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유현태
기아의 준중형 SUV, 더 뉴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 X라인을 촬영했다. 스포티지는 국내 도심형 SUV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기아의 핵심 차종이다. 특히 쏘렌토보다도 앞서 레저용 승용차라는 장르를 개척했던 모델이다. 그 이후로도 입문형 SUV의 포지션을 담당하며 도전적인 변화를 추구해온 바 있다. 지난 세대교체는 플랫폼부터 디자인까지, 무엇보다 차체 크기를 대폭 키우며 상품성을 강화했었다. 그렇게 국내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 스포티지임에도, 페이스리프트는 파워트레인부터 디자인까지 많은 변경점을 담았다.
기아가 제5세대 스포티지를 공개한 시기는 2021년 2분기였다. 프로젝트 코드 NQ5, 당시 현대자동차 그룹의 3세대 전륜구동 플랫폼과 기아의 신규 CI와 디자인 철학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거쳐 출시되었다. 이번 스포티지NQ5 의 페이스리프트는 2024년 4분기에 정식으로 공개된다. 기존 스포티지의 엔진 라인업에서 2.0 디젤은 완전히 단산되었고, 변속기를 변경했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출력이 소폭 증강된 모습이다. 실내 디자인 및 기능 보강과 함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CCNC가 적용되었고, 그래비티 트림의 명칭이 X라인으로 변경된다.
더 뉴 스포티지의 디자인은 기아의 최신 패밀리룩을 따른다. 세로 형태의 헤드램프와 함께, 별자리를 형상화한 '스타 맵 시그니처' DRL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X라인만의 차별화 사양인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는 더욱이 듬직하고 대담한 분위기를 형성해 준다. 아울러 서라운드 몰딩과 휠, 루프랙과 사이드미러 등 차체 마감재 곳곳에 사용된 하이그로시 블랙은 최상위 트림의 고급스러움을 각인했다.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비율은 기존과 같으며 리어 엔드도 윤곽선은 동일하다. 대신 테일램프의 그래픽을 변경하며 신차다움을 더했다.
기존 스포티지의 디자인은 부메랑 형상의 DRL을 비롯하여 독창성이 강했다. 때문에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독립적인 색감보다는 브랜드 시각 정체성을 충실히 따른 인상이다. 아무렴 디자인 자체는 매력적이다. 넓은 면적을 과시하는 라디에이터 그릴, 특히 양 끝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DRL은 차체를 더욱 크고 넓어 보이게 만든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은 입체적인 대비를 통한 '웅장함'을 과시하고자 했고, 그런 명목에는 더욱이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 맞다. 추구하는 방향성이 분명해진 X라인의 차별화도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인테리어는 대시보드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12.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에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가 적용되고, HUD와 함께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센터패시아는 기존과 같은 전환 조작 방식, 독특했던 에어벤트의 형상을 일직선으로 깔끔하게 연결했다. 다이얼 방식 기어노브가 있는 센터 콘솔도 기존과 유사하나 마감소재가 고급스러워졌다. X라인의 경우 프리미엄 스티어링 휠과 스웨이드 헤드라이닝이 추가로 적용된다. 2스포크 타입 신규 스티어링 휠은 더블 D 컷 형태, 비대칭형 엠블럼 배치로 디자인이 독특하다.
여유로운 공간성을 보여주는 2열 공간이다. 넉넉한 공간의 레그룸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나 헤드룸의 여유가 있다. 수동식 시트 리클라이닝의 범위가 꽤나 자유로운 편이다. 프리미엄 패키지로 적용된 시트의 퀼팅 패턴이 나름의 고급스러움을 지닌다. 편의 장비는 2열 에어벤트와 암 레스트, 시트 열선, 그리고 시트백 포켓으로 구성되었다. 파노라마 선루프의 면적도 상당히 넓다. 그리고 차체 전장대비 레그룸보다 트렁크 공간이 특히 확장되어 있다. 매트 아래 잔여 공간은 물론, 폴드& 다이브 기능으로 평탄한 리어 시트 폴딩이 가능하다.
표준 사양은 배기량 1.6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싱글 터보가 과급을 담당한다. 최고 출력은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같은 180Hp, 최대토크도 27.0Kg.m으로 유지되었다. 단, 기존 DCT를 8단 토크컨버터로 변경했다는 점이 대목이다. 때문에 공인 연비가 11.5km/l 수준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전반적인 발진 감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설명에 따르면 감쇠와 방음 성능을 강화하여 정숙성을 개선했다고도 한다. 기존처럼 안정적인 승차감과 함께, DCT와 터보 엔진 특유의 울컥거림과 소음이 많이 감소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X라인 패키지는 더 뉴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의 강인한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 이전보다는 대중적인 감성으로, SUV 고유의 터프함을 내세우는 성격이다. 디자인의 방향성과 별개로 판매 실적은 높은 수치일 것이다. 원래 개성적인 디자인은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재고하기 위한 일종의 경영 전략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스포티지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뛰어난 인지도를 쌓아왔다는 전제가 있다. 함께 제품성은 더욱 훌륭하게 가다듬은 만큼, 앞으로도 준중형 SUV의 시장 점유율은 스포티지가 굳건한 1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