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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컴팩트 SUV, X1 xDrive20i xLine 모델을 장기간 시승했다. BMW는 럭셔리 SUV 시장의 초기 투자에 앞장섰던 브랜드였다. 한때 계열사로 랜드로버를 거느리기도 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SUV의 기동성을 융합한 자칭 'Sport Activity Vehicle'을 정의하게 된다. 그런 SUV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앞장서 컴팩트 모델 'X1'까지 출시하기에 이른다. 당시 2009년이었다. 특히 BMW는 3시리즈를 통해 엔트리 럭셔리 시장에서의 긍정적 평판을 쌓아온 바 있다.

실제 초대 X1은 3시리즈 투어링의 후륜구동 플랫폼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중형 SUV와 소형 SUV의 니즈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두 차량 모두 SUV라는 공통분모 하에 넓은 공간성과 기동성을 지향하겠지만, '소형'이라는 분류는 '효율성'과 같은 맥락으로 통용된다. 가격, 연비, 출력 내지는 '공간'까지 합리적인 구성을 내세울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연유로 2세대 X1부터는 전륜구동 플랫폼을 채택하게 되었다. 미니와 공용하는 'UKL2' 플랫폼이다. 이론상 후륜구동에 비해 주행감은 떨어지겠지만, '효율성'을 챙기기에는 탁월한 선택이다.

이번 시승 차량, 2022년에 공개된 3세대 X1은 'FAAR' 플랫폼을 채택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전륜 기반이지만 FAAR 플랫폼은 '전동화'를 고려한 폼팩터가 특징이다. 실제 X1과 IX1은 함께 공개되었다. 소형 SUV 시장의 성장을 선도했던 것처럼, 전기 SUV의 잠재 수요에도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아무렴 대중의 입장에서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전장이 대략 60mm 가량 늘어났다는 개선점이 있다. 그리고 엔진 성능보다는 편의 장비 보강과 인테리어 품질에 신경 쓴 부분도 '컴팩트 SUV'의 성격에 적격으로 보였다.

시승차량 BMW X1 20i Xdrive 사양은 기본 Xline의 외관에 일부 디자인 포인트가 더해진다. 우선 X1은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ㄱ'자 그래픽, 그리고 확장된 크기의 싱글프레임 키드니 그릴로 과감한 인상을 품고 있다. 특히 곡선은 찾아볼 수 없는 직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강한 대비를 추구하고, 멀리서 보아도 강렬한 존재감을 내비치게 된다. 기본 사양의 범퍼는 밋밋하면서도 입체적이다. 대신 '알루미늄 새틴 익스테리어 컬러'로 마감된 부분이 앞서 말한 디자인 포인트가 되고, 과감하게 돌출된 파워돔 라인과 공격적인 실루엣을 연출한다.

측면 디자인도 굵직한 직선을 활용하여 강렬한 캐릭터를 나타내었다. 헤드램프에서부터 창문 하단 벨트라인, C필러까지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또한 휠 하우스가 크고, 휠 아치를 두껍게 마감한 듯 느껴진다. 적용된 휠 사이즈가 18인치로 소형 SUV치고는 큰 편이다. 그럼에도 휠 하우스를 꽉 채우지는 못하는 수준, 그런 과감한 디자인 요소들의 배치가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스탠스를 구현한다. 알루미늄 새틴 컬러는 창문을 감싸는 몰딩과 사이드미러, 그리고 도어 하단부 로커패널에도 적용되어 고급스러운 감각을 더한다.

후면 디자인에서도 그런 과감함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테일램프부터가 굉장히 입체적인 형상이다. 차체 양 끝에서 트렁크 리드를 파고드는 듯 보인다. 스포일러도 복잡하게 꺾여있는 형태, 두꺼운 언더커버로 감싸져 있는 범퍼까지도 볼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 과시적인 디자인 덕분에 적체적으로 보면 차체가 상당히 커 보이게 된다. 특히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키드니 그릴이 왜소한 크기를 지닌 X1에게는 탁월한 변화로 느껴졌다. X1의 스타일링 자체는 취향에 따라 평가가 상반될 것 같은데, 디자인의 초점만큼은 명확했다.

실내 디자인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XLINE 사양임에도 기본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이 정말 멋스러워졌고, 커브드 디스플레이나 가죽 대시보드, 유칼립투스 오픈포어 인테리어 트림 등 CMF 완성도가 월등히 나아졌다. 특히 실내를 감싸는 엠비언트 라이트나 베이지 컬러의 시트 조합이 참 매력적이다. 센터 콘솔 배치가 독특하다. 센터패시아 위치는 컵홀더와 무선 충전 패드가 자리하고, 기존 콘솔박스 공간을 2층 구조로 변경하며 각종 버튼들을 통합했다. 기어 노브는 토글레버 방식, 볼륨 레버와 비상등 버튼의 위치가 참 편했다.

안락한 인테리어 색상 덕분에 2열 공간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전륜 기반인 만큼 공간 자체도 넉넉하다. 레그룸은 적당한 수준인데, 시트 레일을 높게 배치하면서 발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광활한 공간의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거주성은 더욱 나아진다. 편의 장비는 에어벤트와 USB 포트가 마련되어 있고, 트렁크 공간은 러기지 스크린으로 차단되어 있다. 트렁크는 전동식, 공간이 이전 세대에 비해 부쩍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매트 아래에도 잘 마감된 잔여 공간이 있다. 리어 시트는 4:2:4 폴딩을 지원한다.

자리에 앉으면 탑승자를 포근하게 감싸는 시트가 참 마음에 들었다. 새롭게 자리 잡은 시동 버튼과 변속 레버는 암 레스트에 팔을 올린 채로 편안한 자세에서 조작할 수 있다. 가솔린 SUV답게 시동은 부드럽게 걸린다. 그리고 굉장히 정숙하다. 정말 급가속으로 RPM을 높이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관된 정숙함이 X1의 강점이라고 느꼈다. 처음 느낀 승차감 또한 부드러운 편으로 노면의 진동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무게감이 있는 편, 전반적인 세팅 자체는 BMW 치고 컴포트함을 지향하고 있다.

20I XDRIVE에 적용되는 2.0L 가솔린 엔진은 트윈 스크롤 터보를 채택하여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품고 있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타입, 공차중량 1720Kg으로 10.7Km/l 수준의 연비를 보여준다. Xdrive 사양은 전륜 기반의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을 채택한다. 상시 사륜구동은 험로 주파 능력뿐만 아니라, 급가속이나 코너링에서 느껴지는 주행감을 개선해 주는 효과가 있다. 중량 대비 출력이 여유로운 편으로 제조사에서 발표한 제로백은 대략 7.6초에 달한다.

컴포트 세팅에서는 정말 매끄러운 가속감을 보여준다. 오히려 스포츠 세팅보다도 컴포트 세팅에서 출력에 여유가 있다고 느낀 게, 엑셀을 지그시 밟아도 부밍 사운드가 유입되지 않는다. DCT 변속기도 부드럽게 반응한다. 풀스로틀에서 들려오는 엔진 사운드도 크게 시끄럽지 않았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함께 노면 소음도 거의 없는 대신, 고속에서는 기본적인 풍절음만을 허용했다. 그 수준도 소형 SUV라고 여기기에는 굉장히 정숙하다. 적당한 무게감을 지닌 조향감과 섀시 안정감은 고속까지 속력을 올려도 특유의 불안정함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부드럽다고 느낀 승차감이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흔들림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웬만한 코너에서는 타이트하게 조향을 해도 롤링이 억제된다. 대신 그 한계치가 명확해서 인위적으로 차체를 흔들면 SUV 특유의 뒤뚱거리는 거동이 나타나기야 한다. 그럼에도 온 로드에서의 평온한 승차감과 코너와 고속에서의 안정감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 X1의 탁월한 밸런스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유리 면적이 넓어지고 시트 포지션이 높아 느껴지는 개방감도 소형 SUV로서의 편안함에 일조한다.

차세대 BMW답게 주행 모드는 '마이 모드'에서 세팅할 수 있다. 엔진과 변속기 반응, 조향감을 스포티하게 세팅하는 '스포츠 모드' 그리고 주행 효율을 높이는 '이피션트 모드', 이 외에 추가된 설정값들은 클러스터 테마, 실내조명과 공조장치, 선루프 등을 적극 활용하여 실내 분위기까지 조율하여 준다. 예를 들어 이피션트 모드는 공인 연비를 강조한 클러스터, 스포츠 모드는 RPM 게이지를 강조한 클러스터 테마를 보여준다. 이피션트 모드에서는 가속감이 상대적으로 답답해지지만, 더 정숙하고 효율적인 느낌이 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실내 분위기를 빨간색 조명으로 꾸며내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엔진 반응은 확실히 예민하고 RPM을 높게 쓰는 경향이 생긴다. 사운드도 조금 더 두터워지는 느낌이지만, XLINE 사양은 패들 시프트가 없고 사운드도 크지는 않다 보니 본격적인 펀 드라이빙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도 확실히 엔진 출력은 넉넉하다는 점, 그리고 DCT 변속기의 세팅이 훌륭하다는 점은 알아볼 수 있다. 특히 고속에서의 연비가 효율적이었고, 도심에서는 스톱&고의 개입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HUD와 디지털 클러스터, 9세대 OS로 구성된 디스플레이까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충분하다. 특히 차량 기능 제어나 파크 어시스트 등 모션 그래픽의 완성도가 훌륭했다. 기본적으로 T맵 내비게이션이 적용되고,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나 카플레이 역시 이용할 수 있다. 보통 터치식 디스플레이는 직관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나마 적응이 쉬운 편이다. 또 차량 사용자에 맞춰서 시트 포지션이나 공조장치, 주행 모드 등을 미리 세팅해 주는 프로필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추후에도 OS가 개선될 수 있다.

주행 보조 장비는 정차&재출발까지 지원하는 BMW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적용된다. BMW의 그립 감지 스티어링 휠은 손을 올려두기만 하면 ADAS 작동 상태가 유지되는 편리함이 있다. ADAS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차로 유지 보조 장비가 상시 개입하고, 차로 이탈 및 사각지대 경보 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웬만한 위험사항은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셈이다. 주차 보조 기능까지 대부분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는 물론, 자동 주차와 출차, 후진 어시스트를 지원한다. 그 진행속도가 꽤나 빠른 편이라 활용성이 좋았다.

이번 시승에서는 강원도까지 왕복 600Km 정도의 거리를 하루에 주행했지만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이 거의 없었다. 잦은 가감속에도 소음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고, 추월 가속에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 잔잔한 요철은 부드럽게 흡수해 주고, 높은 수준의 주행보조 장비가 여정을 돕는다. 그리고 고속주행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평균 연비도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정말 전반적으로 부담 없이 운전하기 좋은 컴팩트 SUV라는 생각이 들었다. 탁 트여있는 시야는 SUV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요소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인테리어 구성이 참 마음에 들었다. 외관 디자인보다도 실내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길 것이다. 우선 편안하면서도 안락한 시트, 사용성이 뛰어난 비상등 버튼은 이미 언급했다. 그 외에도 컵홀더, 스마트폰 홀더 같은 사소한 수납공간의 배치가 편리함을 많이 개선해 주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재는 '프리미엄 SUV' 답다는 생각을 들게 하며, 넓은 면적의 선루프는 체급 대비 더욱 여유로운 탑승감을 전해준다. 넉넉한 공간의 2열 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는 SUV라는 점을 증명할 것이다.

BMW의 컴팩트 SUV, X1 Xdrive20i를 장기간 시승했다. 공격적인 외관 디자인은 강렬한 존재감과 함께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 디자인은 누가 보아도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모습이다. 특히 고급스러운 소재와 여유롭고 정숙한 주행감각은 '프리미엄 SUV'의 면모가 다분했다. 서론에서 소형 'SUV'의 니즈는 일반적인 SUV와 다를 수 있다고 표현했는데, X1은 명확한 해답을 보여 준 셈이다. SUV의 강인한 외모와 실용성을 갖고 있지만, 그 내면의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은 반전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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