴 시그널만 다르다. 트렁크는 버튼 전동식이 또 기본이다. 덕분에 디자인이 더 깔끔해 보이기도 한다. 범퍼의 머플러 팁까지 고급스럽게 마감된 스타일링, 전반적으로 휠 디자인만 유독 아쉽고 이 외에는 불만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내 디자인은 등급에 따른 퀄리티 차이가 더 크다. 그래도 노블레스 등급은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다시말해 레이아웃 자체는 아쉽지 않아 보인다. 전자식 기어노브와 패들 시프트도 전사양 기본이다. 단일 사양으로 탑재되는 주요 편의 장비는 다음과 같다. 1열 통풍 열선 시트, 애프터 블로우, 오토 디포그, 1열 이중 접합 차금 글래스,LED 실내등, 1열 파워 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 전 좌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등, 트림에 구성된 편의장비 만으로 편의성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노블레스 등급은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BVM까지도 기본 채택되어 있다. 상위 트림과 비교하자면 디자인 옵션이 많이 부족한 셈이다. 우선 스티어링 휠 혼 커버가 우레탄 같은 소재라, 주행 중에 다소 저렴한 감각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대시보드 마감도 소재가 나쁘지는 않은데, 비교하자면 엠비언트 라이트의 부재가 좀 크다. 상위 등급부터는 퀼팅 나파가죽 시트와 무드램프, 가죽 혼커버나 스티칭 패턴, 그리고 스웨이드 헤드라이닝이 적용되어 훨씬 고급스러운 분위기일 것이다. 후측방 충돌 방비 보조, 하차 보조, 전자식 차일드락같은 안전및 편의 장비가 더해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실내 마감소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노블레스가 확실히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아랫등급인 노블레스 라이트와 비교해서도 그렇다. 한편 드넓은 공간의 뒷좌석은 국산 전륜구동 세단의 강점이다. 레그룸은 정말 넓고, 시트 착좌감도 편안한 편이었다. 추가 옵션이 없는 시승차량은 에어벤트와 수동식 선 블라인드, 시트 열선 정도의 편의장비가 있다. 만약 2열 옵션의 부재가 아쉽다면, 패키지를 추가하여 독립 공조와 리어 선커튼, 다기능 암레스트 등의 장비를 적용할 수 있다. 전동 트렁크까지 기본적용이라고 언급했다.
기본 옵션 자체가 하위 체급 고사양과 비슷하다. 그렇게 보면 K8과 K5의 가격차이가 근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유지 비용의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가격대로 견주자면 K5는 터보엔진을 채택하고 있고, 시승차량 K8은 2.5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세금과 연비, 감가 등의 부수적인 지출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K8이 지닌 12.0Km/L의 공인연비도 체급에 대비해서는 준수한 편이 아닐까 싶었다. 반대로 K8은 3.5 가솔린 엔진까지 지원한다. 2.5 가솔린 모델은 출력이 30% 가량 떨어진다. 2.5 가솔린 사양의 힘과 승차감은 어떠한 경쟁력이 있을지 더욱 궁금해졌다.
직접 긴 거리를 운행해 본 결과 솔직히 놀랐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기본적인 정숙성과 진동이 잘 억제되어 있었다. 가속감이 정말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RPM을 낮게 쓰는 순간만큼은 확실히 중형 세단과는 급을 달리하는 차가 맞았다는 생각이 반복되었다. 스티어링은 회전반경이 다소 넓고 감도가 가볍다는 생각은 들지만, 전륜구동 컴포트 세단이라는 '대중성' 자체에 충실한 셈이다. 스포츠 모드가 적당히 묵직한 조향감을 보인다. 속력을 올릴수록 돋보이는 정숙성과 부드러움은 만족감을 키워만 갔다.
특히 승차감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가볍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적당한 세팅을 보인다. 자동차의 체급이 올라가면 중량으로 나타나는 안정적인 움직임이 있다. 작고 사소한 요철은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주는 편이고, 심한 요철이나 방지턱에서는 잔진동의 불쾌함을 최대한 억제한다. 이내 자세가 바로잡힌다. 코너링이나 고속에서도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유지해 주었다. 승차감이 너무 단단하면 그 자체가 피로가 되고, 너무 물렁해도 스트레스가 되는 법인데 K8은 그 가운데의 접점을 잘 조율해 준 것 같았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98HP, 최대토크 25.3Kg.M의 퍼포먼스를 갖춘다. 출력에 있어서도 큰 부족함을 체감하지 못했다. 막 폭발적인 가속감은 아니더라도 엑셀을 밟는 순간은 꾸준히 속도계가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RPM을 높게 쓰면 4기통 가솔린 엔진 특유의 가벼운 소음과 덜덜 떨리는 진동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필요한 순간에는 의도만큼 가감속에 반응해 주고, 주행 안정성 자체는 꽤나 믿음직스럽게 조율되어 있다는 점에 만족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낮은 등급의 엔진이라도 승차감은 부드럽고 정숙한 영락없는 준대형 세단이었다. 변속기도 이따금 충격 없이 부드럽게 대응한다. V6 엔진이라면 당연히 정숙성은 더 나아지겠지만, 연비와 단가가 상승하니 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가 된다. K8부터는 풀옵션 트림, 그리고 V6 모델에만 선택적으로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6 엔진을 선택할 생각이라면,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추가하는 게 나아 보인다. 출력 수준이나 주행 안정성이 역동적인 거동에도 잘 받쳐줄 듯 느껴졌다.
긴 시간 운행하면서는 앞서 언급했던 혼 커버의 소재감이 다소 아쉬웠다. 야간에는 화려하게 빛나는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대비, 실내조명이 따로 없다 보니 분위기가 다소 허전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전환 조작 방식의 센터패시아가 기능적으로 편리하진 않다. 오직 디자인 목적, 전 사양이 해당된다. 그래도 센터콘솔 마감이나 버튼식 기어, 각종 내장 마감 자체가 역시 중형 세단과는 차별화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2열 탑승객의 입장에서는 중형 세단보다 훨씬 편안한 여정이 가능할 것 같았다. 공간부터 편의성, 차량의 전반적인 주행감까지 체급을 무시할 수 없다고 여긴다.
기아의 K8 2.5 가솔린 노블레스 트림을 시승했다. 트림 기준으로는 아래에서 두 번째지만, 추가 옵션이 전무한 차량이었다. 상당히 만족했다. 인테리어 품질이야 가격과 타협하면 어쩔 수 없고, 편의 장비는 충분한데 외관 디자인이 딱 한 가지 '휠'만 아쉬웠을 뿐이다. 스타일 패키지라는 선택지가 있기는 하다. 반면 17인치 휠의 승차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19인치의 승차감이 어떠할지는 따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시승의 결론은 차량의 크기에 따른 체급은 정말 유의미한 차이라는 점이다. 특히 준중형과 중형보다도 중형과 준대형의 퍼포먼스는 천양지차가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K8 2.5 노블레스는 '가성비' 준대형 세단이 맞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