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4 유현태
제네시스의 준대형 SUV, GV80 블랙을 촬영했다. 'BLACK'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라인업 중에서도 최상위 트림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차별화 사양이다. 원래는 브랜드의 기함 'G90'에서만 제공되던 옵션이었으나, 현시점으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를 담당하고 있는 GV80과 쿠페 라인업까지 확장된 것이다. 현대차에서도 각 모델별 최상위 트림 한정으로 '블랙잉크' 옵션을 제공한 바 있다. 다만 제네시스의 경우에는 최상위 등급에 대부분의 편의 옵션은 물론, 가장 높은 배기량의 엔진과 AWD까지 선택하여야 '블랙'이 제공된다는 점에 더욱 희소성이 있다.
제네시스 GV80은 2020년 1분기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된 이래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E세그먼트 세단 G80의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된 바 있다. 2026년 출시가 예상되고 있는 GV90의 공개 이전까지 플래그십 SUV 포지션을 담당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2023년 4분기에 GV8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함께 기존 라인업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GV80 쿠페까지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번 글의 주제인 GV80과 GV80 쿠페 '블랙'은 2024년 4분기에 공개된다. 함께 2025 연식변경으로 고무 대신 하이드로 부싱을 적용해 승차감을 개선하는 등 소소한 차이가 생겼다.
제네시스는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제시한다. 우선 엠블럼에서 착안해 낸 오각형 크레스트 그릴과 투-라인 헤드램프가 브랜드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는다. 핵심은 측면 디자인으로, 앞뒤 펜더를 부풀린 '파워 라인'과 차체 전면에서 후면을 잇는 '파라볼릭 라인'이 볼륨감 있고 우아한 실루엣을 구현해 준다. 테일램프까지 투-라인 디자인을 채택하며 페이스리프트 이후 범퍼 디자인이 간결해졌다. 여기서 GV80 블랙은 22인치 휠 DLO, 라디에이터 그릴과 엠블럼을 비롯한 모든 액세서리 색상이 블랙으로 바뀌고, 플로팅 휠 캡이 적용된 모습이다.
가장 완벽한 어둠을 지향하는 '블랙'의 취지처럼 와관 디자인에서 흠을 찾아볼 수 없다. 외관을 꾸며내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검은색이다. GV80 블랙은 우아한 명암의 조화를 담고 있기도하다. 그 핵심은 '반사광'으로 조명의 위치에 따라 볼륨 라인이나 가니시, 특히 22인치 휠의 '투-라인'이 대비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두 줄 헤드램프의 DRL이 더욱 강조되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렴, GV80은 기본적인 실루엣부터 완성도가 뛰어나다 보니, 올블랙의 색감을 잘 소화해 내는 것 같다.
GV80 '블랙'의 차별화를 거친 실내 디자인이다. 참고로 GV80 블랙은 1열 기준으로 빌트인 캠을 제외한 모든 옵션이 기본 적용된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탑재된 27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특징인데, '승하차 애니메이션' 기능에도 블랙 전용 UI가 제공된다. 인테리어 트림으로는 블랙 애쉬 우드 내장재가 채택되어 진중한 우아함을 전하며, 프라임 나파가죽 시트도 전용 퀼팅과 가죽으로 가공된 모습이다. 엠블럼과 스피커 커버는 물론, 블랙 크리스탈 감성을 제공하는 기어노브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빨간색 앰비언트 라이트와의 조화가 역동적이다.
GV80은 기본 5인승, 옵션으로 7인승과 6인승을 제공한다. 전시 차량은 6인승으로 2열 독립 시트와 센터 콘솔이 구성되어 있다. 센터 콘솔에는 수납함과 컵홀더, 무선 충전 패드 등이 준비되며 독립 시트는 기본적으로 전동식 리클라이닝과 통풍 열선 기능을 갖춘다. 또, 전시 차량은 옵션으로 OTT 이용이 가능한 후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워크인 기능으로 3열 시트에 탑승할 수 있으며, 공간 대비 레그룸이 협소해 어린이가 탑승하기에 적당한 공간이다. 3열 시트를 펼쳐도 약간의 트렁크 잔여 공간이 남는다.
GV80 블랙의 구동계는 기존 3.5L급 형 6기통 트윈 터보 엔진과 동일하다. 최고출력 380Hp, 최대토크 54.0Kg.m의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전자식 AWD까지 기본 구성으로 채택되었다. GV80은 AWD 선택 시 코너링 안정성을 개선해 주는 '전자식 후륜 LSD'가 추가된다. 험로에서의 기동성을 강화하는 오토 터레인 모드까지 더해진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통해 최선의 정숙성을 제공하며, 주행 모드에 따라 가변식 댐퍼와 스티어링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또,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기능으로 노면 충격을 완화한다.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와 달리 '비스포크' 방식의 옵션 구성을 지향해 왔다. 베이스 모델을 바탕으로 추가할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이라 볼 수 있는 '개인화'와 '차별화'를 위한 목적이다. 다만 GV80 'BLACK'은 풀 패키지 옵션으로만 극히 한정된 모델에 제공하는 옵션이었다. 아무래도 최상급 모델에 대한 역차별의 여지를 상쇄하고, 판촉을 위한 목적도 지닌 것 같다. 아무렴, 결과적으로는 '블랙'만의 변화에 대한 진정성과 차별성이 확고했기에 의의를 가져볼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