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메인

지난해 2024년, 현대자동차는 북미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룹사 차원으로는 기아와 제네시스의 판매 성장률도 가시적이며, 그룹사 통산 판매량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북미 판매량 1위는 수많은 계열사와 특허를 거느리고 있는 GM, 2위는 프라자 합의 이후 굳건한 생산성을 확보해온 토요타 자동차 그룹이다. 3위는 미국 토종 브랜드 포드 모터 컴퍼니가 차지했고, 그 뒤를 현대차 그룹이 이었다. 다만, 판매 실적과 별개로 올해에는 4위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혼다와 닛산 자동차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와 닛산 자동차의 합병은 네트워크 통합에 대한 기대감으로 결성된다. 특히 몸집을 키움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이나 배터리및 모터 등 고부가가치 소재의 납품단가를 낮출 수 있다. 함께 일본 업계가 부진하고 있는 AI 및 자율주행 솔루션 부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 크다. 양사는 철저한 경쟁사의 위치에 있기도 한데, 그런 특성 때문에 시너지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제시되기도 한다. 그래도 장기적인 리스크 완화를 바라본다. 아무렴, 이번 글에서 언급하고 싶은 내용은 북미 시장의 친환경 차나 SDV 기술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현대차 그룹이 실적 호조를 이어갈 수 있었던 사유도 같다.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와 투싼 하이브리드, 그리고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2024년 마지막 12월 기준으로 투싼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당월 대비 133% 이상의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투싼은 글로벌 판매량 900만 대 이상을 달성한 현대차의 핵심 차종이다. 현행 모델은 2020년 출시된 투싼 NX4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2023년부터 시판된 바 있다. 투싼 하이브리드 역시 NX4 출시와 함께 새롭게 투입되었고, 선택률이 50%에 근접하며 가솔린 모델을 넘어서 가장 높았다.

시승 차량은 투싼 하이브리드 1.6 HEV 인스퍼레이션 등급이다. 1.6L급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과 고출력 모터를 병렬 배치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지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고출력 모터는 47.7Kwh 급으로 출력이 향상된 바 있다. 인스퍼레이션 등급은 제공되는 옵션 트림중 가장 상위에 있다. 그 외에 추가 옵션도 대부분 적용된 상태다. 빌트인 캠 2+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파킹 어시스트, 파노라마 선루프, BOSE 프리미엄 사운드, 19인치 알로이 휠, 퀼팅 천연가죽 시트 등 생각보다 상위 트림에도 추가해야 할 옵션이 많은 편이다.

기본형부터 대담한 인상을 지닌 더 뉴 투싼이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DRL 그래픽과 그릴 패턴이 두껍고 입체적이게 다듬어졌다. 이를 통해 차량은 더욱 단단하고 듬직해 보이는 것 같다. 범퍼 가니시의 면적도 넓어지면서 전면부의 입체감과 과감함은 더욱 강조된다. 평소에 점등되어 있는 DRL은 히든 가니시 타입 LED를 활용하여, 소등 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자연스레 일체화된다. 실제 헤드 램프는 범퍼 양 끝단에 배치되어 있고, 프로젝션 타입 LED와 지능형 헤드램프 기술이 모두 투입된다. 두꺼운 프런트 에이프런이 SUV 다운 분위기를 강화한다.

비전T 컨셉트카의 화려한 측면부를 그대로 재현한 디자인이다. 각각 프런트 펜더와 리어 펜더를 강조하는 볼륨 라인이 있고, 차체 중앙부가 안쪽으로 좁혀지는 실루엣을 보인다. 그리고 프런트 펜더 상단과 웨이스트 라인에도 두꺼운 라인을 강조하여 역동적인 프로필을 구현했다. 기하학적인 휠 아치 형상도 독특하다. 벨트라인 몰딩은 검은색으로 마감했고, 윈도우 라인 상단부만 은색으로 마감하여 유연한 실루엣을 강조한다. 특히 에어로 핀 형상을 갖춘 D필러의 가니시가 스포티한 면모를 더해준다.

19인치 휠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대 크기다. 그럼에도 투싼의 덩치가 워낙 커져서인지, 약간은 작아 보이는 듯 SUV스럽다. 후면 디자인은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입체적인 테일램프 형상이나 정교한 LED 그래픽 모두 그대로인데, 범퍼 형상만 약간 수정되었다. 두꺼운 가니시가 듬직함을 더하는 반면, 방향 지시등의 위치가 너무 낮다는 점에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리어 윈드 실드에 자연스레 통합한 리어 엠블럼과 히든 타입 와이퍼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외관보단 실내가 많이 바뀌었다. 12.3인치 병렬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그리고 CCNC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다. 디스플레이 좌측에는 지문인식 센서가 있고 상단에는 HUD가 탑재, 대시보드 우측은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여타 모델처럼 스티어링 휠에 엠블럼을 생략한다. 기어 노브도 버튼식에서 칼럼 레버 타입으로 변경되었고, 센터 콘솔은 계단식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했다. 익숙한 버튼과 공조 패널이 따로 존재하는 센터페시아의 조작성이 마음에 든다.

패브릭 소재와 스티칭 패턴 등 소재감도 꽤나 고급스러워졌다. 뒷좌석은 여유로운 공간 자체가 강점이다. 시트 포지션이 약간 낮은 감은 있지만,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 여유로운 수준이다. 특히 넓은 면적의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은 더욱 개선된다. 수동식 리클라이닝 각도도 자유로운 편, 폴드& 다이브 기능으로 평탄하게 접을 수 있다. 그 외 2열 편의 장비는 에어벤트와 C타입 충전 포트, 시트 열선과 암 레스트가 있다. 파워 테일게이트도 당연 탑재되어 있으며, 트렁크 공간의 면적이 상당히 넓다.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배기량 1.6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싱글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80Hp, 최대토크 27.0Kg.m 수준의 넉넉한 힘을 갖추었다. 47.7Kw 급 전기모터와 6단 자동 변속기, 하이브리드 컨트롤 유닛이 병렬로 배치된 후 합산 출력은 235Hp 수준으로 뛰어나다. 물론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연료 소비 효율로 17인치 휠 기준 16.2km/l라는 연비를 인증받는다. 공차중량이 1645KG이다. 하이브리드의 특성상 시내 주행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평소 주행 패턴에 따라 실연비는 더욱 높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질감의 거의 사라졌다. 특히 1.6 터보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엔진 자체의 N.V.H 성능부터 준수하여, 아이들링 상태에도 크게 체감가지 않는 수준이다. 그만큼 엔진과 모터의 동력 전달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모터의 출력 향상은 가속 성능보다도 조금 더 적극적인 무공해 주행의 개입을 돕는다. 보통 초반 가속을 모터가 담당하기 때문에 발진감이 부드럽다. 물론 엑셀을 급격하게 밟으면 금방 엔진이 개입하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연료 소모량을 아끼려면 보다 여유롭게 주행할 필요는 있다.

한번 탄력이 붙으면 가속감은 막힘없이 나아간다. 엔진 개입에도 RPM은 안정적으로, 속도계가 부드럽게 상승했다. 중량 대비 출력이 넉넉하다 보니 어느 정도 속도계를 힘차게 올려도 차량은 정숙성을 유지한다. 풀악셀에서는 꽤나 공격적인 펀치력이 느껴지는데, 저 배기량 엔진 특유의 굉음과 반박자 늦은 응답성으로 주행감 자체가 즐겁지는 않다. 대신 진출입 구간이나 추월 시 운전자의 의도대로 따라와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셈이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승차감은 조금 더 단단하게 조율된 느낌이다. 준중형 SUV 특유의 느슨함이 감소했다.

스티어링 휠은 기본적으로 가볍다. 조향감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편향, 급 선회에도 차체는 안정성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중형 SUV보다는 오히려 댐핑력이 살짝 가볍고, 기민함이 덜하다. 의도적으로 차체를 흔들면 SUV의 한계는 드러난다. 최신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E-모션 드라이브라는 기술이 도입되는데, 모터의 즉답적인 토크 제어를 활용하여 하중이동에 대응하는 구동력을 배분하는 솔루션이다. 방지턱 구간이나 급가속, 고속주행 시 횡풍 등 외력에 의해 차체가 흔들리는 것을 어느 정도 보정해 준다고 한다.

실제 투싼은 직진 안전성 대비 요철이나 방지턱에 대응하는 느낌이 부드러운 감각이었다. 섀시 세팅의 정교함인지 E-모션 드라이브의 개입인지 정확히 분간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하체는 이전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스포츠로 구분된다. 기본 세팅이 에코 모드, 변속기와 모터는 여유로움과 효율에 초점을 맞춘다. 패들 시프트로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는 엔진 리스폰스와 부밍 사운드, 스티어링 무게감이 조금 더 타이트해지는데, 앞서 서술한 내용처럼 넉넉한 출력 대비 둔감한 응답성이 아쉽다.

기본 세팅부터가 효율에 맞추어져 있으니 단점이라 보진 않는다. 넉넉한 출력은 말 그대로 여유를 더해줄 뿐, 연비를 위해 하이브리드를 운행한다면 그 성격을 따라 주행할 필요가 있겠다. 고속에서의 N.V.H 성능은 무난하다. 투싼 인스퍼레이션 등급의 경우 모든 주행보조 장비가 기본 옵션으로 구성된다. 내비게이션 기반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보조, 각종 충돌 방지 기능으로 장시간 운행에도 운전 피로감은 현저히 적다. 타 브랜드 차량들과 다르게 순정 내비게이션도 편리하다는 점, 승차감 역시도 편안한 크루징에 어울린다.

현대자동차의 투싼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 등급을 시승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정돈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은 SUV의 매력을 더한다. 실내는 최신 인포테인먼트와 기능성을 보강했다. 섀시나 파워트레인의 경우 미세한 차이가 있었지만, 선택을 고민할 만한 차이는 아니다. 기존처럼 적정선의 안정성과 편안함이 교차하며, 하이브리드의 세팅은 오직 효율성에 있다. 전반적으로 여유롭게 운행하기 좋은 차량이다. 그에 맞게 디자인이나 실내 인터페이스도 대중적으로 회귀했다. 기존의 개성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타협을 제안한 것 같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