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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단의 본질을 채우고자 하는 자동차가 있다. 그저 편리하고 빠른 '이동'을 위해서만 자동차를 운용하고자 한다면, 경제성과 효율성, 그리고 가격 대비 편안한 승차감을 추구할 수 있다. 4인 가족에게도 넉넉하고 안락한 공간, 그리고 가격대비 부드러운 승차감과 효율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면 된다. 쏘나타다. 하지만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본질은 편리한 이동이 아닌 듯 하다. SUV의 유행이 시작되었듯이 편리한 이동은 기본일 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의미한 옵션이 추가되어야 한다. 유사 SUV들의 활용성이든 개성적인 디자인이든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형태를 결정짓는 디자인은 '전략'중 하나다. 7세대 쏘나타부터 하여금 개성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택했고, 이는 변화하는 디자인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국민 패밀리카로 입지를 다져왔던 쏘나타는 불안했다. 가장들은 실용성이나 활용성이 뛰어난 SUV를 선택하기 시작했고, 세단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나 기성세대들은 '경제성' 혹은 '부가가치' 양단의 소비로 넘어가는 양극화를 보였다. 8세대 쏘나타 'DN8'은 결정적으로 판매 부진에 시달린 바 있다. 위와 같은 트렌드의 부정적 영향에 한국인의 정서에는 부합하지 않는 디자인이 탄생했을 수 있다.

2023년 2분기, 쏘나타 DN8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공개된다. 이름은 쏘나타 '디 엣지' 특수한 이름처럼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가 거쳐졌다. 신규 디자인은 현대의 패밀리룩을 뒤따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디자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전기형의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였다. 실내 디자인도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접목시키고, 당연히 편의 장비도 보강하는 등 전반적인 상품성 개선에 노력을 기울인다. 함께 승차감도 탄탄하게 조율하면서, 겉으로만 '스포티' 한 세단이 아닌 모든 패키징이 세련된 세단으로써 새로이 시작한다.

시승차량은 쏘나타 하이브리드 2.0 HEV 인스퍼레이션 트림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서 고성능보다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지닌 차종이다. 기존과 같은 2.0L급 자연흡기 GDI 엔진과 구동모터와 병렬 배치된 6단 자동 변속기가 결합된다. 인스퍼레이션은 풀 패키지 모델, 실내에는 12.3인치 병렬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CCNC와 OTA를 지원한다. 고급 편의장비로 HUD, 리어 선블라인드, 운전석 메모리 시트, 파워 스마트트렁크 등이 적용되어 있으며, 추가 옵션으로 BOSE 오디오와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할 수 있다. 2025년형 연식변경 이후 지문 인식 센서의 위치가 센터콘솔오 옮겨진다.

8세대 쏘나타의 공개 이후에 현대차는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패밀리룩 요소로 채택한 바 있다. 때문에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하나로 이어진 DRL이 적용된다. 그 두께가 얇고 전면부에서 낮은 위치에 배치되면서 스포티한 감각이 강조됩니다. 메인 헤드램프는 양측 에어 인테이크에 숨겨져 있으며, DRL은 턴시그널 겸용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기를 최대한으로 키우면서 고성능의 감성을 더했습니다. 보닛에 그려져있는 다양한 라인들은 범퍼의 형상과 연결되면서 페이스리프트치고는 디자인 완성도가 매우 훌륭한 편입니다.

사변적으로 쏘나타 디자인의 핵심은 측면에 있다고 생각했다. 8세대로 변화하면서 보닛 길이가 상당히 길어지고, 낮게 깔린 루프라인에 쿠페 스타일의 C필러까지 굉장히 매끄럽고 역동적이다. 이전 초기형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비판으로 다소 묻힌 느낌이라 아쉬웠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는 전면 디자인이 보다 깔끔하게 다듬어지면서 측면까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프런트 펜더에서 리어램프로 연결되는 과감한 캐릭터 라인이 쏘나타만의 아이덴티티로 남는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 개선을 위해 18인치 휠이 적용된 모습이다.

후면 디자인 또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훨씬 공격적인 스타일링을 지향하는 편이다. 테일램프는 기존에도 일자형 이었지만, 'H' 형태로 변경되면서 더욱 상징적인 인상을 남겨준다. 또 유광 가니시를 부착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도 더해졌다. 범퍼 양측에는 에어인테이크를 설치했고, 과감한 형태의 리어 디퓨저를 추가하였다. 머플러팁은 없지만 앞서 언급했던 역동적인 루프라인, 립스포일러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과 어우러져 고성능 스포츠카의 분위기가 흐른다. 전체적으로 하이브리드라 하여 외관상의 유의미한 차이점은 없어 보였다.

인테리어도 보다 세련된 감각으로 변화했다. 디스플레이는 커브드 방식, CCNC 내비게이션의 직관성은 좋지만 심미적으로는 퀄리티가 다소 떨어진다. 디스플레이 하단부에는 무드램프가 점등된다. 에어벤트는 수평형으로 연결되었고, 센터페시아의 미디어는 버튼식, 공조장치는 터치와 다이얼을 이용한다. 마음에 드는 변화는 버튼식 기어를 생략하고 칼럼 형식으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센터 콘솔은 더욱 쾌적한 형태를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의 엠블럼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며 세단답게 시트의 착좌감이 편안했다.

뒷좌석이다. 전륜구동 세단답게 레그룸은 넓은 편이다. 헤드룸도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전반적으로 시트 등받이가 기울여져잇는 타입이다. 시트에도 퀄팅 패턴이 그려져있어 나름대로의 고급감이 있다. 편의 장비로는 에어벤트가 있고, 컵홀더 암 레스트와 수동식 선 셰이드, 그리고 뒷유리에 전동식 롤러 블라인드가 채택된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개방감을 극대화해주는 요소다. 2열 시트는 폴딩이 가능하며, 전동트렁크는 평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트렁크 매트 아래에도 나름대로 쓸만한 공간이 있었다.

하이브리드 답게 전력량이 확보된 상태에서는 전기차처럼 시동이 걸린다. 클러스터에서는 엔진의 회전수가 아닌 모터의 주행, 충전 등의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인포테인먼트의 하이브리드 탭으로 따로 확인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하나의 모터 유닛이 구동과 발전, 즉 전기 충전 모두를 담당하는 형식이다. 때문에 전기 주행만으로 3KM 이상의 긴 거리를 운행하긴 어렵다. 그래도 가감속이 잦은 도심에서는 ISG의 개입과 함께 전기차 같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누릴 수 있고, 쏘나타의 승차감 자체도 편안한 편이다.

구체적인 엔진 스펙은 합산 최고출력 195HP, 최대 토크가 19.2 Kg.M이라 한다. 모터의 출력은 38KW, 수치상으로 보면 토크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가속감의 부진은 전혀 없다. 저속에서의 급출발은 전기모터의 즉답적인 토크로 대응하며, 고속에서는 엔진의 고회전 개입으로 두터운 토크감을 확보한다. 변속기는 6단 락업 클러치 방식, 토크컨버터는 사용하지 않으며 병렬로 배치된 모터가 회전수를 보정해 준다고 한다. 그런 복잡한 구조를 제어하는 게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통합 제거 시스템 'HCPU'의 역할이다.

더욱 매끄러우면서 효율적인 엔진과 모터의 개입을 추구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처럼 시속 40KM 이하의 속력에서는 모터만 구동하면서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이후 속력이 오르면 엔진이 점화되면서 부족한 구동력을 더한다. 그런 엔진의 개입이 크게 불편하진 않다. HCPU 로직 개선은 물론, 쏘나타의 정숙성이나 승차감 자체가 이전에 비해 많이 개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모터는 거의 소음과 진동이 없다 보니 차이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지 싶다. 엔진이 개입될 때마다 의식한다면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다.

대신 불편함이 없으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중점은 연비에 있다. 엔진도 압축비보다 팽창비가 더 큰 앳킨슨 사이클 방식으로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로써 공인연비가 17.1KM/L인데, 16인치 휠 모델은 19KM/L 이상까지 늘어난다. 참고로 18인치 휠을 채택한 시승차량은 예상보다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니고 있었다. 노면의 잔잔한 요철은 그대로 흡수해 주는 감각이며, 방지턱이나 깊은 굴곡에서만 이전에 비해 섀시가 다소 단단해진 느낌이다. 그만큼 고속 선회 능력도 무난하다.

특별히 물렁함이 느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탄탄한 승차감도 아니었다. 조향 감각도 약간 언더스티어로 편향되어 있는 전형적인 전륜구동 세단, 핸들링도 가벼워 전반적으로 부담감이 없는 세팅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이 즉각적으로 개입한다. 에코 모드에서 패들시프트는 회생 제동 제어 역할인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어 단수를 조절하여 준다. 일반 가솔린 모델처럼 사운드가 풍부해진다거나 하는 긴장감은 거의 없었다. 핸들링이 보다 무거워지면서 주행의 맛이 약간 살아나는 정도였다.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정숙성과 경제성이니 스포츠 모드는 굳이 사용할 일이 없기도 하겠다. 아무렴 항속주행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적당히 부드러운 하체와 정숙성, 더불어 BOSE 오디오 시스템의 풍부한 음향과 운전 보조 장치의 편리함이 더해지니 장거리 주행도 참 편안하다. 저속에서는 하이브리드의 정숙성 또한 장점, 약간의 노면 소음만 들려오는 편이다. 급가속 등 RPM을 높게 쓰면 큰 부밍음이 유입되기는 하지만 그건 가솔린도 동일하다. 가속감 자체는 뒤떨어지지 않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 등급을 시승했다. 이전에 비해 단단한 승차감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안락한 편에 속했다. 지상고가 낮은 만큼 거동도 한결 부드럽고, 보다 뛰어난 연비와 정숙성은 SUV에 대비한 세단의 강점을 그대로 피력하고 있다. 저마다 자동차에 필요로 하는 '옵션'은 다르겠지만, 단지 편안한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면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지이다. 자동차의 디자인과 형식이 많이 달라지고 유행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그래도 가장 전통적인 승용차를 찾자면 정답은 중형 세단에 있는 법이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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