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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23년, 토요타 그룹은 사상 최대 영업익을 또 한 번 갱신했었다. 무려 44조 원에 달한다. 그리고 토요타의 시가총액은 대한민국의 1위 기업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매스컴에서는 현대차의 영업익 개선과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시사하지만, 실제 전기차의 판매량이나 마진 규모는 크지 않다. 지속되던 전기차 회의론과 함께 보호무역주의까지 겹쳐지면서, 토요타가 투자해온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조명되던 시점이었다. 결국 비교적 전기차 시장에 소극적인 자세로 비치던 토요타 그룹의 태도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토요타 그룹에는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는 한 해이기도 했다. 계열사 다이하쓰의 충돌 시험 조작과 일부 디젤 모델 인증 절차에서 부정이 발각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수 중심 일부 브랜드들의 손해배상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판단했다.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는 토요타의 서류 조작 이슈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가솔린 엔진 차량을 주로 수입해왔고, 지금은 라인업 대부분을 하이브리드 엔진으로만 단일화하는 시점이다. 한국 시장에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술은 토요타가 가장 우세하다는 인식이 있다.

주요 시장 북미에 생산거점을 두고 성장해온 토요타는 꾸준히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는 차량을 개발했다. 그렇게 2000년에는 준대형 크로스오버 '하이랜더'를 공개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렉서스 RX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량이었다. 그리고 약 23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23년, 대한민국에도 2019년 부로 판매되던 제3세대 하이랜더가 출시된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준대형 SUV 시장이 확대되었고, 평균적인 자동차 시세는 상승하였으며 엔화는 하락했다. 더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량이 급증한 시기, 모든 조건이 하이랜더의 출시에 적합했었다.

시승차량은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2.5 HEV Platinum 트림이다. 국내 시장에 출시된 하이랜더는 엔진의 경우 2.5L 하이브리드 단일 구성이다. 대신 옵션 트림이 리미티드와 플래티넘 두 단계로 구분되는데, 플래티넘의 편의 장비가 더 풍부하다. 리미티드 대비 선루프가 파노라마 선루프로 변경되고, 운전석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레인 센서, 어라운드 뷰, 디지털 룸미러, 2열 열선 옵션이 추가로 탑재된다. 대신 기본 사양도 디지털 스크린이나 프리미엄 오디오, 3존 공조, 파워 트렁크 기본 이상은 갖추고 있는 편이다.

토요타 치고는 단정한 인상을 지닌 하이랜더였다. 특히 요즘과 다르게 하이랜더의 출시까지만 해도 토요타는 과감하고 급진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시기였다. 하이랜더도 사다리꼴 형태의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 자체가 SUV치고는 독특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범퍼는 양쪽으로 뻗어나가며 한껏 차체를 부풀리지만, 헤드 램프는 점차 얇아지며 샤프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다.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하듯 전면에는 크롬 몰딩이 넓게 적용되었고, 그 안의 그릴 패턴은 입체적인 형상을 보인다. 범퍼 하단부의 두꺼운 가니시가 듬직함을 더한다.

측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전륜구동 SUV답게 전면부에 무게가 쏠린 비율이고, 3열로 갈수록 창문이 좁아지는 형태라 그런 인상은 더욱 심해진다. 마찬가지로 캐릭터 라인도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형태로 보인다. 리어펜더를 강조하는 볼륨 라인도 시선을 이끈다. 이로써 날렵해 보이는 프로필을 의도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사진상으로는 그다지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실제로는 덩치가 꽤나 큰 편이다. 의외로 측면에는 크롬 소재가 사용되지 않았다. 휠 역시 무난한 디자인, 플라스틱 언더커버가 SUV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후면 디자인도 상대적으로 간결한 디자인이다. 전면 헤드램프처럼 테일램프는 날렵한 형상으로 디자인되었고, 차체 볼륨이 입체적으로 다듬어져 있다. 그나마 리어 윈드 실드 상단의 스포일러가 꽤나 복잡한 형태를 보인다. 이 외에 엠블럼을 제외하면 별다른 액세서리는 없다. 범퍼 하단부도 단지 두꺼운 가니시로 덮어버렸고, 양측에는 의무사항인 리플렉터가 부착된 구성이다. 전반적으로 토요타의 디자인 치고는 무난한 편, 하이랜더 자체가 미국에서 많은 판매량을 지향하는 차량인 만큼 대중적인 외모를 의도한 듯 느껴졌다.

실내 디자인도 그저 무난했다. 전형적인 토요타의 레이아웃이다. 차폭이 넓으니 디지털 클러스터의 시인성이 좋았고,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다. 기능적으로는 여유로운 크기, 통풍 시트나 공조기, 비상등 같은 버튼들이 센터패시아에 가지런히 나열되었다. 대시보드 곳곳에 계단식으로 마련된 수납공간은 스마트폰이나 간단한 물건을 적재하기 좋다. 역시 기어 레버는 부츠 타입, 드라이브 모드 등 주행 관련 버튼 들은 센터 콘솔에 함께 배치된다. 두꺼운 그립을 지닌 스티어링 휠도 그립감이 무난히 마음에 든다.

드넓은 2열 공간을 보면 준대형 SUV라는 점이 실감 가게 된다. 2열 시트는 독립식으로 중앙에는 암 레스트와 컵홀더가 위치한다. 포지션이 높고, 수동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편의 장비로는 열선 시트와 2열 독립 공조, 110V 파워 아웃렛,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 등이 마련되어 있다. 3열 시트가 3인석이라서 총 승차인원은 7인승이다. 3열도 체격이 작은 탑승객이라면 장거리 주행에 무리가 없을 듯 넓다. 3열 시트를 펼쳐도 트렁크 공간이 남아있다. 물론 시트를 평탄하게 접어 확장할 수 있다.

준대형 SUV 지만 여타 토요타 차량들과 같은 2.5L 급 자연흡기 엔진에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이브리드 특성상 전력량이 충전된 상태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없다. 엑셀을 밟으면 매끄럽고 정숙한 발진 감이 느껴지고, 이내 엔진이 점화되지만 N.V.H는 여전히 훌륭한 편에 속한다. 예상보다 차체 방음이나 엔진 소음 모두 신경 써 준 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처음 느낀 승차감은 부드러웠다. 특히 하이브리드 엔진의 조용함이 겹쳐지니 전반적인 주행감 자체가 매끄럽게 느껴진다.

가솔린 2.5L 직렬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기본으로 한다. 직병렬 HEV 시스템과 합산 최고 출력 246HP, 최대토크 23.9kg.m의 힘을 갖추었다. 무단 변속기가 채택되어 응답성보다는 효율성 위주의 세팅을 지향한다. 약 2.1톤의 공차중량으로 13.8km/l라는 훌륭한 연비를 보인다. 성능상 마력으로는 딱 부족함이 없는 수준, 수치상 토크가 낮아 보이지만 모터는 피드백이 더 즉답적이다. 또한 하이랜더는 전륜 HEV 시스템 말고도, 후륜만을 위한 전동 모터가 또 하나 탑재된 'E-four'가 기본 사양이다. 구동력을 100:0에서 2:8까지 배분할 수 있다.

실제 가속감 자체가 답답하지 않았다. 특히 준대형 SUV치고는 즉답적이고 매끄러운 초반 가속을 보였다.동급의 고배기량 SUV와 비교하면 초반 가속이 더 빠르고, 대략 80Km/h 이상의 펀치력이 약한 편이다. 제로백은 약 9초 중반,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응답성이 빨라지지만 체감 가는 차이는 아닌 것 같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소음은 억제된 편으로 고속주행보다는 시내 주행에 더 적합한 SUV가 아닐까 싶었다. 조향감도 동급 SUV치고는 가벼운 편에 속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도 약간 무겁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코너링 감각도 전형적인 대중형 SUV다. 큰 차체로 인해 약간의 롤을 허용하고, 의도보다는 언더스티어 방향으로 다소 편향되어 있다. 신기한 점은 전반적인 승차감이 부드럽다고 느꼈지만, 격하게 가속을 한다거나 코너를 돌고 또 방지턱을 넘을 때에는 흔들림이 적극적으로 억제되는 감각이다. 이후 인지한 내용으로는 구동모터를 활용하여 다이브 현상을 줄이는 피치 컨트롤이 개입한다고 한다. 그와 별개로 방지턱이나 깊은 요철에서는 예상보다 피드백이 타이트했고, 댐핑 스트로크도 크기에 비하면 짧게 세팅된 것 같았다.

아무렴 여유로운 주행에서는 사소한 진동을 부드럽게 흡수하여 준다. 대신 격한 움직임에서는 어느 정도 하체가 잡혀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큰 차체를 거동하는데 부담이 없었다는 의미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발전기가 상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과 고속주행 모두 실연비가 높게 나오는 편이다. 도심 출퇴근이 주된 활용일수록 경제성은 돋보일 것이다. 그외에 토요타의 주행보조 시스템 TSS도 기본이다. 능동 회피기동과 긴급 제동, 차선 유지 및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으로 구성되며, 장시간 주행에 안전성과 편의성을 개선했다. 이제는 순정 내비게이션과 HUD 연동도 현지화를 거듭해 온 모습이다.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플래티넘 트림을 시승했다. 볼수록 듬직함이 느껴지는 외관과 잘 정돈되어 있는 실내 디자인은 은은한 매력이 있다. 준대형 SUV의 강점인 실내공간과 플래티넘 사양의 수준급 편의 장비는 패밀리카 다운 면모였고, 편안한 승차감과 연비는 기대에 부응한다. 내구성 측면에서는 이미 좋은 평가를 받아왔으니 그야말로 오래 탈수록 만족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SUV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는 오랜 시간 소유하는 대표적인 '내구소비재' 중 하나다. 오랜 소유 기간을 고려했을 때, 투자할 만한 가치는 더욱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내년 출시될 현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의 비교가 기대된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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