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31 유현태
2024년, 현대자동차 그룹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EV/PHEV)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단, 전기차 인도량과 시장 점유율 자체는 감소했기 때문에 안정할 수 없는 시기다. 테슬라와 HMG, 폭스바겐 AG를 비롯한 선두 기업들의 전기차 공급량이 하향세인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나 토요타와 같은 EV시장 패스트 팔로어들의 점유율의 급증하고 있다. 특히나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중국 전기차 산업은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급성장하는 추세이다. 탄탄한 내수 시장 수요와 저임금 노동력, 원자재 공급망 등 중국 전기차 산업이 지닌 잠재력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전기자동차의 성장 동력은 환경 보호에 대한 의무였다. 단기적으로는 RE100, 장기적으로는 탄소 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범지구적인 협약이 기인한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한 레거시 브랜드들의 위기는 단지 기업간의 경쟁이 아닌 사회, 정치적인 문제로 번지게 되는 양상이다. 특히 G2의 보호무역주의 강세와 미국 정권 교체 등 시장 불안정성이 강해지고, 급기야 유럽인민당은 2035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EU의 내연기관 판매 금지법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단기적인 전기차 전환 로드맵을 재구성하는 혼란스러운 시점이다.
2021년 출시한 아이오닉 5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기자동차이자 표준이었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선점을 주도했고,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뛰어난 상품성을 입증한 바 있다. 그리고 2024년 1분기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했으며, 디자인과 편의장비는 물론 전력량까지 개선하며 가격을 동결했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상품성 개선인 셈, 문제는 '캐즘'의 허들로 인한 판매량 감소였다. 대신 현대차는 북미에서 지난 11월 최다 판매 기록을 갱신했고, 그 주역에는 110%의 성장률을 기록한 '아이오닉5'가 있었다.
이번 시승 차량은 아이오닉 5 Long Range Prestige 등급이다. 싱글 모터 후륜구동 기반으로, 전력량이 높은 롱 레인지 트림은 약 84Kwh 급 배터리 팩이 탑재된다. 참고로 63Kwh 급 배터리 팩이 탑재되는 스탠다드 모델은 모터 출력이 감소하며, AWD 선택도 불가능하다. 추가 옵션도 대부분 적용된 모델이다. 디지털 센터 미러와 빌트인캠 2, 비전 루프, 서라운드 뷰 카메라 적용을 위한 '파킹 어시스트' 그리고 조수석 전동시트 및 2열 편의 장비를 포함한 '컴포트 플러스' 패키지가 추가된다. 파킹 어시스트 선택 시 디지털 사이드미러까지 적용 가능하다.
현대차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를 오마주 했던 아이오닉5의 디자인이다. 쿼드 타입 헤드 램프가 지닌 상징성, 그리고 파라메트릭 픽셀 패턴에서 느껴지는 미래지향성이 인상적이다. 페이스리프트는 범퍼 디자인의 변경 위주로 진행되었다. 기존보다 넓게 뻗어있는 하단부 에어 인테이크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화해 준다. 전기차는 특성상 프런트 오버행이 극도로 짧아지는데, 새로운 범퍼 형상은 기존 모델이 지니지 못한 입체감을 더해주는 모습이다. 프레스티지 등급부터는 지능형 헤드램프와 LED 턴 시그널이 기본탑재된다.
측면 디자인이다. SUV처럼 휠 아치 커버가 두껍게 마감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메탈 페인트 도장을 통해 고급감을 더한다. 직선 형태의 캐릭터 라인은 선명한 면과 면의 대비로 입체감이 느껴진다. 윈도우 라인은 별다른 특징 없이 무난한 편, 생각보다 C필러 경사가 가파른 편인데 플로팅 타입 스포일러 면적이 넓어 눈에 띄진 않는다. 휠은 19인치 기본 옵션이 적용된 모습이다. 옵션으로 20인치 휠을 제공하긴 하나, 항속거리나 편안한 승차감 측면에서는 19인치가 유리할 수 있다. 나선형의 전면 가공 디자인이 개성적이다.
후면 디자인을 살펴볼 차례다. C필러와 트렁크 리드가 깔끔하게 맞닿아 있다. 아이오닉5의 디자인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테일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픽셀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니시 패널에 각인된 패턴과도 일체화가 되어있다. 어느 시점에서 보아도 미래적인 분위기가 확실하다. 그 픽셀 패턴을 따라 트렁크 리드를 마저 분할했다. 페이스리프트는 역시 범퍼 디자인 위주로 진행되었다. 기존보다 디퓨저 면적이 넓어졌고, 리플렉터가 마치 수납되어 있는 것처럼 깔끔하게 부착되었다. 마지막으로 리어 와이퍼가 적용된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실내 디자인은 실용성이 보강되었다. 우선 12.3인치 병렬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인포테인먼트에 CCNC 인포테인먼트 UI를 적용했다. 선반형의 대시보드 디자인과 센터페시아 구성은 기존과 유사하나, 스티어링 휠이 3스포크 타입으로 변경된다. 그립 감지 기능을 포함하며, 변속기는 칼럼 타입이다. 센터 콘솔 디자인도 더욱 실용적인 배치로 수정되었고, 통풍시트 등 편의와 주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추가된다.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전 좌석 메모리 시트,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등 편의 장비도 풍부했다.
2열 공간이다. 넓은 휠베이스와 평탄한 바닥면을 바탕으로 뛰어난 개방감을 확보했다. 다만 바닥 높이가 있다 보니 포지션 자체가 특별히 편안한 느낌은 아니다. 옵션으로 추가된 비전 루프와 넓은 측면 창은 뒷좌석 탑승객도 개방적인 시야를 누리게 하며, 컴포트 패키지 적용을 통한 편의 장비도 풍부하다. 전동식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수동식 롤러 블라인드, 시트 암 레스트와 열선시트, 그리고 에어벤트는 B필러에 구성된다. 전동 트렁크와 2열 리모트 폴딩을 탑재하였다. 트렁크 매트 아래 잔여 공간은 거의 없지만 별도의 프렁크가 존재한다.
아이오닉 5 롱레인지 싱글 모터는 168Kw 급 전동기가 사용된다. 단순 환산으로 최고출력 225HP, 최대토크 35.7Kg.M 수준의 넉넉한 힘을 지닌다. 모터와 1단 감속기는 통합 모듈로, 별도의 변속기 없이 뒷바퀴를 굴린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의 주요 변경점은 배터리 용량 증대였다. 우선 주행과 관련해서는 공차중량이 2015Kg으로 오르며 2톤을 넘었다. 그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을 수정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을 켜도 엔진 소음 없이 정숙한 실내 공간이 전기차의 장점이다. 페달 반응이 생각보다는 예민한 편이었다.
기본 주행모드에서도 즉답적인 응답성이 느껴진다. 시속 100km까지의 가속감은 선형적이다. 특히 감속 후 재가속에도 응답 지연이 없는 모습이 전기차의 매력이다. RPM 상승에 의한 부밍 사운드가 없으니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다. 기본적인 스티어링 휠 세팅은 가벼웠다. 대신 스포츠 모드에서는 명확히 무거워지면서도, 엑셀 반응이 더 예민해졌다. 제로백은 대략 7초 중반, 다만 펀드라이빙 목적으로 운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중량이다. 디자인 특성상 공기 저항에 의한 소음과 흔들림이 크고, 오토홀드 사용 시 초반 가속이 다소 울컥이는 느낌이 있다.
특히 19인치 휠 때문인지 이전 모델보다 승차감이 많이 느슨하게 다가왔다. 보통 전기차가 그렇듯 이전 아이오닉 5도 RV치고는 다소 단단한 승차감이었는데, 시승차량은 노면 요철을 예상보다 부드럽게 흡수하는 세팅이었다. 그래서 깊은 굴곡이나 요철에서는 차체 흔들림이 다소 증폭된다. 부드러운 댐핑력에 비해 롤 스트로크 자체는 짧게 조율되어 있다고 느꼈다. 무게중심이 낮게 깔려있다 보니 일반적인 노면에서는 안정적이고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주는데, 차체 흔들림에 대한 저항성이 이전보다는 낮아진 느낌이다.
후륜구동이지만 스티어링도 약간의 언더스티어 편향으로 느껴졌다. 전반적인 주행 질감에 스포티함을 덜어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만큼 탑승객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졌다. 그렇다 보니 펀치력이 강조되는 스포츠 모드보다는 편안한 가속이 가능한 '에코'모드에서의 주행감이 더 만족스러웠다. 그만큼 전비를 높일 수 있기도 하며, 가장 정숙하고 부드러운 피드백을 보여준다. 단계별 조절이 가능한 회생제동도, 최고 레벨에서의 기능 개입이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도심에서의 원페달 드라이빙에 조금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고속에서의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적정한 수준이다. 엔진 사운드가 없다 보니 조금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지만, 절대적인 크기 자체는 작게 느껴진다. 승차감은 장거리 여정에 더욱 편안하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2를 비롯한 2.5레벨 수준의 ADAS가 탑재되었고, 그립 감지 스티어링 휠은 주행보조를 보다 편리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옵션으로 추가되어 있는 디지털 센터 미러와 사이드미러는 일반 거울보다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평상시엔 잘 모르지만, 비가 오는 날씨나 야간에는 피로감을 개선해 주는 역할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84Kwh급 배터리 탑재를 통해 항속거리가 485Km까지 늘어났다. 대략 20% 수준의 저온 항속거리를 감안해도 1회 충전에 400km 이상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아이오닉 5가 편안한 세팅이 느껴지는 만큼, 주행도 여유롭게 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보다 길게 운행할 수 있을 것이다. 800V 초급속 충전기를 활용하면 80%까지의 충전시간이 18분이라 알려져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보다 뛰어난 매력은 아니긴 하다. 800V 급 충전 시설 자체가 희소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승했다. 외관 디자인은 이전 모델보다 스포티하게 다듬어졌다. 전체적인 비율 개선 효과가 확실하다. 반면 승차감은 하중에 비해 부드러운 편이라고 느꼈다. 한편, 실내 디자인은 멋보다는 실용성 위주의 변화를 택했다. 편의 기능과 배터리 용량을 추가하면서도, 가격 인상은 없었다는 점이 대목이다. 아이오닉 5에 대한 느낀 점과 별개로, 전기차의 발전 속도는 정말 급진적이다. 그 발전속도에 비해 수요가 뒤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오닉5의 변화는 전기 패밀리카에 대한 기준을 높였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