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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레이 1.0 가솔린 트렌디, 즉 엔트리 모델을 시승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소외받는 장르 중 하나인 '경차'다.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 초기에는 경차를 비롯한 소형차의 판매량이 높았지만, 단기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자동차 등록 양과 경차 판매량은 꾸준히 반비례 해 왔다. 최근 몇 년간 캐스퍼와 레이 EV 등 신차가 투입되며 약간의 반등을 보인 바 있으나 성장세는 오래가지 않는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은 오히려 경차의 금전적 효용가치를 더욱 낮추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나마 레이는 대중들의 수요가 꾸준한 편에 속한다. 최근에는 신차효과와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 캐스퍼의 판매량이 다소 앞서기는 하지만, 레이는 2011년 공개이래 약 13년의 기간 동안 마이너 체인지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왔다. 레이는 단순한 경차라기보다 'MPV'라는 장르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진룸을 최소화하여 A필러를 최대한 밀어내고 C필러를 곧게 세운 '박스카' 형식이다. 동급 차종은 물론 상급 차종까지 넘보는 넉넉한 적재 용량과 공간 활용성을 레이의 세일즈 포인트로 한다.

아무렴 공간 활용성을 위해서라도 '경차'를 타는 이유는 합리적인 유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레이의 엔트리 모델이 궁금했다. 최근 레이는 선택 가능한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차량가만 2050만 원을 상회간다. 경차라서 그런지 최고 사양 '그래비티' 트림을 선택해도 LED 램프는 별도 옵션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반면 가장 낮은 '트렌디' 등급의 경우 차량 가는 1390만 원이고, 시승 차량에는 버튼 시동 패키지와 8인치 내비게이션 옵션이 추가되어 185만 원의 추가 금액이 붙는다. 즉, 차량가만 따지면 1575만 원에 해당한다.

외관 디자인에서는 엔트리 모델이라는 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우선 벌브타입 헤드 램프는 LED 램프 대비 누런 빛을 띄고, 디자인과 별개로 야간 시인성에도 좋지 않은 방식이다. 그리고 주간주행등 상시 점등 법안이 통과되면서 시동을 걸기만 해도 둔탁한 불빛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 외에 차체 전방부의 플라스틱 가니시들이 상위 등급은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도입된다. 측면에서는 14인치 스틸 휠이 가벼운 인상을 남긴다. 그래도 휠 커버가 면적이 넓다 보니 티가 나지 않고, 휠 커버 디자인 자체로 귀여운 이미지에 잘 어울린다.

그래도 전체적인 디자인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확대된 헤드 램프는 LED 램프와 편차가 있을지라도 듬직하고 강인한 인상을 남긴다. 프런트 범퍼와 펜더 부근은 나름 입체감도 심어져있고, 측면과 후면 유리를 연결하는 C필러 상단의 가니시가 일체감을 더해준다. 벌브 타입의 테일램프 디자인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보였다. 리어 범퍼와 프런트 범퍼는 유사한 디자인을 공유한다. 만약 디자인이 너무 빈약하다고 느껴진다면, 스타일 패키지를 별도로 추가하여 LED 램프와 15인치 알로이 휠로 외관을 보강할 수 있다.

실내 공간이다. 레이는 레그룸 확보를 위해 선반 형태의 대시보드를 택하고 있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구성을 갖춘다. 주요 편의 장비로는 매뉴얼 에어컨, 오토라이트, 파워윈도우, 블루투스 모듈, 그리고 사이드미러 락 폴딩 정도가 있다. 낮은 가격만큼 단출한 셈이다. 원래는 버튼 시동도 아니지만 옵션으로 추가했고, 4.2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도 함께 들어간다. 센터 스크린은 8인치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통해 적용되었고, 무선 업데이트 기능과 후방 카메라. 풀 오토 에어컨, 하이패스, 그리고 6개의 스피커가 탑재된다.

시트는 직물 소재를 택한다. 그 특유의 감각이 싫다면 가죽시트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컴포트 패키지를 추가하면 운전석 통풍 및 1열 열선 시트 기능도 함께 적용된다. 그리고 캠핑을 다시니는 소비자라면 1열 풀 플랫 기능을 원할 수 있는데, 해당 기능 역시 컴포트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다. 시승 차량 기준으로는 조수석만 플랫 폴딩이 가능하다. 확실히 경차답게 옵션은 부족하다. 우측 슬라이딩 도어가 적용된 2열도 마찬가지였다. 센터 콘솔 뒤편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컵홀더 하나가 끝이다.

하지만 레이는 드넓은 실내 공간이 특장점이다. 특히 2열 레그룸이 정말 넓다. 웬만한 중형 세단보다 넓은 수준으로, 바닥 면도 평탄하여 체감 공간은 더욱 여유롭다. 시트가 작은 편이긴 하지만 헤드룸도 개방감이 뛰어나다. 1열은 천장 쪽에 선반식 수납공간이 구성될 정도였다. 조수석 시트 폴딩과 2열 시트 벤치 폴딩은 레이가 '공간 활용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근거다. 그렇게 활용하면 웬만한 부피의 짐은 전부 적재할 수 있다. 그리고 슬라이딩 도어가 탑재된 우측은 중앙 필러가 도어에 내장되면서 적재 편의성부터가 좋았다.

레이의 엔진 트림은 1.0 가솔린 단일 구성이다. 그와 별개로 레이 EV 모델이 시판 중인데, 당장 저렴한 가격만 바라보자면 시작가는 가솔린이 훨씬 낮게 형성된다. 쉐보레 스파크가 단종되면서부터 국산 경차 3종은 모두 동일한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채택하게 된 셈이다. 여담으로 전기형에는 1.0 가솔린 터보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가격과 연비가 떨어지다 보니 판매가 저조했다고 한다. 가속성능이 뛰어난 레이 EV 출시 시점에서 가솔린 터보의 출시는 없을 것이다. 여담으로, 레이 기본형은 크루즈 컨트롤도 별도의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추가해야 한다.

자연흡기 엔진 형식은 직렬 3기통으로 최고출력은 76Hp, 최대토크는 9.7 kg.m이다. 변속기는 4단 토크컨버터 방식을 택한다. 공인 연비는 13Km/l로 공차중량 1040Kg을 생각하면 효율적이진 못하다. 진동이나 소음 등 회전 질감이 많이 나아진 현대 스마트 스트림 엔진과 다르게, 레이에 탑재되는 카파엔진은 그 수준이 많이 뒤떨어져 있다. 이런 N.V.H 성능은 차량 기본기에 관여되는 부분이라 굳이 엔트리 트림의 단점은 아니다. 출력도 답답한 편이지만 부밍 사운드에 어느 정도 적응된다면 일상 주행에 문제는 없다. 제로백은 대략 17초 내외에 머문다.

사실 가장 아쉬운 건 엔진이 아니라 변속기라 할 수 있다. 기어가 4단으로만 구분되니 세밀한 변속이 어렵다. 특히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는 주행 습관이라면,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변속기에 치고빠지는 부밍 사운드가 불쾌함을 유발할 것이다. 혹은 높은 경사로에서, 추가로 무거운 짐을 적재한다면 엔진은 약간의 굉음을 낸다. 그런 부밍 사운드가 의미하는 바 엔진 내구성에도 좋지는 않겠지만, 연료 소비 효율이 떨어진다. 정말 마음 놓고 급가속과 제동을 반복하면 한 자릿수의 연비가 기록될 수 있다. 평균적인 도심연비는 11Km/L 수준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승차감은 대체로 물렁한 느낌이었다. 다만 댐핑 스트로크가 짧다 보니 요철에 대한 대응이 부드러운 건 또 아니다. 다소 노면 충격이 올라온다. 그래도 차체 크기가 작다 보니, 승차감과 별개로 시내 주행은 더 편하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전폭이 길고 전장이 짧은 차체 형상으로 인해 주행감이 꽤나 독특하다. 마치 배를 타는 느낌처럼 차체의 흔들림 대비 예상보다는 롤이 억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장점 한 가지를 언급하자면 시야가 편리했다. 보닛이 짧고 A필러도 분할되어 있어 사각지대가 감소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시승기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서술했다.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평소 중형 세단을 주로 이용하다가 레이를 시승하게 된다면 그 격차가 많이 느껴지는 편이다. 반면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를 처음 운전하게 되었다면 별다른 불편함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경차를 운용하다가 레이를 보게 된다면 그 공간성 만큼은 확실히 놀라운 수준이라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차를 자주 바꿔타는 일이 없다면, 결국에는 소유하는 차량에 몸이 적응하는 법이다. 경차라고 하여 반드시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지닐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기아 레이 엔트리 트림을 시승했다. 차량가 대비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면 레이는 선택지가 아닌 정답지가 된다. 다만 경차라고 하여금, 원하는 옵션을 추가하다 보면 생각보다 높아지는 차량가에 많은 대중들이 선택을 마다하는 것 같다. 엔트리 트림도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지이다. 앞서 서술한 내용처럼 생각보다 자동차의 불편함은 빠르게 적응된다. 그리고 낮은 가격대의 소형 SUV들은 레이와 비교해도 실내 공간이 비좁다. 그런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기본형 레이는 어디에서든 필요와 수요가 있을 법한 차량이라는 결론이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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