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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대형 SUV, X7 LCI Design Pure Excellence 6인승 사양을 시승했다.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BMW는 X5를 주력 상품으로 하여금 프리미엄 SUV 시장의 굳건한 경쟁력을 쌓아왔다. 특히나 세단 시장의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시기, BMW는 소형부터 대형에 걸친 이른바 SAV 풀 라인업을 구축하며 더욱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게 된다. 원래부터 고급 소형차 분야에서 저명했던 BMW는 X3와 X1 등 소형 SUV 라인업을 우선 확장했고, 플래그십의 지위를 가진 X7으로 방점을 찍은 바 있다.

BMW는 운전의 즐거움이란 슬로건하에 성공적인 브랜드 가치를 정립해왔다. 역동적이고 민첩한 핸들링 감각, 특히나 엔트리 세그먼트에서도 안정적이고 묵직한 주행성이 BMW의 매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SUV와는 상충되는 성격이다. SUV의 요건은 넓은 공간과 높은 지상고, 그리고 목적성을 지닌 자동차라 한다면 장거리 주행에 부담 없는 편안한 승차감도 필수적이다. 전제부터가 BMW의 오랜 헤리티지와는 어울리지 않았을 터, 이를 디딘 성공은 엔지니어의 빼어난 노력을 비롯해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감이 훌륭했다는 의미와 같다.

BMW SAV의 장점은 너무나 많을 것이다. BMW가 운전의 재미를 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섀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는 뜻이다. SUV는 세단보다 높은 차체 강성을 필요로 하고, 또 지상고가 높다는 점 만으로 정교한 승차감을 구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과거에는 투박한 디자인과 선입견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그 인식의 변화가 급진적이었는데, BMW가 기여한 바도 높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압도하는 대담하고 개성적인 디자인과 SUV임에도 안정적이고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구동 계통, 다판 클러치 기반의 Xdrvie도 좋은 평가를 받아온다.

그 플래그십의 역할을 지금의 X7이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이번 시승차량 X7 DPE는 Design Pure Excellence의 약어로, M팩과 비교했을 때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세팅을 지향한다. 가격이 아닌 성격의 차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X7은 2022년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디자인이 급진적으로 변화한 바 있다. DRL과 전조등을 분할하면서 분리형 헤드램프 디자인을 택하죠. 첫인상은 이질감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이내 적응이 된 모습은 역동적이면서도 대담한 인상이다. 아이코닉 글로우가 적용된 대형 키드니 그릴과 함께 어디서든 강한 존재감을 펼친다.

DPE 등급에는 간결한 형상의 범퍼가 적용된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는 알루미늄 새틴 익스테리어 라인이 적용되어 고급스러움을 보강했다. 특히 에어 브리더와 도어 플레이트 하단을 마감하는 사이드 몰딩의 고급감이 인상적이다. BMW 플래그십 라인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율상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여유로운 창문 면적으로 인해 사진상으로는 그 덩치가 체감 가지 않는다. 대신 차량에 장착되어 있는 멀티 스포크 휠의 사이즈가 22인치라는 점을 알면, 육중한 차체를 짐작할 수 있다. 실내 개방감을 위해 벨트라인은 낮게 배치했다.

전륜 휠 하우스에서 시작되는 굵은 캐릭터 라인은 사선형으로 테일램프에 연결된다. 볼륨감이 강조되어 있는 리어 펜더와 더불어, 큼지막한 차체에 역동성을 부여해 준다. 헤드램프보다 살짝 높게 포지셔닝 되어 있는 테일램프 또한 공격적인 프로필을 구현한다. 테일램프 형상 자체는 단순한데, 내부의 그래픽이 입체적이다. 또, 양측 램프를 연결하는 얇고 기다란 몰딩이 고급감을 더해준다. 후술하겠지만 테일 게이트는 상하분리형으로 작동한다. 리어 범퍼는 하단부까지 깔끔하게 도색되어 있고, 두꺼운 언더 플레이트와 머플러 팁이 무게감을 지닌다.

실내 디자인은 간결하고 여유가 느껴진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4.9인치 디스플레이가 병렬로 배치되며, 제스처 컨트롤을 지원한다. BMW라이브콕핏 프로페셔널은 클러스터의 다양한 레이아웃과 인포테인먼트 설정이 가능하며, 전방 카메라 화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다. 각종 차량 설정 기능은 물론, 공조장치 조작 패널도 터치 방식으로 통합된다. 센터페시아에 남아있는 버튼은 비상등과 성애 제거, 그리고 볼륨 다이얼이 있다. 변속기 토글 레버 타입, 주행모드와 에어 서스펜션 조작 버튼 정도가 센터 콘솔에 남는다.

플래그십 SUV 다운 고급감도 확실하다. 특히 DPE 트림에 제공되는 글로스 인테리어 트림은 중후하면서도 화려한 소재감이 특징이다. 크리스탈 기어 레버나 i드라이브 버튼은 정교함이 매력, 스포츠 레더 스티어링 휠은 편안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천장 전체는 알칸타라 헤드라이닝으로 안락하게 마감했다. 한편, 실내 전체를 장식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주행 모드와도 연동된다. 디스플레이나 HUD 테마도 함께 변경되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1열 메리노 가죽시트는 포근한 탑승감을 제공하며, 통풍 열선은 물론 안마 기능까지 지원한다.

시승차량은 6인승이다. 그에 따라 2열 독립 시트가 적용되었고, 전동식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 양측 창문에는 전동식 롤러 블라인드가 적용되었고, 앞뒤 선 블라인드도 2열 좌석에서 조작할 수 있다. 편의 기능으로 2열 2존 독립 공조와 열선 시트가 채택되어 있다. 독립시트 구성이라서 컵홀더는 암 레스트와 별도로 중앙부에 구현된다.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롭고, 측면과 파노라마 선루프를 비롯해 넓게 트여있는 시야 개방감이 훌륭하다. 2열 도어가 크고 묵직한데, 소프트 클로징 기능 역시 기본이다.

2열 시트 어깨 부근의 레버를 당기면 3열 좌석에 쉽게 승차할 수 있다. 3열 시트의 경우 안장 높이가 다소 낮지만, 성인이 탑승할 수는 있는 수준이다. 충전 포트나 컵홀더, 3열 선루프, 3열 독립 공조와 열선 등 편의 장비까지 빼놓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트렁크는 상하분리형으로 위아래 모두 전동식으로 작동된다. 러기지 보드로 실내 공간이 분리되었고, 만약 3열 시트를 평상시에도 접는다면 롤러 스크린 적용이 가능하다. 2,3열 시트는 모두 전동으로 펴고 접을 수 있고, 매트 아래 잔여 공간도 넓다. 다만, 2열 독립 시트는 가동 범위가 제한적이다.

BMW의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비단결 같은 회전 질감으로 과거에서부터 명성을 쌓아왔다. 파워트레인 전문 기업 ZF의 변속기로 조율한 가속감, 그런 하드웨어 구성부터가 세단이나 SUV나 긍정적인 평가를 유도했을 것이다. 지난 페이스리프트 이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기본으로 적용된다. 거의 전기차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시동 사운드가 부드럽고 정숙하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엔진이 정말 잔잔하게 작동하는데, 역시 플래그십 SUV는 다르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DPE 등급은 더욱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향하는 셋업이다.

구체적으로 X7 40i에는 배기량 2998CC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에 트윈 스크롤 터보가 하나 적용된다. 최고출력은 381Hp, 최대 토크는 55.0Kg.m에 달한다. 구동력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거쳐, ZF의 8단 토크컨버터로 전달된다. Xdrive 시스템까지 기본 적용이라서 네 바퀴에 안정적인 구동력을 배분할 수 있다. 공차중량은 2575Kg, 그에 따라 공인 연비는 7.8 Km/l로 인증을 받았다. 페이스리프트 이전보다 연비가 소폭 감소했지만, 출력과 토크는 대폭 증가한 셈이다. 제로백이 5.8초로 알려진다.

주행 모드는 기본 컴포트와 에코, 스포츠 그리고 각개 설정이 가능하다. 섀시는 스포츠와 컴포트 두 종류로 구분되고, 엔진과 파워트레인 세팅이 3단계로 분리되었다. X7은 2축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기본 컴포트 모드에서는 모든 노면 요철을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최상의 승차감이다. 대략 2.6톤의 중량이 하체를 억누르는 반면, 에어 서스펜션은 부드럽고 탄탄하게 외력을 흡수한다. 특히 방지턱에서의 대응이 인상적이다. 기다란 휠베이스가 무색하도록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함께, 리바운드를 깔끔히 억제했다.

컴포트 세팅의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무게감을 지닌다.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후륜 조향 기능도 탑재되어 있어 회전반경이 짧아진다. 일반적인 선회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타이트한 코너나 U턴, 특히 주차할 때 크기 대비 주행이 편안한 느낌이다. 때문에 일반적인 조향감은 딱 뉴트럴 타입, 급선회가 아닌 이상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흔들림도 억제한다. 다만 급선회나 급제동에서는 물리량에 의한 피칭과 롤링을 피해갈 수 없는데, DPE 등급도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그마저도 깔끔하게 사라진다.

기본적인 발진감은 답답함 없이 부드럽게 나아간다. 그 어떤 결점도 남기지 않는 변속기가 인상적이다. 평소 운전을 여유롭게 하는 스타일이라면 에코 모드에서 더욱 정숙하고 효율적으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서는 오르막이나 순간 RPM을 높게 사용할 때 미세한 부밍 사운드가 증폭되는데, 그 날카로운 사운드가 불쾌하다기 보다 매력적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예민한 응답성은 물론, 변속기가 본격적으로 RPM을 높게 세팅하기 시작한다. 탄력이 붙을수록 매섭게 나아가는 펀치력, 미세한 자극을 더하는 엔진 사운드가 흥미롭다.

고속에서 컴포트 세팅의 하체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함께 노면 소음을 줄인다. 시속 110Km까지 전체적인 방음 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인데, 언급하자면 A필러는 어쩔 수 없고 B 필러 쪽 풍절음이 가장 크게 들렸다. 그 외에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N.V.H 성능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노면에 대한 피드백과 소음이 함께 올라오지만, 급선회나 회피기동에서도 롤에 대한 저항성이 확고해진다. 거대한 차체 크기를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기민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특히 코너에서의 추종성이나 응답성이 대형 SUV 같지 않다.

이번 시승은 항속주행 위주로 진행했다. 워낙 차체 면적이 넓다 보니 예상처럼 연비가 쉽게 오르진 않지만, 시속 110Km 항속주행 시 11km/l 이상의 효율은 나와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글라이딩 주행은 항속 주행에서 연료 소모량을 절감한다. 그리고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은 어댑티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차선 변경 어시스트 등 다양한 주행 보조를 지원할 수 있다. 특히 그립감지식 스티어링 휠은 ADAS 기능 유지를 편리하게 돕는다. AR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조 장치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신뢰감을 더한다.

덩치가 크지만 시내 주행도 편리했다. 각종 충돌 방지 기능은 물론, 주차 센서도 서라운드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경보한다. 파크 어시스트 기능은 실제 운전자가 주차하는 속도만큼, 빠른 자동 주차가 가능하다. 장거리 주행으로 운전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을 때 사용하기 좋은 기능이다. 전방으로 골목길을 진입했을 때, 경로 그대로 후진해 주는 리버스 어시스트 기능도 200m까지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만한 기능은 오프로드 주행 화면이다. 차량의 조향 및 롤 각도를 실시간으로 표기해 주는 화면이 따로 제공된다.

에어 서스펜션은 저속에서 5단계의 높이 조절이 가능했다. 기동성과 편의성을 더해주는데, 무엇보다 차량 외관을 보호하기에 좋은 기능이 아닐까 싶다. 비포장도로에서는 지상고를 최대한으로 높인다. 이번 시승차량은 순백색의 색감이 인상적이었고, 특히나 바디컬러 클래딩까지 적용되어 더욱 고급스럽고 깔끔한 외관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22인치 멀티스포크 휠의 고풍스러운 디자인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큰 덩치와 역동적인 비율로 한 마리의 백호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X7 LCI의 디자인, 오래 볼수록 매력적이다.

BMW X7 40I Xdrvie DPE를 장기간 시승했다. 7시리즈와 패밀리룩을 이룬 전면 디자인이 이제는 고급스럽고 묵직해 보인다. 특히 비율적인 감각이 플래그십 SUV의 권위를 잘 살려낸다. 승차감은 오너드리븐 SUV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덩치를 잊게 하는 기민한 운동성능까지, 타보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차량이 아닐까 싶다. SUV의 매력과 장점은 확실하지만, 그만큼 취향이 아닌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X7은 주행 측면에서 느끼는 모든 단점을 잊게 만들며, SUV만의 대담함은 건재하다.

글/사진: 유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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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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