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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B6 AWD Ultra Bright를 시승했다. 브랜드 혁신 이래,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온 볼보 자동차 코리아의 중형 SUV에 해당한다. 볼보는 2024년 3분기 내로,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달성하며 수입차 실적 4위에 오른 바 있다. 테슬라를 제외한 레거시 브랜드 중에서는 TOP3에 이름을 올린다. 물론 1,2순위 브랜드하고는 판매 격차가 크다. 다만 볼보는 이미 수입차 브랜드의 주력 디젤엔진을 과감히 단산했고, 순수 전기와 마일드 하이브리드로만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만큼 미래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해 둔 셈이다.

이번 글은 XC60의 시승기다. XC60은 볼보 자동차 코리아 단일 차종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형 SUV라는 장르의 대중성과 브랜드의 철학이 담긴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 마감과 넉넉한 공간성으로 가치를 정립한 바 있다. 특히 SUV가 유행하면서부터 소비자들은 '실용성' 위주의 자동차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원래 실용성은 북유럽 태생 볼보의 핵심 가치였다. 특히 1세대 XC60은 볼보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는 도심 안전 기술이 대거 탑재된 패밀리 SUV로서, 일부 소비자들에게 뛰어난 만족감을 제공한 바 있었다.

볼보는 여타 승용 브랜드에 비해 풀체인지 주기가 길다. 1세대 XC60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판매된다. 그 끝에 2세대 XC60이 공개되었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근간이 되는 플랫폼부터 디자인까지, 대신 근원적인 성격만큼은 같다. '인간 중심'철학에 의한 안전성과 실용성이다. 2021년 진행된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도, 역시 제품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련미'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패밀리 SUV라는 점, 전동화를 거친 엔진부터, 디자인, 거주성 등등 꾸준한 경쟁력을 인기가 입증한다.

시승 차량은 볼보 XC60 B6 AWD Ultra Bright 등급이다. 풀 LED 헤드 램프가 탑재되었으며, 토르의 망치를 연상시키는 'T'자 형 DRL은 이미 볼보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대신 '60클러스터'라 하는 볼보의 중형 모델들은 쐐기 형태의 헤드램프 형상으로 약간의 스포티함을 가미한다. 얇고 정교한 마감이 돋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볼보의 단단한 분위기를 각인해주는 역할이다. 범퍼는 그런 단단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간결한 선으로 입체감을 키웠다. 역시 두꺼운 크롬 가니시를 활용하여 무게감과 세련미를 보강한다.

일반적인 SUV보다는 전고가 낮은 편이다. 특히 전면 그릴이 낮게 포지셔닝 되어 있고, 노즈 끝부분이 내려앉는 디자인이라 SUV의 정통성보다는 '세련미'가 강조되는 인상이다. 볼보는 기본적으로 전륜구동 플랫폼을 활용한다. 그럼에도 길게 뻗어 있는 보닛과 부풀려진 웨이스트 라인을 보면 후륜구동에 가까운 역동적인 비율을 지닌다. 바디컬러 클래딩이나 20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도 그런 XC60의 현대미에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특히 각종 가니시 액세서리에 사용된 크롬 소재의 농도나 마감이 유독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전고가 유독 낮아 보이던 전면부와 다르게 뒤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전형적인 SUV에 가깝다. 앞서 언급했던 웨이스트 라인을 타고, 테일램프가 보다 높게 배치되었다. D 필러를 감싸는 형태는 볼보의 오랜 디자인 헤리티지에 해당한다. 대신 차세대 모델들은 그 그래픽이 얇고 선명해지면서 한 단계 진보된 느낌이 든다. 볼보 레터링과 차명, 트림 명까지 표기되어 있는 엠블럼도 볼보의 오랜 전통으로 볼 수 있다. 범퍼는 역시 별다른 특징 없이 매끄러운 볼륨감을 갖추었으며, 그 끝단을 장식하는 크롬 가니시가 단정함에 마침표를 찍는다.

인간 중심 철학이 깃들어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간소화를 추구하는 레이아웃과 고급스러운 소재, 그 따스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에서 스칸디나비안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HUD, 그리고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구축되어 있다. 세로로 배치된 센터 스크린은 순정 T맵과 음성인식 기능, 미디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한국 현지화에 힘썼다. 공조장치도 센터 스크린에 통합된다. 비상등이나 볼륨 다이얼 같은 직관적인 버튼만 남아 있으며, 센터 콘솔에는 레버 타입 변속기와 엔진 시동 다이얼이 배치된다.

나파가죽 시트의 포근한 탑승감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질이 충분하다. 1열 통풍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적용된다. 좌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기어 레버를 조작하며,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 패드에 올려두는 제스처 하나하나가 자연스러운 공간 배치였다. 특히 '오레포스'에서 가공한 크리스탈 기어노브는 만족감을 더하는 요소, 도어트림과 대시보드를 감싸는 가죽이나 우드 트리밍 등 CMF 측면의 완성도가 높다. 그리고 XC60의 백미는 역시 1410W 급 15채널 '바워스 앤 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다.

2열 좌석은 드넓은 개방감에 '패밀리카'답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넉넉히 확보되어 있는 레그룸과 여유로운 헤드룸, 특히 파노라마 선루프나 측면 창 면적이 상당히 넓다. 추가로 1열 헤드레스트가 얇게 디자인되어 더욱 트여있는 느낌이 든다. 2열 편의 장비로 시트 암 레스트와 독립 공조 장치가 준비되어 있다. 에어벤트가 B 필러에까지 탑재되어 있다. 트렁크 공간도 면적이 깊고 넓다. 2열 시트 폴딩은 당연히 가능한 기능이며, 예상보다 깊이감이 정말 여유로운 편이다. 러기지 스크린도 특정 높이 및 길이 조절이 가능했다.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티맵이 채택된다는 점은 예상보다 더욱 편리했다. 응답 지연도 없고, 여타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은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점을 안다. 무엇보다 디지털 클러스터의 연동성은 운행 중에 큰 도움이 된다. XC60 B6 트림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기본으로,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가 동시에 세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마일드 하이브리드라 불리는 48V 전압의 시동모터가 탑재된다. BISG라고도 하는 통합 모듈은 운행 중에 매끄러운 출력 전개에 도움을 주며, 에너지 회수를 도와 '저공해 2종' 적용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합산 최고출력은 300HP, 최대 토크는 42.9Kg.m을 달성했다. 배기량 대비 여유로운 출력을 강조하며, 8단 토크컨버터 변속기와 전자식 AWD 시스템을 거쳐 네 바퀴로 구동력이 배분된다. 공차중량은 1935Kg, 그에 반해 제로백 6.2초라는 경쾌한 가속성능을 보여준다. 공인 연비는 9.9Km/l로 중량과 출력을 감안하면 준수하다. XC60의 또 한 가지 특징이라면 'SPA' 플랫폼이 있다. 90 클러스터와 공용하는 플랫폼으로, 횡 방향 엔진 배치 자체는 보편적인 방식이나 후륜측 서스펜션 구조에 멀티링크와 리프 스프링을 채택했다는 특징이 있다.

시동을 걸고 느껴지는 가장 큰 만족감은 정숙성이다. 기본적인 차음 성능이 훌륭하고, 특히 엔진 쪽에서 유입되는 진동이 잘 억제되어 있다. 약간의 엔진 소음만 유입될 뿐이다. 참고로 볼보의 BISG 시스템은 '스톱&고'가 개입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나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때문에 정차가 반복되는 도심 주행에서는 더욱 부드럽고 조용한 SUV처럼 느껴진다. 초반 가속감이 부드럽고 속력이 붙어도 선형적인 힘이 유지되는 세팅이다. 8단 자동 변속기의 부드러운 매칭과 불필요한 RPM 상승을 억제하는 느낌이 참 편안했다.

2.0L 트윈차저 엔진이 지닌 출력의 여유는 편안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엑셀 페달을 꽤나 깊게 밟아도, 과급 장치의 이질감 없이 가파르게 속력이 붙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정말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처럼 두텁고 묵직한 발진감을 지닌다. 100Km/H 이상의 속력에서도 펀치력은 유지된다. 다만 스포츠 모드는 별도로 제공되지 않고, 기어레버를 D단으로 한번 더 내리면 좌/우 조작 방식으로 메뉴얼 기어만 활용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RPM을 높게 상승시켜도 꾸준히 엔진 소음이 억제되는 편이다. '고성능'이 아닌 '고출력' 세팅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아무렴 300마력의 힘을 정말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AWD 채택을 통해 토크 스티어 현상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2T의 중량에 비해 가볍게 조율되어 있다. 스포츠 모드가 없는 대신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만을 높일 수 가 있는데, 초반 핸들링은 꽤 무게감이 생기나 속력이 붙으면 적당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수준이다. 조향 감각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경향, 무난한 회전반경을 갖추었다. 잦은 가감속과 공회전에도 9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하는 걸 보면 MHEV의 개입으로 도심 실연비가 훌륭하게 나와주는 편이다.

다만 엔진과 파워트레인 세팅이 제시하는 부드러움에 비해 승차감이 다소 단단하다고 표현할 수는 있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이는 유럽 태생 승용차의 공통된 감각이다. 패밀리카로서 장거리 여정에는 더욱 적합한 세팅이라 여긴다. 참고로 후륜 현가가 독특한 방식이라고 앞서 설명했다. 코일 스프링을 복합 소재로 제작된 판 스프링이 대체한다.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더욱 낮게 설계하여 실내 공간과 무게 감량을 이룰 수 있다. 단, 이로 인해 승차감이 더 단단히 느껴지는 경향이 생긴다.

그런 약간의 단단함이 있는 승차감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고급차 다운 느낌을 전해주었다. 특히 고속과 코너에서 안정감을 개선해 준다. 추가로 방지턱이나 깊은 요철에 의한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해 주는 편이다. 예상보다 휠 상하운동 거리가 길고 댐퍼의 감쇠력이 마냥 높지는 않았다. 그에 따라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롤을 비롯한 차체 흔들림을 잘 억제해 주는데, 급격한 회피기동에서는 다소 차체가 요동치는 움직임을 전달한다. 총합적으로 볼 때 스포츠 드라이빙보다는 여유를 품고 주행할 때 그 모든 진가가 나타나는 SUV였다.

스티어링 휠의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개입하는 ADAS 장비도 적정한 편의성과 정확도를 가졌다. 그리고 볼보가 제시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도 두루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기둥과 근접했을 때는 경보음과 함께 제동에 개입하고, 후진 시에 멀리 주행 중인 차량이나 인근 사람이 감지되면 또 경보를 울려 준다. 보통의 충돌 방지 기능들은 운행 중 경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XC60은 사소한 배려를 통해서라도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보조해 준다. 야간 주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LED 헤드램프의 광량이나 코너링 라이트 기능도 효과적이다.

XC60의 세련된 디자인은 어느 곳 어떤 배경에든 잘 어울리는 외모였다. 한국의 전통미가 느껴지는 한옥 마을에서나, 현대적인 건축물, 혹은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장소이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리고 정교한 비율과 마감으로 완결된 형태인 만큼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타임리스 스타일링에 가깝다. 취향에 따라 확실한 끌림은 없을 수 있다. 대신에 흠잡을 수 없는 완성도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물며 XC60은 출시 이래 6년간 별다른 디자인 변화가 없었더라도 인기는 오히려 증가해 왔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에 치중되어 있던 주행 감각은 자동차에 머무는 시간을 편안함으로 채워준다. 다만, 너무 편안하기만 한 자동차는 별다른 특색이 없을 수 있다. 그런 무색무취의 고급차가 될 뻔한 제품성에 있어서, 바워스 앤 윌킨스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가장 차별화된 매력 요소가 된다. 편안한 시트에 앉아 누릴 수 있는 실내 공간의 안락함, 파노라마 선루프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과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노브의 반짝거림은 볼보 특유의 낭만을 채우기에 다분했다.

볼보의 XC60 B6 상위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스포츠성을 배제한 채, 완연한 여유로움과 편안함에 집중한 패밀리 SUV다. 그 승차감은 안정성과 부드러움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개방적이고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이 강점이었다. 원래 볼보가 제시하는 '60클러스터'라는 전략부터가 그랬다. 스포츠성이 필요하다면 S60이라는 대체제가 있고, XC60은 온전한 '패밀리카' 성향을 구현한 고급 크로스오버로 포지션 된다. 결과적으로 중형 SUV에 대한 니즈에 완전히 부합하는 차량으로써 고급차 시장에서의 당연한 인기를 이끈 셈이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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