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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자회사 폴스타의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바 있다. 폴스타는 볼보의 고성능 내연기관 전담 브랜드, 폴스타 엔지니어링에서 유래한 전기차 전문 제조업체였다. 폴스타의 최대 주주는 지리 홀딩스가 되었다. 익히 알려진 사실대로 볼보 역시 지리 홀딩스의 계열사다. 볼보는 자금 확보 목적으로 폴스타의 지분을 매각한 듯 보이며, 기술 협력 관계는 꾸준히 지속될 예정이기에 경영 방식에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폴스타는 단순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가 아닌, 볼보 윗급의 하이 퍼포먼스 전기차 브랜드를 타게팅하고 있다.

그렇듯 폴스타의 브랜드 독립 초창기에는 이전 볼보의 잔흔을 지워낼 수 없었다. 폴스타의 첫 양산 차량이었던 '1'은 볼보에서 공개했던 컨셉트 쿠페의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했고, 심지어 순수 전기차도 아니었다. 2번째 차량으로 출시된 폴스타 '2' 역시도 볼보의 40클러스터와 대부분의 특징을 공유했다. 폴스타 '3'부터는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여 차량을 개발한다. 앞으로는 꾸준히 독립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나갈 것이다. 하나, 초기 모델의 외형을 볼보와 공유했던 것은 어느 정도 브랜드 인지도에 편승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폴스타의 2번째 차종이자 첫 번째 전기차였던 2는 2020년에 공개된 바 있다. 내연기관과 모터가 공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볼보의 CMA 플랫폼으로 기획된다. 차고가 높고 테일 게이트를 첨부한 크로스오버 형태의 세단으로, 기존의 볼보 라인업과는 포지션이 겹치지 않았다. 패키징도 사실상 배지 엔지니어링 수준에 그쳤다. 2023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되면서 디자인이 다듬어졌고, 기본 사양 모터가 전륜구동에서 후륜구동으로 변경된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출시된 폴스타였고, 볼보와 독립된 전시장을 운영하며 온라인 세일즈 방식을 택한다.

시승 차량은 폴스타 2 Long Range Single Motor에 해당한다. 국내 출시된 사양은 전부 78kwh 급 배터리가 탑재된 롱 레인지 모델이다. 엔진 트림이 싱글 모터와 듀얼 모터로 구분되는데, 듀얼 모터는 동력분산식으로 전자식 사륜구동 기능까지 포함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시승차량의 구동계는 기본 사양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추가 선택 옵션으로 파일럿 어시스트, 오토 하이빔 등의 기능이 포함된 파일럿 패키지와 하만 카돈 사운드,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에어 퀄리티, 전동식 1열 시트, 하이 레벨 인테리어 트림 등이 추가되는 플러스 팩이 채택되어 있다.

볼보의 40 클러스터와 유사한 맥락의 전면 디자인이다. 특히 'T'자 형태의 DRL은 볼보의 패밀리룩 요소라 볼 수 있다. 대신 라디에이터 그릴에 사선으로 배치되는 가니시와 엠블럼이 배제되었고, 폴스타의 로고가 부착된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그릴 형상을 아예 배제하고, 센서가 집약된 스마트 존 공간을 강조해 두었다. 크로스오버 형태이기 때문에 차고가 높은데, 하단부 스키드 플레이트를 두껍게 구성하여 오히려 차 폭이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이 있다. 범퍼의 에어커튼이나 가니시 형상도 폴스타 2의 전면 차폭을 넓어 보이게 만든다.

측면이다. 상단부는 영락없는 3박스 세단이지만 하단은 마치 SUV처럼 두꺼운 가니시로 마감된다. 내연기관 공용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휠베이스가 전기차치고 짧다. 대신 그만큼 익숙한 비율인 만큼 자연스러운 멋을 낼 수 있다. 전면부와 같이 캐릭터 라인이나 벨트라인 모두 직선 위주로 그려져 있다. 사이드미러는 플래그 타입이고, A 필러는 검은색으로 마감하면서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구현했다. C필러가 사실상 패스트 백처럼 리어 엔드와 연결되지만,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 보통의 노치백 세단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후면 디자인은 간결해 보인다. 일자형 테일램프를 기본으로 양 끝에 'ㄷ'자 형태의 그래픽을 추가했다. LED 그래픽으로 인해 두께는 더욱 얇아 보이고, 후진등과 턴 시그널도 깔끔하게 통합한다. 범퍼의 디자인도 간결함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음영 대비를 활용하여 입체감을 키웠다. 역시 하단부 가니시가 두껍다 보니, 사진보다 실물로 볼 때 전고가 꽤나 높다. 리어 엠블럼을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크롬 소재가 쓰이지 않았다. 폴스타가 친환경 브랜드를 지향하는 만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크롬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한다.

인테리어 또한 볼보의 스타일링과 유사했다.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11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사각형의 혼커버와 두터운 그립을 갖춘 스티어링 휠이 볼보스러운 요소다. 실내를 마감하는 패브릭 소재나 나파가죽 시트의 고급스러운 질감도 익숙한 분위기를 보인다. 대신 폴스타 로고가 각인된 기어노브나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리스 미러는 독특한 자극을 준다. T맵 내비게이션이 기본이고, 공조장치를 비롯한 대부분 기능이 센터 스크린에 통합된다. 센터 콘솔은 버튼식, 개방형 컵홀더는 하나, 콘솔박스의 컵홀더는 실용성이 다소 부족하다.

2열 공간이다. 역시 시트 질감이 고급스럽고 감성적인 패턴도 각인되어 있다. CMA 플랫폼 특성상 센터터널이 다소 솟아 있으며, 전기차 치고 다소 답답한 공간인 건 사실이다. 그래도 시트 포지션은 편안하고 기본적인 공간도 나쁘지 않았으며, 글래스 루프의 개방감이 훌륭하다. 암레스트 컵홀더와 시트 열선, 에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리어 글래스까지 개방되는 해치 게이트가 폴스타 2의 특징이다. 실내 공간은 러기지 스크린으로 차단되어 있고, 매트 아래에 추가 공간도 넓다. 전방 프렁크 공간도 확보했다.

특이하게도 시동 버튼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전기차니까 전원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한데, 차 키를 소지한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D 단으로 변경하면 바로 구동되는 방식이다. 전기차인 만큼 주행감은 정숙하고 매끄러웠다. 섀시 자체는 다소 단단하게 조율된 편이었지만,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발진감 덕분에 전반적으로 부드럽다는 생각이든다. 깊은 요철이나 방지턱에서만 적절하게 가감속을 해준다면, 그 단단함은 크게 부담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정도다. 스티어링 휠 강도도 세 단계로 조절 가능했다.

시승차량은 싱글모터 사양으로 220KW의 출력을 가졌다. 단순 환산 시 295마력의 힘과 50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뒷바퀴를 불리며 변속기 없이 감속기만 탑재된다. 전기차답게 초반 가속감이 훌륭하다. 특히 엑셀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다 보니 주행이 더욱 편리했으며, 기본 모델이라도 토크에 대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변속기가 없는 만큼 가속 과정의 딜레이도 없다. 단, 너무 급격한 토크를 발생시키면 휠 슬립이 발생할 수 있기에 가속감에는 제어 로직이 개입하는 느낌이 있다. 스포츠 모드는 ESC의 개입을 약화시킬 수 있다.

스티어링은 기본적으로도 다소 무거운 편이었다. 반면 최대한 단단하게 설정해도 운행에 큰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탄탄한 댐핑력과 전기차의 피드백, 그리고 묵직한 조향감 덕분에 고속 선회나 회피 기동에서 안정적인 거동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볼보의 CMA 플랫폼은 센터터널에 배터리를 집중시켜 배치하기 때문에 비틀림 강성이 개선된다. 앞서 토크의 부족함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섀시는 분명 더 강한 출력도 능통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아무래도 싱글 모터는 110km/h 이상에서 가속감이 둔해지는 경향이 있다.

전기차이니 만큼 구동 모터에 의한 소음은 없다. 기본적인 방음 설비도 훌륭하여 고속에서의 소음도 잘 억제되어 있었다. 100km/h를 넘어서면 약간의 풍절음이 유입되는 수준이나, 잘 마감되어 있는 편이라고 느낀다. 배터리 용량은 78KWH, 공차중량은 대략 2040kg으로 항속거리가 449km이다. 총 세 단계의 회생제동을 지원하며, 크리핑 모드도 제어 가능하다. 회생제동의 경우 가장 강도를 높게 하면, 엑셀에서 바로 발을 뗄 경우 저속에서 급제동이 걸리는 수준으로 감속이 개입했다. 원 페달 드라이빙에 익숙해지면 전비를 높일 수 있다.

전기차는 중량이 무겁다 보니 동급의 내연기관보다도 관성이 강하다. 때문에 회생제동을 사용하지 않으면 관성 주행 거리가 꽤 긴 편이고, 페달링을 통한 제동감도 마음에 들었다. 답력이 분산되어 있는 느낌,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다이브 현상은 거의 억제되어 있었다. 한편 파일럿 어시스트는 기능은 정차 후 재출발까지, 레벨 2.5 수준의 주행보조 기능을 수행한다. 디지털 클러스터에 T맵 화면이 표기되므로, 센터 스크린은 네비 없이 기능 화면만 띄워놔도 문제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80%까지의 급속충전 시간은 약 34분이라고 한다.

폴스타 2 페이스리프트 싱글 모터를 시승했다. 디자인이 볼보스럽다는 표현은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면과 직선은 잘 정제된 디자인으로 느껴진다. 체급 대비 실내가 다소 좁은 경향이 있지만, 실내 소재나 인터페이스, 편의 장비까지 모두 고급스럽고 풍부하게 구성된 편이다.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조율된 섀시는 고성능 브랜드 태생의 전기차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다. 전기차 시대에 각 이동 수단의 성격은 희석되고 있다고들 표현하지만, 폴스타 2는 여전히 북유럽 감성을 품고 있는 자동차가 맞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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