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유현태
메르세데스-AMG의 CLA 45 S 4MATIC+를 장기간 시승했다. 지난 2024년 8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정식 AMG 라인업의 막내, 뉴 A45 S 와 CLA45 S를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한 바 있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더욱 매력적인 디자인을 지니게 되었고, AMG 드라이버 패키지와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 기본 옵션이 대폭 보강된다. 고성능 자동차, 특히 콤팩트 라인업은 판매량이 저조한 대한민국 시장에 꾸준한 선택지가 되어준다는 의의가 있었다.
CLA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가 정식 '쿠페'로 분류하는 콤팩트 세단이다. 전통적으로 쿠페는 '2개의 문'을 전제로 하는 하드탑 승용차가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21세기 자동차 산업은 그야말로 '혼종'의 시대, 그 서막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있었다. 2003년 공개했던 2+2도어 형식의 비전 'CLS'컨셉트는 '쿠페 스타일'이란 통용어가 탄생하게 된 계기와 같다. 현재는 SUV를 비롯한 여러 장르의 자동차에 '쿠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본래의 의미는 다소 희석되었을지 모르지만, 곡선 형태의 루프를 지닌 '멋'을 위한 자동차라는 명목을 위한 최고의 표현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CLS클래스는 '멋'과 '실용성' 모두를 원하는 기성세대를 타깃으로 기획된 차량이었다. 반면, 이번 글의 주제 'CLA클래스'는 작고 고급스러운 승용차를 원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을 주요 소비계층으로 노렸다. 컴팩트 세그먼트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당대 메르세데스-벤츠는 A클래스와 세단, GLA클래스,CLB클래스 등 다양한 소형차 라인업을 공개한 바 있다. 그중 CLA클래스는 누가 보아도 멋스럽고 공격적인 디자인과, 프레임리스 도어, 수려한 곡선미를 품은 C필러를 지니게 된다. 단지 2열 공간이 조금 협소할 뿐일지라도
그리고 AMG, 명실상부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특히 전담 생산제도를 뜻하는 '원 맨 원 엔진' 은 AMG의 유별난 품질 경영 체계를 엿볼 수 있다. AMG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유구한 역사를 한 편의 글에 녹여내기란 어렵다. 이번 글의 논지는 그런 메르세데스-벤츠의 가장 아름다운 콤팩트 세단과 AMG의 확고한 모터스포츠 철학이 만나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F1 기술에 유래한 M139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각종 AMG의 드레스 업 파츠 등으로 꾸며진 메르세데스의 진정한 '고성능 쿠페'라고 볼 수 있다.
CLA클래스의 첫인상은 낮고 넓은 비율이 특징이다. 세부적인 모습보다는 각 구성요소 간의 조화, 다시 말해 전반적인 차체 실루엣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의 윤곽선은 강렬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난 메르세데스-벤츠 CLA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는 소소한 터치를 더한 바 있다. 헤드램프의 그래픽이나 범퍼 형상 정도가 조금씩 다듬어진 것이다. 그 이후 멀티빔 LED 헤드램프와 JET 윙 범퍼로 완성된 CLA 45 S의 전면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과시적이고 입체적이다.
콤팩트 세단이면서도 쿠페를 지향하는 CLA클래스는 전고가 굉장히 낮다. 그리고 AMG의 섀시 커스텀으로 차고는 더욱 낮아진다. 거대한 범퍼와 두터운 스커트, 그리고 19인치 크로스 스포크 단조 휠로 무게감 있는 스탠스를 완성했다. CLA클래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수려한 루프라인을 더욱 가까운 시선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윈도우 라인은 완벽한 아치 형태를 띠고 있고, 두꺼운 C필러는 리어 엔드까지 완만한 곡선 형태로 나아간다.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와 프레임리스 도어가 쿠페라는 수식어에 적격했다.
뒤에서 보는 CLA클래스의 실루엣은 더욱 매력적이다. 사실 측면에서 두꺼워 보이던 C필러는 숄더 라인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에 가깝다. 리어 펜더가 더욱 두꺼워 보이고, 쿠페 특유의 라운드 한 윤곽선을 구현하기 위한 의도도 보인다. 테일라이트는 바디라인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그 그래픽의 끝부분은 웨이스트 라인의 끝단과 맞물려 있으며, 테일게이트 중심을 파고드는 형태이다. 넘버 플레이트를 범퍼 하단에 배치하고, 후방 카메라를 리어 엠블럼에 통합시킨 디테일이 스타일링의 격을 달리한다. AMG 로고가 각인된 듀얼 트윈 팁 머플러가 그 끝을 결론짓는다.
인테리어의 화려함은 그 어떤 브랜드도 메르세데스-벤츠를 추종할 수 없다. 고급스러운 앰비언트 라이팅과 완성도 높은 UI 디자인은 그 특유의 디지털 감성을 보인다. CLA클래스의 와이드 콕핏과 터빈 블레이드 에어벤트, 그 외 알루미늄과 블랙 하이그로시를 적절히 활용한 인테리어는 스타일리시한 외모와 더욱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AMG의 커스텀 파츠와 만나며 더욱 특별해졌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AMG 로고까지 각인되어 있으며, 특히 AMG D컷 스티어링 휠의 '어질리티 셀렉트' 다이얼과 버튼은 매력적인 디테일이다.
사실 차에 타는 순간 하나하나가 특별한 감성을 누릴 수 있게 한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닫으며, CLA 45 S에 제공되는 AMG 스포츠 시트에 앉는다. 소재는 아티코, 도어트림까지 스포티하게 마감되어 있다. 낮은 시야와 시트 포지션, 두터운 스티어링 휠 그립을 움켜 쥐는 순간부터 고성능 쿠페에 앉아있는 실감이 난다. 손가락을 내밀면 느껴지는 패들 시프트의 차디찬 촉감, 마음에 들었다. 2025년형 CLA 45 S 페이스리프트 부터는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사양으로 적용이며, AMG 드라이버 패키지까지 추가되어 더욱 다양한 테마와 정교한 이퀄라이저 세팅이 가능해진다.
뒷좌석 공간이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최적의 효율을 위한 시트 포지션이다. 예상외로 나쁘지 않은 헤드룸, 경사가 높은 1열 시트 디자인 덕분에 레그룸도 넉넉하다. 다만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있다는 점, 또 아치 형태의 윈도우는 개방감과는 거리가 있겠다. 그나마 파노라마 선루프가 시야를 터주는 느낌이다. 트렁크에는 킥 모션 센서가 있고, 엠블럼 상단부를 누르면 개방되기도 한다. 넓은 공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깔끔한 마감과 시트 폴딩 기능이 장점이었다. 매트 아래 잔여 공간에는 스피커 장비가 탑재되어 있어, 따로 활용할만한 공간은 아니다.
시동을 거는 순간 들려오는 AMG 특유의 거친 사운드, 디지털 클러스터의 모션 그래픽까지 완벽하다. AMG 다이내믹 셀렉트로 다양한 주행 모드 혹은 각개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변속을 강조하거나 RPM, 횡 가속도 등을 표기할 수 있는 클러스터 테마로 주행에 대한 몰입감을 키운다. 기본적으로는 '컴포트'모드에서 주행할 수 있으며, 전자제어식 댐퍼와 엔진의 민감도가 가장 부드러워진다. 4-매틱 시스템과 함께 핸들링을 통합 제어하는 AMG 다이내믹스 또한 기본, ESC는 당연히 켜져 있는 상태이며 가변 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기본 주행 모드의 발진감은 일반적이고 스탑&고의 개입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8단 DCT는 저속에서도 부드러운 반응성을 보여주었고, 가변식 서스펜션은 확실히 너무 딱딱한 승차감만을 담아내지 않는다. 다만 아무리 컴포트 모드라도 고성능의 잔흔을 지워내긴 어렵다. 대부분의 고성능 세단이 그렇다. 평평비가 낮은 휠은 노면의 소음과 진동을 흡수하기 어렵고, 댐핑 스트로크 자체가 낮다 보니 단단함 미만의 부드러움은 없다. 스티어링 휠의 기본 무게감도 묵직한 편, 하지만 생각보다 편했다는 말은 분명히 할 수 있다.
장시간의 운전에도 피로감이 현저히 낮았다. 인위적으로 강조된 부밍음과 노면 소음은 훌륭한 품질의 오디오를 켜는 순간 상쇄된다. 또 부드럽지는 않을 승차감이라도 하체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의외로 버킷 시트의 착좌감이 편안했다. 우선 주행감 자체가 경쾌하여 부담이 없기도 한데, 조향감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타입으로 다루기 쉽다는 느낌이 강했다. 굳이 불편함이라 하자면 전륜 차고가 낮아 급격한 내리막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점, 그로 인해 요철이나 방지턱에 앞서 제동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 있겠다.
스포츠 모드도 세분화가 되어있다. 스포츠와 스포츠+, 그리고 엔진은 레이스 모드까지 제공된다. 해당 모드에서 운전자는 M139 엔진의 모든 성능을 느껴볼 수 있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 하나의 트윈 스크롤 터보를 탑재하여 현존하는 최강의 2.0L급 엔진이 되었다. 최고출력으로는 421HP, 최대 토크는 51KG.m의 힘을 지녔다. 역시 AMG가 전담하여 개발한 8단 스피드 시프트 듀얼 클러치 변속기까지, CLA45S가 지닌 극한의 퍼포먼스를 이끌어 낸다. 공식 제로백은 4.1초, 핵심 사항은 아니겠으나 9.2km/L의 공인 연비도 준수하다.
가변 배기는 즉시 두터운 사운드와 떨림을 증폭시킨다. 보다 묵직해진 핸들링, 엔진의 민감도는 엑셀을 깊게 밟을수록 예민해지는 감각이다. 8단 DCT는 언제든 즉답적인 변속감을 보여주면서도, 매뉴얼 모드를 통해 7000RPM이 넘는 고회전까지도 감속비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최고 시속은 270km, 가속감은 가히 폭발적이다. 정말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느낌, 1.7톤에 살짝 못 미치는 공차중량은 정말 경차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가장 강한 감쇠력을 제공하는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안정적인 자세와 직진성을 확보하여 준다.
큼지막한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며 느끼는 고회전 엔진의 필링은 극한의 짜릿함을 제공한다. 다운 시프트 시 고 RPM에서 머금고 있는 강력한 출력과 굵직한 부밍 사운드, 배기 팁에서 들려오는 팝&뱅 사운드는 더욱 긴장감을 자극시킨다. +레버를 당기면 차량은 즉답적으로 튀어나간다. 특히 AMG 특유의 카랑카랑한 배기 사운드가 고스란히 구현되어 있다. 4바퀴로 전달되는 구동력은 끈끈한 그립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유의 '가벼운 차체'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경쾌함과 고성능 엔진의 조화는 남다른 재미가 있다.
주행하며 또 인상깊었던 내용은 '다루기 쉬운'고성능 차량이라는 점이다. 콤팩트한 차체 덕분에 뒷바퀴의 추종성이 자연스레 확보되었고, 전륜 기반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트랙션을 유지하는 셈이다.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회피기동과 고속 코너에서 그 진가가 발휘된다. 격한 움직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차체, 최대한 억제되어 있는 롤링은 고속 선회에서의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평시에는 약간의 언더스티어로 느껴지던 스티어링 감각도 고속 코너에서는 민첩하고 예리하게 감싸는 느낌이다. 역시 코너에서는 물리량이 작은 자동차가 유리한 법이다.
물론 CLA45 S의 잠재력을 모두 활용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AMG 트랙 페이스와 같은 계측을 위한 프로그래밍도 추가되어 있지만, 그저 즐기기 위한 운전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운행하더라도 쉽게 '고성능의 재미'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차량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고성능에 익숙지 않더라도, 혹은 누구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드라이빙 스킬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CLA 45 S는 각자의 페이스에 맞는 최적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퍼포먼스는 물론이나 편의성까지 제공할 수 있는 콤팩트 세단이라 더욱 만족감이 크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의 주행보조 장비는 편리한 사용성을 지녔다. 막히는 도로에서 유용하게 사용한다. 길이 밀리면 아무리 고성능일지라도 지루한 운전에 시달려야 하니, 있으면 좋다. 그 다음으로 만족했던 부분은 스마트폰 미러링의 응답성, 타 브랜드와 다르게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의 네트워크 지연이나 버벅거림이 없었다. 참고로 CLA45 S에는 공기 청정 패키지까지 추가되어 있고, 앞서 언급했던 지능형 멀티빔 LED 라이트의 시인성은 가히 최고 수준에 가까웠다.
마지막까지 흠잡을 곳 없었던 CLA45 S의 익스테리어가 아닐까 싶다.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또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정면에서는 AMG의 '파나메리카나' 그릴이 과시성을 한껏 나타내지만, 시점을 조금만 틀어본다면 샤프하게 뻗어나가는 포지셔닝 램프와 루프라인의 개성을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리터칭은 완벽하다. 멀티빔 LED 헤드램프는 AMG의 스포츠 세단 'GT63'을 그대로 빼닮고 있으며, 보다 멀끔해진 테일라이트 커버는 CLA 쿠페의 감각적인 바디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준다.
메르세데스-AMG의 CLA45 S 4매틱+를 시승했다. 즐거움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쿠페를 지향하는 CLA 클래스, 우선 눈이 즐겁다. 하이테크 감성을 제공하는 실내 디자인,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AMG의 셋업은 고성능에 대한 모든 갈증을 해소하여 준다. 9000만 원에 달하는 정식 출고가, 많은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가 아니다. 대신 누군가의 꿈이자,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는 고성능 쿠페의 포지션다. 특히 아담함은 결코 부족함이 아니라는 것, 메르세데스-AMG는 작은 차체에 담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현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