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7 유현태
미니 컨트리맨 풀체인지 시승행사에 참석했다. 컨트리맨은 미니의 특수성과 SUV의 대중성을 고려한 차종이라고 볼 수 있다. 독특함과 효율성을 겸비한 미니 고유의 감성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왔다. 다만, 대중의 관점에서 느끼는 편의성과 공간성은 다소 부족하게 비칠 수 있었다. 컨트리맨은 그런 미니 고유의 특성과 타협하여 보다 편안한 승차감과 넓은 공간성을 품게 된다. 그 이후 BMW와 공용하는 UKL2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독자적인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차세대 미니는 2023년에 공개된 바 있다. BMW 그룹의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등 소형차 라인업에 선행되었던 'FAAR'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되었다. FAAR 플랫폼의 핵심은 '전동화' 공용이었다. 아무래도 소형 차인 만큼 공간 대비 에너지 용량을 효율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로 인해 차세대 컨트리맨의 전장은 15cm가량 확대된다. 아무렴 컨트리맨은 대중성과 타협을 본 차종이었다. 작고 개성적인 '미니'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은 희석될지 모르더라도, 그런 스타일만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겐 더욱 친근한 크로스오버가 될 수 있겠다.
시승 차량은 미니 컨트리맨 S ALL4 '페이버드' 트림이다. 미니 코리아는 컨트리맨의 고성능 사양에 속하는 JCW와 준 고성능 S를 먼저 시판하는데, 가장 수요가 많은 컨트리맨 S 등급은 '클래식'과 '페이버드' 두 사양으로 구분된다. 클래식 등급과 페이버드의 옵션 수준 차이가 상당히 크다. 페이버드 트림은 풀 LED 헤드램프와 19인치 휠, 파노라마 선루프, 전용 외장 컬러 포인트가 추가된다. 또 실내에는 그라데이션 컬러와 브라운 컬러 시트, JCW 스포츠 시트가 적용되기도 한다. 편의 장비에서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이 강점이다.
미니 브랜드의 디자인이 독창적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헤리티지에 있다. 클래식 미니부터 답습해온 싱글프레임 그릴과 서클 타입 헤드램프는 오랜 기간 변화하지 않았다. 그런 정체성이 강한 디자인은 풀체인지 시기마다 딜레마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변화에 거부감을 품는 예비 소비자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번 미니 브랜드의 해법은 '미니멀리즘'이다. 불필요한 선과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한다. 때문에 그릴의 형상은 간결해지고, 직선 위주의 밋밋한 디자인 요소와 면의 대비가 다소 밋밋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다만 그런 밋밋함이 심화될수록 차량의 '상징성'은 더욱 강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차세대 컨트리맨을 멀리서 바라보면 특유의 DRL 디자인과 바이브런트 실버 포인트 그릴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 목적을 의도한 듯 차세대 컨트리맨은 DRL 디자인을 세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 참신한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차체 하부를 감싸는 두꺼운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의 개성을 추구하는 부분, 투톤 컬러 사이드미러와 루프 색상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도어 캐치를 히든 타입으로 디자인하면서 '심리스'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벨트라인이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형태다. 덕분에 리어 윈드 실드 면적이 좁아지고, 전체적인 후면 실루엣의 비율감이 개선되어 있다. 후면 디자인도 이전 세대에 비하면 굉장히 단순해졌다. 크롬 소재의 몰딩들을 최소화하고, 번호판은 범퍼에 배치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유니언 잭'을 형상화한 테일램프 그래픽이다. 미니라는 브랜드의 출생지다. 테일라이트 그래픽 또한 세 가지 디자인 중 선택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는 않더라도, 존재감과 미래감은 확실히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실내 디자인도 급진적인 변화를 택했다. 운전석 클러스터를 생략하고, 컴바이너 타입 HUD의 시인성을 개선한다. 그리고 계기판의 정보는 수많은 미디어 기능과 함께 서클타입 센터 디스플레이에 옮겨진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약 9.44인치, 삼성 디스플레이와 협업했다. 반응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입체적인 형상의 스티어링 휠이나 토글 레버 타입 변속기와 시동 버튼, 친환경 패브릭 소재로 마감한 대시보드 등등 개성적인 구성요소들이 눈에 띈다. 센터 암 레스트의 경우 길이 조절이 가능한 반면, 수납 용량 자체는 좁은 편이다.
뒷좌석 공간이다. 확대된 차체 대비 2열은 딱히 넓어진 느낌이 아니지만, 공간 자체가 부족하진 않았다. 시트 슬라이드도 가능한 반면, AWD 탑재로 인해 센터터널이 높다. 1열과 같이 패브릭 소재의 인테리어 트림과 브라운 시트가 적용되었고, 편의 장비로 암 레스트와 에어벤트, USB 포트가 있다. 그리고 파노라마 선루프가 뛰어난 개방감을 주며, 1열 오버헤드 콘솔에 탑재된 피쉬아이 카메라로 셀프 캠 촬영이 가능하다. 전동 조작이 가능한 트렁크, 공간이 체감상 많이 넓어진 듯 보이며, 3분할 시트 폴딩, 러기지 스크린 등의 장비가 포함되었다.
엔진 시동을 거는 느낌이 마치 장난감 자동차의 태엽을 돌리는 것 같다. 시동 사운드는 이전 세대 컨트리맨 S에 비해 가벼워졌고, 사운드나 엔진 질감도 보다 부드럽고 정숙한 감각이다. 기존 미니의 컴바이너 타입 HUD는 스티어링 휠과의 간섭으로 시인성이 부족했는데, 계기판을 생략하여 자리 잡은 위치는 눈에 잘 들어온다. 단, 턴 시그널이나 속도계가 센터 디스플레이에 위치하는 건 바로 익숙해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니 쿠퍼 모델보다는 시야가 넓게 트여있고, 사이드미러도 넓어서 운전 시야 확보에 대한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
컨트리맨 S 트림에 적용되는 2.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04HP, 최대토크 30.6Kg.M의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트윈 파워 터보가 적용되어 있다고 하는데, 싱글 터보에 트윈 스크롤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변속기로는 7단 듀얼 클러치가 채택되며, 전자식 AWD가 적용되면서 공차중량은 1680Kg에 달한다. 공인 연비는 10.8 km/L, 공식 제로백은 7.4초로 수치상으로는 역시 효율성과 주행성의 균형을 맞추는 셈이다. 사실 엔진과 파워트레인 세팅 자체는 이전 세대와 큰 변경점이 아니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기본 주행 모드에서는 예상보다 더 부드럽고 여유로운 가속감이 느껴졌다. 부밍 사운드도 억제되어 있는 대중적인 감각이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까지 충격 없이 부드럽게 매칭된다. 정말 의외였던 점은 섀시 감각이다. 더 이상 미니, 그중에서도 'S'트림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단순히 물렁하다기보다는 정말 부드러운 느낌, 미니 특유의 피드백이 사라지며 노면 소음이나 충격도 많이 감소했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정말 가볍다. 그만큼 선회감각은 편안하지만, 급격한 코너링이나 회피 기동에서는 롤링을 허용한다.
참고로 차세대 미니의 주행 모드는 총 7가지 테마와 함께 구성되어 있다. 기존 스포츠 모드는 '고-카트' 모드가 대체한다. 고-카트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어느 정도 무거워지지만, 그래도 타 모델에 비해서는 가볍다. 섀시 감각을 비롯하여 이전 세대 컨트리맨 S와 비교했을 때 정말 큰 폭의 변화다. 대신 엔진 필링이나 변속기의 반응성과 충격은 확실히 스포티해진다. 가상 사운드까지 운전의 재미를 자극한다. 패들시프트는 JCW 등급부터 추가가 되는데, 토글 타입 변속기가 적용되면서 RPM을 자유롭게 맞출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부드러움에 초점을 둔 세팅만큼 편의 장비도 대거 추가되었다. 특히 ADAS가 부족했던 기존 미니와 다르게,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추가되며 편안한 크루징이 가능해졌다. 9세대 OS가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T맵 내비게이션 기본 적용과 함께 음성 인식 기능이 추가되며, 안드로이드 오토 실행 시에는 사각형 테마로 변경된다. 사각지대 경보 기능과 파킹 어시스턴트 등 초보 운전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첨단 장비까지 미니 컨트리맨에 적용되었다. 추가된 장비 구성에 대비한 가격 인상 폭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시승을 마치고 복귀했다. 행사장에는 차세대 미니 해치백 모델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미니 해치백 풀체인지는 코드명이 바뀌었지만, 플랫폼은 변화하지 않았다. 기존 3세대 미니의 차대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신 외장 패널 일부를 변경하고 대시보드 트림을 완전히 교체하였다. 반면, 순수 전기 기반의 미니 해치백은 FAAR 플랫폼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어찌 되었건 '미니'라는 브랜드 고유의 감성은 그 오리지널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해치백'에서 답습해 나가는 듯 보인다. 컨트리맨은 'SUV'라는 수요의 니즈를 고려한 변화가 분명하다.
미니 컨트리맨 S 시승행사에 방문했다. 컨트리맨은 항상 '대중성과의 타협'이라고 이해해 왔는데, 이제는 단지 대중적인 SUV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미니의 섀시는 딱딱할 것이라는 확증편향을 완전히 놓아주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성적인 차량은 맞다. 섬세한 디테일을 품은 외관 디자인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특히 9.44인치 OLED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 독창성은 다분하다고 느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은 불가피한 획일성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니는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